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15 사순 제3주간 목요일 예레7,23-28 루카11,14-23

소통과 불통

‘진실은 전진한다.’라는 오늘 신문 칼럼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관련된 기사 일부입니다.

‘아무리 황당무계한 권력이라도

  세상이 응시하는 광장에서는 활개를 펴지 못한다.

  진실과 정의를 지키는 데는 시민의 각성과 노고가 필요하다.

  그래서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활짝 열린 소통의 눈으로 현실을 응시할 때 전진하는 진리입니다.

오늘 예레미야 1독서의 후반부 예레미야의 탄식과도 같은 말씀 역시

오늘의 인간 현실을 지칭하는 듯합니다.

“그들의 입술에서 진실이 사라지고 끊겼다.”

진실이 사라지고 끊긴 인간이나 사회는

말 그대로 불통으로 죽은 인간이요 사회입니다.

위로 아래로 활짝 열린 소통의 삶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진리입니다.

오늘은 '소통과 불통'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가장 중요하면서고 가장 힘든 게 소통입니다.

평생을 살았어도

불통으로 괴로워하는 부부들을 보면 참 불가사의하게 생각됩니다.

도대체 부부생활이든, 수도생활이든 답이 없습니다.

소통에는 왕도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불통의 인간 바로 이게 인간의 숙명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통해야 합니다.

소통해야 삽니다.

소통은 생명이자 자유이자 평화입니다.

소통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 존중, 신뢰, 공감, 연민, 배려를 의미합니다.

소통의 답은, 열쇠는 단 하나 하느님뿐입니다.

소통의 대가인 예레미야, 예수님이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모든 병은 불통에서 기인합니다.

신체의 원리나 공동체의 원리나 똑같습니다.

불통으로 막혀 신체의 병이요 공동체의 불화입니다.

소통이 이상이라면 불통은 현실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예레미야 예언자가 질책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대로 우리 불통의 인간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순종하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제멋대로 사악한 마음을 따라 고집스럽게 걸었다.

  그들은 앞이 아니라 뒤를 향하였다.

  …그들은 나에게 순종하거나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자기네 조상들보다 더 고약하게 굴었다.”

하느님을 떠날 때 누구나의 가능성이

바로 이런 완고한 고집불통의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신 이적에 대한 반응에서도

완고한 불통의 사람들을 봅니다.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어 말을 못하는 이가 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바로 불통의 사람을 소통의 사람으로 치유했다는 심오한 의미를 함축합니다.

이에 대한 반응이 점입가경입니다.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냈다는 둥

비아냥거리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요구하는

치유 불능의 불통의 사람들입니다.

이런 불통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일컬어

죄인이라 하고 마귀 들린 이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모두가 정도의 차이일 뿐 죄인이요, 마귀 들린 사람들입니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합니다.

앞으로 이웃이 없는 고립단절의 아파트 생활이 정착될수록

사람은 더욱 자기 안에 갇(닫)힌 불통의 수인(囚人)이 될 것이니

상황이 밝지 않습니다.

하여 우울증 환자 등 정신 질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면에서 박 원순 서울 시장의

소통과 협동의 마을 공동체 복원 사업이 참신하게 생각됩니다.

사회가 원자화된 불통의 사람을 만들어갈수록

소통의 중심으로서 교회의 역할을 더욱 증대될 것입니다.

불통의 수인을 구원해 주실 분은 주님뿐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능력으로 마귀들을 쫓아내신 가장 힘 센 분,

주님만이 '불통의 나'를 열어 소통의 사람으로 구원해 주실 수 있습니다.

이래서 자비송의 기도가, 성무일도 도입부의 기도가 은혜롭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죄인인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 날 구하소서. 주님 어서 오사 나를 도우소서.”

불통의 인간에서 소통의 인간으로 구해 달라는 간절한 청원입니다.

소통의 중심에 십자가의 주님이 계십니다.

십자가의 주님은

하느님과의 수직적 소통과 이웃과의 수평적 소통을 상징합니다.

언젠가 예전 아빠스님의

‘장상은 공동체를 교통 정리하는 자이다.’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마침 우리 수도원 십자로의 중심에 위치한 예수부활상이

마치 사거리에 위치한 교통순경을 연상케 합니다.

상징하는바 깊습니다.

분별의 지혜로 내 마음 중심에서, 공동체의 중심에서

위로 아래로, 좌우사방으로

소통을 원활케 교통정리 하시는 주님이라는 것입니다.

새삼 미사와 성무일도 공동전례기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과의 소통, 너와 나의 소통에

이런 공동전례기도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소통의 중심에 계신 십자가의 주님께서

하느님과의 소통, 너와 나의 소통을 촉진시켜 주시기 때문입니다.

소통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치유와 자유, 평화의 구원입니다.

미사 중 소통의 절정은 함께 바치는 주님의 기도와 성체배령입니다.

주님은 매일 미사은총으로 불통의 마귀를 쫓아내시고

우리 마음을 위의 하느님과 좌우사방의 이웃에 활짝 열어 주시어

건강한 소통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