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역사와 민담 성격을 지닌 이야기 들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서도 사순시기에 어김없이 들어야 하 는 긴 독서가 있는데, 바로 다니엘서에 나오는 수산나 이야기 는 단연 반전 드라마의 백미로 꼽을 수 있겠다. 내용의 배경과 과정도 그렇지만, 마지막에 다니엘 예언자를 통하여 독자들을 반전 드라마의 절정으로 이끄는 상황이 무척 흥미롭다. 인간의 욕정과 욕망이 두 원로의 눈을 멀게 하다. 하느님을 섬기며 흠 없이 살아온 수산나를 향한 그들의 파렴치한 행위는 곧바로 선하고 힘없는 한 여인의 운명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모 은다. 도 아니면 모다. 수산나는 그들의 협박에 굴복하여 치욕 을 얻느니, 차라리 영예로운 죽음을 택하기로 한다. 닥쳐온 위 기는 곧바로 예정된 수순에 따라 음모로 이어지고, 수산나는 군중과 원로들 앞에서 한없이 비열하고 거짓된 위선자로 낙인 찍히며 꼼짝없이 돌에 맞아 죽을 위험에 처한다. 그때 수산나 의 심정은 어땠을까? 마지막 순간 하느님을 향해 외치는 그의 절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죄 없이 못 박혀 죽으시며 외친 절규와 비슷하리라. '아버지,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우리 삶은 이런 식이다. 늘 음모와 오해, 편견과 독선 속에서 진실은 사라지고 왜곡된다. 그래서 우리 삶에는 반전이 필요하 다. 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그런 반전이 필요하다. 다니엘은 이 런 반전 드라마의 매개체로 등장한다. 교만하고 위선적인 원로 들과 그들의 말을 곧이듣고 돌을 들던 우매한 군중을 향한 하 느님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이제 다니엘이 하느님의 지혜로 가 득 차 그들의 음모를 밝힌다. 그들은 자신들의 올가미에 스스 로 걸려들어 자신들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게 된다. 이 얼 마나 통쾌한 반전인가? 죽음에 처한 수산나에게는 구원이, 독 선과 위선으로 가득 찬 원로들에게는 죽음이 다가온다. 진실이 묻히는 세상, 진실보다 거짓을 더 진실처럼 믿고 사 는 세상에서 우리는 반전을 꿈꾼다. 하느님의 드라마는 이런 반전의 연속이다. 그것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세상도 마찬가 지다. 늘 도식대로 이루어진 삶에는 희망도 비전도 없다. 오직 하느님께서 이러한 반전을 일으켜 주시는 희망임을 깨닫기 전 까지는 말이다. 복음에 나오는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는 이런 반전 드라마의 신약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 이 여인이 간 음 현장에서 붙잡혔는지는 성경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성경을 읽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기자. 어째든 그녀는 사람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녀의 치부를 드러내어 짐짓 자신들의 위 선을 감추고 싶어했던 이들에게 잡혀 끌려 나왔다. 아니면 이 럴 수도 있겠다. 그녀와 관계를 즐기던 일부 유다인들이 그녀 와의 관계를 독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그녀를 공개 처형 하기로 마음먹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여인은 이제 돌에 맞아 죽을 운명에 처했다. 그리고 이것은 호재다. 가뜩이나 눈엣가시이던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 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예수님은 말없이 땅 바닥에 뭔가를 쓰며 딴청을 피우신다. 여인이 땅에 내팽개쳐져 죽을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더 아우성이다. 뭔가 반응이 없으면 더 난리를 치는 것이 본래 열 받은 사람의 특징이니까. 결국 예수님은 몸을 일으켜 한마디 하신다. "너희 가운데 죄 없 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 참 통쾌한 한마디이다. 반전 드라마의 예수님 편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이 말에 끝까지 돌을 들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여인은 측은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예수님을 바라봤고, 그 순간이 곧 구원이었다. 이후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많은 교부들은 그 여인이 바로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 막달라 마리아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전승이 그렇게 전하는 것은 그 사건의 극적인 부분을 성경 속 에서 찾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느님의 드라마는 성경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계 속된다. 반전이 필요한 사람들, 인생 역전을 이루고 싶은 사람 들 속에서, 반전과 역전은 우리 삶이 나락에 떨어져도 희망을 갖게 하는 힘이다. 반전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도, 운동 경기 에서 막판 역전이 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느님이 이루 실 인생의 반전과 인류의 반전 역사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흥미 롭기까지 하다. 그날을 볼 수 있을까? 아마도 내 생을 마치는 그날, 반전 드라마는 완성되리라.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결론으로 말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