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19 월요일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사무 하7,4-5ㄴ.12-14ㄱ.16 로마4,13.16-18.22 마태1,16.18-21.24ㄱ

의인(義人) 성(聖) 요셉

아침 동녘하늘 두둥실 떠오른

둥글고 큰 황홀 찬란한 태양을 바라보며 그리스도 예수님을 묵상했습니다.

의인 성 요셉의 믿음의 어둔 밤을 통해 떠오른 그리스도 태양이

온 누리를 환히 밝힘을 상징합니다.

오늘은 우리 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이 1987년 3월 19일 설립된 지

만 25주년이 되는 뜻 깊은 주보 축일입니다.

그대로 ‘하느님의 기적’이 오늘 만25세 청년이 된 요셉수도원입니다.

우리가 잘나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약하고 부족했기에 하느님의 도움으로 이뤄진 기적입니다.

우리 자신의 약함이나 한계에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하느님만 바라보며 살아왔기에 하느님 친히 내려 주신 축복입니다.

자신을 바라볼 때는 어둠이요 절망이지만

하느님을 바라볼 때는 빛과 희망이 넘칩니다.

요셉 수도원에 25년 째 살아오면서

제가 가장 많이 바라 본 것은 수도원 배경의 불암산입니다.

아버지의 품이, 성 요셉의 품이 연상되는

불암산을 말없는 스승으로 모시고 많이 배우고 깨달았으며

끊임없이 위로와 힘도 얻었습니다.

크고 깊고 고요한 산 같은 믿음의 사람 의인 요셉입니다.

저는 오늘 성 요셉을 통해 고독을 묵상했습니다.

닫혀 있는 고독이 아니라

침묵 중에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려 있는 고독입니다.

고독은 수신의 대전제입니다.

이른바 신독(愼獨: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감, 경전을 단순히 입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행함)이 그것입니다.

모든 삶의 기초가 수신에서 비롯되며 고독은 필수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습니다.

요셉의 수신이 있었기에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도 가능했습니다.

고독은 영성생활에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요

고독의 깊이 없이는 하느님도 참 나도 만날 수 없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고독해 하는 적은 뵈었어도

심심해하는 적은 뵌 적이 없다는 장익 주교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심심할 때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

고독할 때는 하느님을 찾아 기도하기 마련입니다.

어제 신문의 인터뷰 기사에서 읽은,

민주화운동에 목숨을 걸었던 어느 의인의 고백을 잊지 못합니다.

“스스로에게 내린 ‘하방(下放:중국에서, 1957년부터 상급 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실시한 운동.

  간부들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하여

  관료주의나 종파주의 같은 결점을 극복하려는 목적으로 실시하였다)’

  이었습니다.

  허명(虛名)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삶,

  책을 멀리하는 삶,

  몸을 움직여 사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목공일을 제대로 배워 목수가 되고 싶어요,

  시간이 더 흐르면 지나온 제 삶과도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상처만 있었냐고, 외로움만 있었냐고,

  곳곳에 묻혀있을 행복했던 아름다웠던 순간들과도 만나고,

  내 삶과 화해하고 싶어요.”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바로 이게 하느님 안에 숨겨진 거룩한 익명의 관상적 삶입니다.

저는 이분의 고백에서 요셉 성인을, 우리 수도영성을 묵상했고,

고독을 이루는 내용을 찾았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이 목수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요셉과 예수님 모두 목수의 노동자였습니다.

허명에 기대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아 기도하고,

책을 멀리하나 성경독서에 충실하며,

머리가 아닌

몸을 움직여 일하는 단순 육체노동이

고독의 내용을 이룰 때 건강한 영성생활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요셉의 삶이 그러했고 사막교부들의 삶이 그러했으며

사막 수도생활 전통을 흠모하는 우리 수도승의 삶 역시 그러합니다.

이런 고독과 더불어 깊어지는 하느님과 관계요 믿음입니다.

의로움은 율법에의 충실이 아니라 관계에의 충실을 의미합니다.

마리아와의 관계는 물론 하느님과의 관계에도 충실했던 의로운 요셉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다시피

요셉은 마리아를 배려하여 조용히 파혼하려 했고

침묵 중에 귀 기울여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으며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즉시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희망이 없어도 희망했던 아브라함 같은 요셉의 믿음이 있었기에

나탄을 통해 다윗에게 내린 주님의 예언도 실현될 수 있었습니다.

아브라함, 다윗, 요셉 모두 한 믿음의 계보에 속함을 봅니다.

“그는 나의 이름을 위하여 집을 짓고,

  나는 그 나라의 왕좌를 영원히 튼튼하게 할 것이다.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에 대한 축복임과 동시에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이루어질 축복의 예언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성 요셉 주보 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에게 성 요셉 같은 믿음을 선사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