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어머! 냄새
작성자이유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22 조회수955 추천수5 반대(0) 신고

승객을 모시기 위해 강남터미널 택시정류장에 들어서면 대부분 줄을 서게 된다. 줄은 택시뿐만 아니라 승객들도 줄을 서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기사들은 과연 어디로 가시는 어떠한 손님이 내차에 승차하실지 참 궁금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손익 계산을 따지고 있는 것이다.

 

가끔 승객들의 줄에 신부님 또는 수녀님이 서계신 경우가 있는데 내겐 예수님이나 성모님이 줄서계신 듯 반갑고 기쁘고 가슴이 설래 인다. 꼭 내차에 타실 수 있도록 양측의 순번이 맞도록 주님을 바라본 적도 있다. 주행 중에 길가에서 신부님과 수녀님을 모신경우도 있는데 신자라면 모두가 그렇겠지만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어느 날 길가에서 수녀님이 손을 들어 내차를 세우셨다. 나는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반갑고 기쁜 얼굴로 수녀님을 맞이하였다. 내차에 오르신 수녀님께서 타시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어머! 냄새야~하시며 코를 살짝 가리신다. 나는 순간 지옥으로 쿵! 떨어진 기분이었다. 나는 인사도 할 수 없었고 말없이 가면서 생각했다 아니 수도자이신 수녀님께서 어떻게 이런 사실적 표현을 하실 수 있을까? 일반 손님에게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씀이었기에 내 탓보다 수녀님의 자질이 의심스러웠다. 혹시 사무실에서 행정업무만 보시는 수녀님이 아니실까? 아니지 업무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수도자이신데! 그럼 수련수녀로 이제 막 입회한 수련수녀님인가? 하여간 냄새에 적응을 잘 못하는 수녀님이시로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서운한 마음으로 목적지까지 모셔드렸다.

 

이러한 계기로 나는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상황과 처지는 매우 다양할 텐데 “모든 것을 수용하기위하여 모든 것을 참기로” 택시영업을 하며 곤란한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중 하나는 냄새나는 손님이다. 술을 많이 드신 승객이 차안에 토할 경우, 일 년은 씻지 않은 듯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차 좀 태워달라는 무임승차하는 노숙자등 어떠한 경우든 나는 창문을 열지 않기로 결심하고 실행하였다. 물론 본인들이 스스로 참을 수 없어서 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냄새를 맡는 코는 곧 마비가 되는 듯 좋은 냄새 싫은 냄새 모두가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무덤덤해진다 .정말 하느님께서는 감당하지 못할 일을 우리에게 요구하시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주셨다. 냄새를 참기로 작정하였으니 냄새를 뛰어넘으면 저분이 왜 저렇게 됐을까?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고 이해하는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 그리고 타인들의 어려운 처지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영적사정, 유한한 인간의 한계성으로 인한 얽히고설킨 다양한 삶을 바라보며 나를 비롯한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 하느님의 사랑, 구원의 타당성, 은총에 대한 감사함이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참는 것은 참 많은 것을 바라보고 얻을 수 있는 눈과 손 같다. 코로 맡는 냄새도 있지만 눈으로 귀로 맡는 냄새도 있다.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풍기는 냄새인 인품의 향, 성령의 열매인 그리스도인의 향기 곧 그리스도의 향기는 눈과 귀, 영으로 맡을 수 있다. 매우 싫은 냄새를 풍기는 형제자매들이 있는데 아름다운 향기를 싫어하고 신자이면서도 세속의 냄새를 더 좋아하며 그리스도의 길을 방해한다. 이 역시 냄새임으로 내가 참아내야 하고 더욱 역겹기만 하다. 하지만 내게 용기를 주시는 말씀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이렇게 말씀이 내게 말씀해 주신다.

 

지금 생각해보면 냄새난다고 하신 수녀님이 고맙기만 하다. 혹시 그분은 나를 위하여 주님께서 도구로 쓰신 분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왜냐하면 어떻게 그 일로 그러한 생각과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도저히 나의 자질로 보아 지금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더구나 나 역시 지금도 더러운 냄새가 가시질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님! 항상 멀리보고 끝까지 참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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