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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국의 열쇠 - 3.1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11 조회수408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2.3.11 사순 제3주일 탈출20,1-17 1코린1,22-25 요한2,13-25

 

 

 

 

 





천국의 열쇠

 

-그리스도의 십자가-

 

 

 

 

 



천국의 열쇠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어제 우리 수사님이 수도원 십자로 중심, 단풍나무 아래

예수 부활 상을 떠받히고 있는 바위에 새길 글귀를 공모했습니다.


새벽 묵상 중 십자로를 걷다가 문득 생각난 구절에 환호했습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Peace be with you)였습니다.

 

참 기막히게 좋은 구절입니다.


수도원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양팔을 활짝 펼치고

평화의 축복을 주시는 부활하신 주님을 생각하니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연거푸 하신 평화의 축복 인사였습니다.

 

미사 시작 전 주교님도 예수님을 대신하여 ‘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고 축복의 인사를 하며 미사를 시작합니다.


또 제가 미국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미사 중 가장 좋아했던 부분 역시

영어로 ‘Peace be with you!’(평화를 빕니다) 인사하며

평화의 축복을 나눌 때였습니다.

 



십자로의 중심에 자리 잡은 예수 부활상의 상징하는바 깊습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는 바로 부활의 그리스도임을 깨닫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바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천국의 열쇠임이 들어납니다.

 



어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상실수업’이란 책 안에 나오는 한 구절도 잊지 못합니다.

 


‘평화는 고통의 정중앙에 놓여있다
  (Peace lies at the center of the pain)’

 

십자가의 고통 바로 한 가운데 그리스도의 평화가 있다는 말과도 통합니다.

고통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말이니 참 역설적인 참 평화입니다.

고통을 상징하는 십자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십자가와

부활의 그리스도로부터 선사되는 참 좋은 선물이 주님의 평화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결코 액세서리 장식품이 아니라

무한한 행복과 평화의 문을 여는 천국의 열쇠입니다.

 

 

 

 

 




첫째; 하느님의 지혜와 힘으로 살아가십시오.

 


십자가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지혜요 힘입니다.

오늘 사도 바오로의 말씀은 얼마나 은혜롭고 풍부한지요.

그리스도 때문에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사는 우리 거룩한 바보들에겐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말씀인지요.

 


즐겨 자신을 바보로 일컬었던 김수환 추기경님도

바오로 사도의 오늘 이 말씀에서 영감 받았음이 분명합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예나 이제나 사람들은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세상의 똑똑하다는 이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지혜를 찾습니다만

우리 믿는 이들은 사도 바오로처럼

십자가의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눈이 열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천국의 열쇠임을 깨달아 알기에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선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세상 똑똑함에 눈이 가린 똑똑한 바보들에겐

걸림돌이자 어리석음인 십자가의 그리스도입니다.

 


그렇지만 유다인이든 그리스인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단숨에 읽히는 바오로의 고백이

세상의 바보들로 살아가는 우리들에는 정말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으로 세상의 지혜와 싸우는 우리들이요

하느님의 약함으로 세상의 강함과 싸우는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바로 이런 싸움의 최전선에 서있는 분들이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해 분투하시는

주교님과 사제 수도자들과 무수한 민초들입니다.

 



과정은 패배 같지만 결과는 승리, 하느님의 승리입니다.


하느님의 지혜와 힘으로 싸울 때 천하무적입니다.

대우(大愚)가 대지(大智)라는, 큰 어리석음이 큰 지혜라는 역설적 진리가

그대로 입증되는 우리 믿는 이들의 삶입니다.

 

 

 

 

 




둘째, 충만한 생명과 사랑을 살아가십시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충만한 생명과 사랑, 소통을 상징합니다.

소통은 생명입니다.

하늘과 땅이 너와 내가 소통해야 충만한 생명과 사랑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상징하는바 하늘과 땅, 너와 나의 소통을 상징합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는 우리의 소통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 없이

우리의 소통은, 충만한 생명과 사랑은 불가능합니다.

 


오늘 탈출기에서 하느님의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은 물론 우리에게 내려주신 십계명 역시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 포섭됨을 봅니다.

 


십계명 중 위로 셋은 하느님과 인간의 소통과 사랑에 관계된 것이고

아래의 일곱은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과 사랑을 위한 것입니다.


그대로 하느님과 사람 사이 소통의 수직선과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의 수평선이 십자가를 이루고 있음을 봅니다.

 


주님의 기도 역시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뜻, 아버지의 나라의 수직적 소통에 이어

나머지 넷의 청원은 사람 사이의 삶에 관계된

수평적 소통으로 이루어졌음을 봅니다.


결국 사랑의 이중계명을 종합하고 있는 십계명이요 주님의 기도입니다.

위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옆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사랑의 이중계명,

경천애인의 삶을 살 때 바로 그 자리에서 십자가의 주님을 만납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 없이는 충만한 생명과 사랑은 불가능합니다.


왜 답답합니까?

위로, 옆으로 불통이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때

위로 하느님과 옆으로 이웃에 활짝 열린 충만한 삶입니다.

 

 

 

 

 




셋째, 거룩한 성전이 되어 살아가십시오.

 



보이는 건물의 성전만, 그리스도의 몸만 성전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모시는 우리 또한 주님의 거룩한 성전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있어 비로소 거룩하고 살아있는 성전입니다.

하여 성전마다 성전을 상징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높이 솟아있고,

성전의 제대 쪽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은 성전 사랑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듯 성전을 사랑하셨던 예수님이셨고

성전이 장터로 변했을 때 열화와 같이 분노하신 예수님이셨습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제자들은 스승의 분노에서 즉각적으로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 삼킬 것입니다.’라는

성경 말씀을 연상했다 합니다.


이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세우겠다.”

 


바로 예수님께서

사흘 만에 세우시겠다는 성전은 부활하신 당신 몸을 상징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그리스도가 성전이란 말씀입니다.


그러니 성전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있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성전을 사랑하는 이유는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제외한

일체의 군더더기 복잡한 장식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전이 맑고 밝으며 단순하고 깨끗하기 때문입니다.

제대와 십자가의 그리스도만이 환히 드러나는 성전이

거룩하고 좋은 성전입니다.

 


그리스도의 몸 성체를 모시는 우리 또한 거룩한 성전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의 성체를 모심으로 정화되는 우리 몸인 성전입니다.

 



하여 우리 몸에 십자성호를 그으며 바치는 성호경 기도가,

십자성호를 통한 사제의 강복이 그렇게도 은혜로운 것입니다.

 



우리 몸이 성전임을 일깨워주고 정화하는 십자성호의 은총이요,

우리 몸의 성전 안에

영원히 현존하시는 십자가와 부활의 그리스도를 깨닫게 하는

십자성호의 은총입니다.



누구나 바칠 수 있는 가장 짧고도 좋은 기도가 성호경입니다.

 

 

 

 

 



우리가 영원히 바라 볼 유일한 대상이자 천국의 열쇠는

십자가의 그리스도뿐입니다.

 



그러니 십자가와 부활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의 지혜와 힘으로 살아가십시오.

충만한 생명과 사랑을 살아가십시오.

 

거룩한 성전이 되어 살아가십시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 성전인 우리를 정화시켜 주시어 이렇게 살 수 있게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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