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17 사순 제3주간 토요일 호세6,1-6 루카18,9-14

참회와 겸손

오늘은 ‘참회와 겸손’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예전 아빠스님의 영적 유머가 생각납니다.

“먹고 겸손한 게 안 먹고 교만한 것보다 낫다.”

바꿔 말해 ‘못살고 겸손한 게 잘 살고 교만한 것보다 낫다.’는 말씀입니다.

의미심장한 잠언 같은 말씀입니다.

잘살며 죄짓는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라 해도 좋고 고해성사라 해도 좋습니다.

참 잘 하기 힘든 게, 기도요 고해성사입니다.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긴’ 바리사이는

바로 잘 산다고 자부하는 이들의 보편적 모습입니다.

잘 살아서 구원이 아니라

은총으로 구원 받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바리사이

어찌 보면 자기를 전혀 모르는 불통의 완벽주의자 같습니다.

이게 바로 영적 불치의 병입니다.

오늘 바리사이의 기도를 보십시오.

주님과 대화의 기도가 아니라 일방적 자기과시의 독백입니다.

자기자랑의 기도를 하며 무수한 이들을 판단하며 죄를 짓습니다.

일방적으로 자기자랑 끝에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로 끝맺습니다.

참 공허한 기도요 하느님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하느님 없어도 살 사람입니다.

진정성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기도와 고해성사라면 ‘하나마나’입니다.

새삼 자기를 아는 참회와 겸손도 은총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침 어제 읽은 고해성사에 대한 교리서 일부 내용이 생각납니다.

‘회개하고 참회하라는 예수님의 호소는 외적행위,

  곧 “자루 옷과 재” 단식과 고행이 아니라,

  마음의 회개, 내적 참회가 그 우선 목표이다.

  마음의 회개 없는 참회 행위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거짓된 행위에 불과하다.’

바로 바리사이를 두고 하는 말씀 같습니다.

내적 참회의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 규정 준수의 바리사이의 모습 같아 참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 같습니다.

이런 삶은 알맹이의 삶이 아니라 말 그대로 껍데기의 삶입니다.

반면 세리의 기도는 감동적이요 진정성이 넘칩니다.

안팎이 같습니다.

진정 자기를 알기에 하느님의 자비를 청합니다.

기도든 고해성사든 이래야 합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바리사이와 똑같이

‘오, 하느님!’으로 시작하지만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바로 이 세리의 기도가 미사 시작 전(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성체를 모시기전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송의 근거입니다.

세리와 같은 이런 자비송의 내적 참회로 미사에 참여할 때 은혜를 받습니다.

호세아 역시 우리 모두의 회개를 호소합니다.

회개에 따른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다음 호세아의 말씀이

봄비를 맞으며 새벽 미사에 참석한 우리에게 딱 들어맞습니다.

“자, 주님께 돌아가자.

  주님을 알자.

  주님을 알도록 힘쓰자.

  그분의 오심은 새벽처럼 어김없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비처럼,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시리라.”

내적 참회로 겸손해진 세리와 같은 우리에게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우리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반면 에프라임과 유다는 그대로 바리사이의 모습이자

죄로 기우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주님은 이들의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너희의 신의는 아침 구름 같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이슬 같다.

  정녕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신의다.

  번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예지다.”

화답송 후렴은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애로다.’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이 바라는 것은 신의와 예지, 자애입니다.

전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례 안에 이런 기본정신이 확실히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회와 겸손의 열매가

바로 이런 신의와 자애, 하느님을 아는 예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의롭게 되어 돌아간 이는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라합니다.

의로움은 자기가 잘 살아서 쟁취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회개로 겸손해진 이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혜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와 겸손으로 깨끗해진 우리 모두에게

신의와 자애, 예지를 선사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