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당신부가 되어 처음으로 신자분들이 준비한 축일축하를 받아보았습니다. 너무나 많은 축하를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셉의 생애를 묵상하다보니 이런 축하는 요셉성인의 삶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셉성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나도향 소설 ‘벙어리 삼룡이’입니다. 벙어리 삼룡이는 자신이 섬겨야 할 가족을 위해 말없이 일하고 목숨을 바치는 인물이었습니다.

오 생원도 벙어리 삼룡이의 충직한 면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삼대독자 아들은 너무 귀하게 자라서 안하무인이었습니다. 벙어리 삼룡이는 그가 자기를 구박하고 때려도 웃는 얼굴로 잘 참았습니다.

어느 날 주인집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몰락한 양반집 귀수여서 교양과 학식이 있었지만, 열등감에 시달리는 주인집 아들은 자신의 아내를 싫어했고 술에 취해 구타하기 일쑤였습니다.

어느 날 벙어리 삼룡이가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있는 아들을 업고 와서 아씨가 감사의 마음으로 부시 쌈지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것을 오해한 아들은 둘이 정분이 난 것으로 생각하고 삼룡이를 매우 심하게 때립니다.

어느 날 아씨가 목을 매우 죽으려고 할 때 삼룡이가 그것을 구해주게 됩니다. 이 일로 집안에는 삼룡이와 아씨가 내통했다고 야단이 나고, 삼룡이는 고문 끝에 쫓겨납니다.

그날 밤 그 집에 원인 모를 불이 납니다. 삼룡이는 자신들을 쫓아낸 주인들이지만 먼저 오 생원과 그의 아내를 구해내고 아씨까지 구하려고 하다가 불이 너무 거세어져 함께 죽고맙니다.

 

우리는 벙어리 삼룡이를 통해 참다운 사랑은 위에서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말 없는 충직한 머슴처럼 섬기는 마음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하느님도 당신의 아드님을 잉태한 나자렛 처녀를 맡기기 위해 벙어리 삼룡이와 같은 사람을 찾았을 것입니다. 충직하고 말 없지만 아내와 아들을 섬길 수 있는 사람을 찾다보니 요셉이 눈에 띄었을 것이고 그가 당신 성가정의 가장이 되게 하셨습니다.

사실 요셉 성인도 가장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머슴처럼 아내와 아들을 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들은 하느님의 아들이었고, 아내는 하느님의 어머니셨습니다.

 

저도 이름이 삼용이고, 세례명이 요셉입니다. 사제로서 이것보다 더 좋은 이름과 세례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이름과 세례명을 들을 때마다 성당 모든 신자들을 섬기는 머슴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아씨가 말없이 자신을 섬기는 삼룡이의 충직성에 감동하는 것과 같이 사랑은 낮아지고 섬기는 사람만이 할 수 있고 그런 사람만이 아씨를 차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교회의 신랑입니다. 예수님께서 교회를 차지하시기 위해 말없이 하셨던 것은 먼저 낮아지셔서 교회로 대표되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교회를 당신 것으로 삼으신 것입니다.

요셉 성인도 마리아라는 아내를 얻고 예수라는 아들을 얻기 위해서 당연히 머슴처럼 그들을 섬기며 묵묵히 일했을 것임에 틀림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요셉을 성인들 중 유일하게 전례력에서 한 달, 즉 삼월이 그 분께 봉헌되게 만든 영성입니다. 요셉이 성경에 많이 나오지 않고 요셉의 말 한 마디도 나오지 않지만 그 분은 교회의 원형인 성모님과 교회의 신랑인 그리스도를 지켜주셨기 때문에 ‘교회의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요셉 성인은 아내를 성모님처럼, 아들을 예수님처럼 생각했기에 성가정의 가장이 되셨습니다. 내가 먼저 머슴이 되어 섬기는 마음이 있어야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의 식구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