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13 사순 제3주간 화요일 다니3,25.34-43 마태18,21-35

자비의 태양

-기도와 용서-

하느님은 ‘자비의 태양’입니다.

환히 떠올라 온 누리를 환히 밝히는 동녘의 태양을 보면서

‘자비의 태양’이신 하느님을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은 ‘용서의 샘’입니다.

끊임없이 용서와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의 은총 덕분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 삶은 용서의 여정입니다.

끊임없이 용서해야 나도 살고 너도 삽니다.

말 그대로 ‘살기위하여’ 용서입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다칩니다.

하여 주님께서는 용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오늘 복음의 서두와 말미에서 용서에 대한 간곡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용서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단호한 명령이 용서의 중요성을 환기시킵니다.

일흔일곱 번의 용서하라는 것은 끊임없이 용서하라는 말씀입니다.

말미의 말씀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자기 형제를 용서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도 용서하지 않는다는,

자기 형제를 용서해야 하느님도 우리를 용서하신다는 엄중한 말씀입니다.

하여 ‘우리에게 잘못한 이을 우리가 용서하듯이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십사’

끊임없이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우리들입니다.

어떻게 이런 끊임없는 자발적 용서가 가능할까요?

우리 힘으론 불가능합니다.

대부분 인색하고 편협하고 옹졸하고 무자비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만 탤런트 탕감 받았다 취소된

옹졸하고 인색한 사람은 별종의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자기를 아는 것은 얼마나 힘든지요.

하여 가장 힘든 것이 자기를 아는 것이요

가장 쉬운 것이 남 판단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만 탤런트 탕감 받는 사랑의 빚쟁이요 은총 덩어리 자기 인생을 알았더라면

결코 백 데나리온 빚진 이에게 이렇게 무자비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알고 보면 하느님 사랑의 빚쟁이요, 은총의 빚쟁이인 우리들입니다.

하느님의 이 은혜를 평생 갚아도 다 못 갚을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에서 ‘삶은 은총이다.’ 라는 고백도 나옵니다.

이런 하느님 은혜의 체험이, 용서의 체험이, 자비의 체험이

바로 지칠 줄 모르는 끊임없는 용서를, 자비를 가능하게 합니다.

하여 끊임없이 바치는 기도입니다.

이런 하느님의 은혜에 대한 깨달음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요, 찬미와 감사, 통회의 기도를 통해

절절히 깨닫는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평생 함께 서로 용서하며,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바로 미사와 성무일도의 공동전례기도 은총 덕분입니다.

오늘 1독서의 바빌론의 유배 중인

다니엘의 세 친구 중 하나인 아지르야의 기도가 감동적입니다.

바빌론 유배지에서의 시련과 고통의 불 한 가운데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우뚝 서서 입을 열어 기도하는 아자르야입니다.

이런 고통 중에서도 기도 중에 체험하는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가

살게 하는 힘이요 끊임없는 용서와 자비의 실천을 가능하게 합니다.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으로

하느님께 열렬한 기도를 바치는 아자르야입니다.

“이제 저희는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따르렵니다.

  당신을 경외하고 당신의 얼굴을 찾으렵니다.

  저희가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당신의 호의에 따라,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희를 대해 주소서.

  당신의 놀라운 업적에 따라 저희를 구하시어

  당신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소서.”

시련과 고통 중에 정화된 참으로 순수한 보석 같은 기도입니다.

이런 기도가 자비하신 주님을 닮아

자비로운 사람, 끊임없이 용서하는 사람이 되게 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끊임없이 용서하시고 사랑하시어

우리 모두 항구히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