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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25 조회수668 추천수9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3월 25일 사순 제5주일




“I am troubled now. Yet what should I say?
‘Father, save me from this hour’?
But it was for this purpose that I came to this hour.
Father, glorify your name.”
(Jn.12,27-28)



제1독서 예레미야 31,31-35
제2독서 히브리서 5,7-9
복음 요한 12,20-33

강화에서 일을 보고서 다시 인천으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조금 늦은 시간으로 약간 어두컴컴한 때였지요. 차를 운전하며 나오는데 저 멀리 두 명의 여학생이 도로변을 걷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학생들이 걷고 있는 방향으로는 주택이 있는 곳까지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아마 버스가 잘 오지 않는 도로다 보니 계속 기다리는 것보다는 걷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러나는 저는 갈등이 생겼습니다.

‘일도 다 끝났는데 저 학생들 집까지 바래다줄까? 그런데 혹시 나를 치안으로 생각하면 어쩌지? 요즘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는데 괜히 태워줘서 엉뚱한 일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갈등을 하다가 그 옆을 지나쳤지요. 그런데 마음이 편치 않은 것입니다. 결국 그 자리에 잠시 섰다가 다가오는 학생들을 태워서 집까지 바래다주었습니다.

친구들과 놀다가 버스를 놓쳤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 학생들은 저를 치안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무척이나 고마워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일도 엉뚱한 일도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어려움 속에 있는 학생들을 도와주었다는 생각에 오히려 개운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냥 지나쳤다면 어떠했을까요? 계속해서 찜찜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만 상상했던 저였지요. 어쩌면 우리들은 엉뚱하고 말도 안 되는 상상으로 해야 할 사랑의 실천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실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인데 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기에, 이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들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는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밀알에 대한 말씀을 하시지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밀알은 어떻게 되어야 정상이며 당연한 것일까요? 그냥 땅에 떨어져 죽지 않음으로 한 알 그대로 남는 것이 아닙니다. 밀알은 땅에 묻혀서 밀알 하나라는 전의 모습은 죽고 새로운 많은 열매로 거듭 나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 역시 이런 모습을 갖추는 것이 분명히 당연한데도 죽지 못하지요. 자기 하나만을 철저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남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자기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 손해를 절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 세상의 돈과 명예가 최고라는 생각…….

이러한 생각들이 당연하게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우리 역시 자기를 죽이고 남을 살리는 당연한 일을 해야 합니다. 남을 살리는 당연한 일이 바로 사랑과 나눔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진정한 목숨을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셨기 때문에, 철저히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셔서 스스로를 우리 모두를 위해 내어 놓으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얼마나 나를 내어놓는 삶을 살고 있을까요?

욕망이 모두 채워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당신은 생각하지요? 아닙니다. 바로 그 욕망과 집착이 오히려 당신을 긴장하게 하고 낙심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고 두렵게 만들 것입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최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뻔한 말이 결국 옳다는 걸 현장에서 배웠다(이상준).


예전에 찍었던 사진. 강아지에게 덤비는 사마귀. 겁도 없이..



감사를 받을 생각은 버리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저 친구를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글쎄 고마워할 줄 몰라. 괜히 도와줬어.”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 정말로 괜히 도와준 것일까요? 그렇다면 우리들이 도와주는 목적은 고마움을 받기 위한 것일까요? 그래서 내가 도움을 주면서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참 고맙지?”

아닙니다. 그보다는 사랑을 실천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뿌듯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 자신을 뿌듯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많습니까?

“쓰레기 줍기, 좋은 말 쓰고, 욕하지 않기,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기, 웃어 주기, 앉은 자리 양보하기, 사랑하기....”

그런데 이렇게 나를 뿌듯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이에 대한 대가를 받으려는 순간 뿌듯함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내 안에 부정적인 마음과 미움의 마음이 자리 잡게 되지요.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첫 번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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