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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12일 사순 제3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12 조회수893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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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사순 제3주간 월요일 -루카 4,24ㄴ-30


 

“예수님께서는 엘리야나 엘리사같이 유다인만을 위하여 오신 것이 아니다.”

 

<어떤 관점(觀點)으로 예수님을 바라보십니까?>

 

 

    나자렛의 회당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던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을 한번 보십시오. 참으로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 오신 메시아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하고 최고의 감사를 표해도 모자랄 판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참으로 속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슨 짐승입니까? 이리 저리 내몰게.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을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군요. 자신들의 눈앞에 다가온 하느님께 경배 드리고 찬양 드려도 모자랄 판에 그분을 살상하려고 기를 쓰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막가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께서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을 단 한 번에 ‘확’ 바꿔놓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갈망들을 속속들이 들어주실 전지전능하신 메시아를 기대했습니다. 멋지게 구름을 타고 내려오실 그럴듯한 메시아를 기대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단호하게 뿌리치셨던 빵, 기적, 권력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특별한 방식이 아니라 너무나도 평범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나타나셨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들이 기대해왔던 그 어떤 지상적 번영이나 축복, 로마 식민지 통치의 종식이나 독립, 물질적 풍요나 이스라엘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나자렛 사람들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 일이 또 한 가지 있었습니다. 카파르나움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잘만 행하시던 기적을 유독 나자렛에서만은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불신, 그들의 영적 교만과 허영심을 잘 파악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은 이것이었습니다. “스스로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이라고 여기고 있는 대로 폼만 잡는 선민의식이 절대로 구원의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회심이며 올바른 지향이다. 이 땅에 오신 메시아와 국적이 같다고 해서, 메시아와 한 동네 사람이라고 해서 뭔가 이득을 챙길 것이라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사실 엘리야 예언자도 하느님을 반역하는 자기 백성들을 떠나 시돈 지방 사렙타 마을에 사는 과부에게만 기적과 구원을 베풀었습니다. 그의 제자 엘리사 예언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끝까지 하느님께 등을 돌리는 동족들이 아니라 시리아 사람 나아만의 나병만 고쳐주었습니다.

 

    구원을 위해서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것, 나자렛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굳은 믿음과 열린 마음, 옳은 정신, 행동하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예수님께서 역설하신 것입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느냐, 이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분을 단순히 이 지상에서의 별 것도 아닌 내 사리사욕을 채워주실 해결사로만 바라본다면 그것처럼 불행한 일이 없습니다.

 

    그분을 내 정치적 야심을 이뤄줄 도구로 생각한다면 그것처럼 엉뚱한 일은 다시 또 없습니다. 그분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영원한 생명, 그리고 또 다른 세상에서의 구원을 주시기 위한 참 하느님이시며 참 메시아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오해하면, 그래서 그분에게서 엉뚱한 것을 기대한다면, 우리가 끝까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예수님께서는 원래 우리에게 주시기로 한 선물을 다른 사람들에게로 옮겨가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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