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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내 아버지께서 일하고 계시니"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20 조회수868 추천수13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사순 제4주간 수요일 -
“내 아버지께서 일하고 계시니”

 


 

워낭소리란 다큐멘터리식 영화를 보셨을 것입니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습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이나 됩니다. 소는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최노인이 살아 숨 쉬는 것도 기특해 보이는 나이 든 소를 너무 부려먹는다는 느낌도 듭니다. 소에 매일 아침마다 멍에를 씌우고 마차를 달고 라디오를 달고 자신은 그 위에 타고 갑니다.

보다 못한 최노인의 할머니가 이렇게 말합니다. “소 아픈데 또 데리고 나갑니까? 날마다 먹고 날 새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소타고 들에 가서... 소가 말 못하는 짐승이라서 그렇지, 그게, 아이고! 사람 같으면, 욕을 얼마나 하고 안 가려고 그러겠어요.”

물론 할아버지도 소의 심정을 잘 아십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참 불쌍해요. 이게, 30년 동안을 내가 수레를 타고 다녔으니 뭐... 사람 같았으면, 아이고! 나라면 죽었을 거야. 맞아 죽어도 죽었을 거야. 허허.”

소를 우시장에 팔러 가기 위해 마지막 여물을 먹일 때 아내는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먹어, 니 죽으러 가는 거 아니래. 니나 내나 고생 많이 했다. 주인을 잘 못 만나가지고. 만날 날만 새면 들에 가고 비나 눈이오나 끌고 가고...”

죽기 직전 최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멍에와 코뚜레를 풀어주고 빼내어줍니다. 그리고 소가 남겨놓은 것은 수많은 장작더미, 추우니까 때라고 그렇게나 많이 남겨놓고 떠나간 그의 빈자리는 최노인에게는 너무도 큽니다. 죽은 소를 생각하며 워낭을 흔들며 소리만이라도 들어보고 싶은 노인의 얼굴에선 그 말 못하는 소가 그 노인에게 얼마나 큰 존재로 자리하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왜 최노인은 자신을 가누기조차 힘든 소를 매일 끌고나가 고생을 시켰을까요? 왜냐하면 그를 위해 고생하지 않으면 더 이상 그의 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노인이 소에게 그렇게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일을 시킨 이유는 그렇게 일을 해야 자신에게 가장 사랑받는 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로마에서 유학할 때 저희 교구 차로 아주 오래된 대우 라노스가 한 대 있었습니다. 빨리 달리면 유리창에서 피리 부는 소리가 나는 10년이 넘은 차였습니다.

우리는 새 차를 사기 위해 돈을 걷었고 독일 차로 샀습니다. 그런데 라노스가 처치곤란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보험료나 유지비를 다 낼 테니 라노스를 살려두자고 제안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이내 엔진이 고장 났고 중고로 엔진을 가는데도 2백만 원 이상 들어갔습니다. 교구회비로 보조를 받아서 엔진까지 갈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연료계통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것저것 갈아 넣어 더 이상 고장 날 것이 없어 보였는데도 2주일에 한 번씩은 속을 썩였습니다. 불안해서 멀리 끌고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말이 정확히 맞는 차였습니다. 그 차를 살리기 위해 여러 차례 돈과 시간을 쏟아 부은 것은 아깝지만 끊임없이 주인을 불안하게 만들고 돈을 요구하는 그 차를 더 이상 살려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폐차를 시켰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며 하느님과 자신을 대등하게 놓으십니다.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

이에 유다인들은 예수께서 안식일을 어길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당신 아버지라 부르며 하느님과 자신을 대등하게 만드는 것에 분개합니다.

이에 예수님께서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의 아들이 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것을 보지 않고서 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께서 하시는 것을 아들도 그대로 할 따름이다.”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충실한 종이 되어주시기에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당신의 모든 애정을 주시는 것입니다. 마치 최노인이 소를 고생시키지만 그 말 잘 듣는 소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것과 같습니다.

사실 소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최노인이 일을 시키지 않으면 소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운전을 할 때도 차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운전자도 일을 합니다. 운전자가 일을 할 때 차는 운전자를 그대로 따라주기만 하면 됩니다. 예수님도 혼자 일을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께서도 예수님 안에서 일을 하시고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그대로 함으로써 아버지의 사랑을 드러내시는 것입니다.

만약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쏟아 부으시는 애정에도 불구하고 마치 라노스처럼 돈만 먹고 일은 하지 않는다면 그것의 운명은 주인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리스도의 일을 하고 계시니 이 세상에서는 쉴 여유가 없습니다. 그 분이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를 고생시키시는 이유는 우리를 당신 것으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또한 이렇게 고백합시다.

“그리스도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목요일부터 주일까지 꾸르실료 교육에 가기 때문에 주일까지는 복음묵상을 쉬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빕니다~ ^ ^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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