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31 사순 제5주간 토요일 예레37,21ㄴ-28 요한11,45-56

일치의 중심

오늘 말씀 묵상 중 자연스럽게 떠오른 주제는 ‘일치의 중심’이었습니다.

중심이 있어야 일치입니다.

중심이 없는 오합지졸의 집단은 얼마 못가 공중분해됩니다.

우리 믿는 이들은 이익집단도 이념집단도 아닌

하느님 중심의 공동체입니다.

굳이 파로 한다면 ‘좌파’나 ‘우파’도 아닌 ‘하느님파’입니다.

너그럽고 자비하신 하느님, 사랑과 정의의 하느님파입니다.

하느님은, 그리스도 예수님은 일치의 중심입니다.

마음이, 뜻이, 성격이 맞아 일치의 공동체가 아니라

일치의 중심이신 하느님을 향할 때

비로소 다양성의 일치, 하나의 공동체가 됩니다.

일치의 중심을 잃을 때 저절로 공동체의 분열과 부패가 뒤따릅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렇게 일치의 중심을 잃어 분열과 부패로 안에서부터 무너지면

속수무책, 아무도 도와 줄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우리 수사님이 ‘강소농(强小農)’ 농민교육에 참석했는데

그 명칭이 참신합니다.

한자 뜻대로 작지만 강한 농업을 지향한다는 의미인데

작지만 강한 개인이나 공동체는 일치의 중심이 확고할 때 가능합니다.

개인이나 나라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봐도

거의 모두가 내부의 분열과 부패로 자초한 멸망사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작아도 일치의 중심을 향해 일치단결된 공동체는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는 자기들의 우상들과 혐오스러운 것들과

  온갖 죄악으로 자신을 부정하게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에제키엘 예언자의 말씀을 통해

이스라엘이 왜 분단의 비극을 겪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우상들과 온갖 죄악으로 일치의 중심이신 하느님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어 주님은 이들에게

일치의 중심인 당신을 향하게 함으로 구원을 약속하십니다.

“그들이 저지른 모든 배신에서

  내가 그들을 구원하여 정결하게 해 주고 나면,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

  나는 그들과 평화의 계약을 맺으리니,

  그것이 그들과 맺는 영원한 계약이 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복을 내리고 그들을 불어나게 하며,

  나의 성전을 영원히 그들 가운데 둘 것이다.

  이렇게 나의 거처가 그들 사이에 있으면서,

  나는 그들의 하느님의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에제키엘의 예언은 바로 영원한 목자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평화의 계약, 영원한 계약인 주님의 성체성사를 통해

그대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 있는 일치의 중심인 주님의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을 모시는 우리들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들이고

하느님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임을 새롭게 깨닫는 복된 시간입니다.

하느님의 신비는 사랑의 신비이자 일치의 신비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열쇠는 역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나자로를 살린 주님의 사랑이 급기야는 주님을 죽음에로 이끌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온 인류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경륜이

오늘 복음 중 가야파의 예언에서 환히 드러납니다.

카야파의 예언에 대한 복음사가의 해석입니다.

‘이 말은 카야파가 자기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해의 대사제로서 예언한 셈이다.

  곧 예수님께서 민족을 위하여 돌아가시리라는 것과,

  이 민족만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나로 모으시려고 돌아가시리라는 것이다.’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들에게 일치의 중심은

그리스도 예수님 한 분 뿐임을 깨닫습니다.

매일의 거룩한 미사를 통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 모두를 당신께 모으시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