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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빛이 있어라!"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17 조회수632 추천수9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사순 제4주일 - “빛이 있어라!”

 


 

예전 이불을 뒤집어쓰거나 어머니 치마 속에 숨어 보았던 ‘전설의 고향’에서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 다리 내놔! 내 다리~”하면서 귀신이 한 쪽 발로 쫓아오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위독한 남편을 둔 여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지나가던 도사가 “남편의 병이 나으려면 죽은 지 3일이 지나지 않은 시체의 다리를 잘라 고아 먹여야한다.”고 일러줍니다.

그날 밤 여인은 뒷산에 올라가 묘지 하나를 파헤칩니다. 그리고 시체의 다리 한 짝을 잘라내 보자기에 쌌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시체의 다리를 자르는 장면이 섬뜩합니다.

여인이 다리를 품에 안고 내려오는데 저기서 다리 한 짝이 잘려나간 시체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내 다리 내놔! 내 다리!” 하며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여인을 쫓아옵니다.

혼비백산한 여인이 죽을힘을 다해 뛰기 시작합니다. 한 쪽 다리 없는 귀신도 죽을힘을 다해 쫓아옵니다. 시체가 언제 덮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여인은 다리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다리를 끌어안습니다. 남편을 살리기 위한 여인의 집념이 놀라웠습니다.

여인은 가까스로 집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닫고 이제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하는 찰라, 문틈으로 슬며시 손을 집어넣으며 여인의 다리를 잡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시체의 손!

여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가지고 온 시체의 다리를 끓는 물에 풍덩 집어넣습니다. 그제야 시체는 머리를 숙이고 힘없이 꼬꾸라집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솥을 열어보니 거기에는 산삼 한 뿌리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깜짝 놀라 그것을 다려 남편에게 먹이니 병이 나았고,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서우셨나요?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광야를 헤맵니다.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는 그런 곳으로 자신들을 데려내 온 모세와 하느님께도 원망을 퍼붓습니다. 이에 하느님은 불뱀을 보내어 그들을 물어죽이게 합니다. 그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치자 하느님은 모세에게 그 불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놓고 물린 사람마다 그것을 바라보면 살 것이라 하십니다. 성경에는 “뱀에게 물렸어도 그 구리 뱀을 쳐다본 사람은 죽지 않았다.” (신명 21, 9)라고 합니다. 반대로 그것을 쳐다보지 않은 사람은 죽었다는 말입니다.

여인이 시체의 다리를 자르고 한 다리로 자신을 쫓아오는 시체를 보았습니다. 정말 공포스러운 것은 그 시체의 다리가 하나 없다는 것인데 그 다리를 자른 사람은 그것을 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공포영화에서도 가장 무서운 장면은 자신이 죽인 사람이 갑자기 타나날 때입니다. 헤로데도 왜 공포스러워 하였습니까? 바로 자신이 죽인 요한이 살아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불뱀은 이스라엘 인들이 하느님께 지은 죄를 상징합니다.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것을 자신들 스스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공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는 이들은 그것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즉 자신이 저지른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직시할 때 죄는 용서받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인정하여 두렵지만 그 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 두려운 대상은 자신을 죽이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산삼과 같이 자신을 살리는 생명의 양식이 되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죗값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죄악의 결과로 그리스도께서 저렇게 뱀의 모양으로 처참하게 죽으셔야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리스도의 수난 (The passion of Christ)’를 보면서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보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자신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렇게 수난을 당하셨다는 공포를 이겨낼 수 없기에, 아예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편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십자가는 ‘빛’입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어둠속에 빛을 창조하시어 어둠과 빛을 가르셨습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는 사람은 그 빛을 보며 구원을 얻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 빛을 떠나 더 어두운 곳으로 숨습니다.

빛을 싫어하는 이유는 자신을 보기 싫어서입니다. 이는 범죄가 어두운 곳이나 외진 곳에서 많이 벌어지는 이유와 같습니다. 남이 본다고 생각되면 좀처럼 죄를 지을 수 없습니다. 죄인일수록 남들의 시선이 따갑기만 합니다. 저도 괜히 불량배를 쳐다봤다가 맞을 뻔 한 적도 있습니다. 그들은 보통 사람의 시선도 견디지 못합니다.

반대로 위의 이야기처럼 빛은 자신을 보게 해 주고 자신을 보면 그런 추한 모습으로 계속 사는 것은 불가능해집니다. 우울증 치료 방법 중 하나는 밝은 빛 속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동해바다에 오징어잡이 배들이 불을 밝히고 떠 있던 광경을 먼 산에서 바라본 기억이 납니다. 불빛을 좋아하는 오징어는 그 빛을 따라 올라와 그물에 걸리지만 다른 고기들은 빛이 싫어 빛에서 멀리 떨어져갑니다. 내가 지금 어떤 본질의 인간인가에 따라 이미 심판은 이루어져있는 것입니다.

공기 안에는 좋은 냄새도 안 좋은 냄새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이에나는 썩은 냄새만 맡고 그 냄새를 쫓습니다. 상어는 바다에 피가 한 방울만 떨어져도 수 킬로 밖에서 그 냄새를 맡는다고 합니다. 꿀벌은 꽃을 보지만 똥파리는 똥만 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함께 존재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안에서 나쁜 것만 찾아내서 그것을 보고 판단하고 이야기합니다. 그 사람의 본성이 이미 하이에나나 상어, 똥파리로 변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날에 하느님께서 사람을 심판하실 때 양과 염소를 나눌 것이지만 심판 때문에 양과 염소가 나뉘는 것이 아닙니다. (마태 25장 참조) 이미 그 사람들이 그렇게 변해 있는 것입니다.

똥파리가 꽃의 아름다움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그 사람이 어떤 존재냐에 따라 이미 심판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빛입니다. 우리는 그 빛을 보고 십자가 밑으로 모여왔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한 세상의 빛이 됩니다.

마더 데레사가 젊으셨을 때의 일입니다. 그녀는 어느 빈민굴을 방문했습니다. 한 청년을 만났는데 씻지도 않고 방도 청소하지 않아 돼지우리 저리가라 할 만한 방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 방엔 램프가 있었지만 그 청년은 그 램프를 켜지 않았습니다.

마더 데레사는 램프가 있는데 왜 켜지 않느냐며 그 램프를 켰습니다. 그 청년은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냐며 화를 내고 다시 램프를 껐습니다. 데레사 수녀님은 지지 않고 다시 램프를 켰습니다. 그렇게 옥신각신 하다가 마침내 화가 난 청년은 램프를 밖으로 내던져 깨 버렸습니다.

마더 데레사는 집으로 돌아가 새 램프를 사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방에 불을 밝혀주고 돌아갔습니다.

10년 정도가 지나 우연찮게 그 청년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같은 빈민굴에 살고 있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서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알려주는 수녀에게 데레사 수녀를 보면 이렇게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키 작은 수녀님께 전해 주시오. 당신의 등불이 지금도 내 생활 속에 불타고 있다고 (Your light is still burning in my life)”

 

십자가는 빛입니다. 우리에게 사랑은 자기 목숨을 바쳐 이웃에게 생명을 주는 것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이기적인 사람은 그 십자가가 어리석음으로 보이고 눈에 가시처럼 자신의 나쁜 행실을 꼬집을 테지만, 빛을 따르는 우리에게는 반성하게 하고 감사하게 합니다. 모세가 하느님과 만나고 세상으로 내려왔을 때 얼굴이 빛났다고 합니다. 빛이신 십자가를 가까이 하는 사람 또한 마더 데레사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빛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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