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2 성주간 월요일 이사42,1-7 요한12,1-11

관계의 중심

사랑 역시 항구한 의지적 노력이요 자기와의 싸움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묵상 중 저절로 떠오른 주제는 ‘관계의 중심’이었습니다.

얼마 전은 ‘일치의 중심’이었습니다만 오늘은 ‘관계의 중심’입니다.

관계를 떠나 살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관계는 존재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두가 신비이지만 관계 역시 신비입니다.

관계는 앎이자 힘이요 의미입니다.

천국과 지옥 역시 장소 개념이기보다는 관계 개념입니다.

관계 나쁘면 아무리 좋은 환경도 지옥입니다.

관계의 단절이 아닌 관계의 정화와 성화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소유를 보시는 게 아니라 당신과의 관계를 보십니다.

주님 앞에 갖고 갈 수 있는 것도

주님과의 관계 외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랑의 관계, 믿음의 관계, 희망의 관계입니다.

관계의 중심이자 관계의 깊이입니다.

관계 중의 관계가 주님과의 관계요

이 주님과의 관계를 깊이 하는 것이 우리의 영적 삶의 평생과제입니다.

이런 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의 마리아와 유다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외적으로야 똑같은 예수님 발 앞에 있지만

주님과의 내적 관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마리아는 주님과 깊은 사랑과 신뢰의 관계에 있지만

유다는 철저한 이해관계에 있습니다.

사랑이 통째로 빠져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그러자 온 집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였다.’

사랑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분별의 지혜로 돈을 써야 할 때는 아낌없이 씁니다.

바로 여기 사는 보람, 사는 기쁨이 있습니다.

온 집안에 가득한 향유 냄새는

그대로 마리아의 사랑의 향기를 상징합니다.


이와 대조적인 게 유다입니다.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말은 사람입니다.

유다가 누구인지 이 한 마디 안에 다 들어있습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이 없습니다.

사랑이 아닌 철저한 이해관계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관계 역시 이해관계이기에 유다를 크게 탓할 바 못됩니다.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신뢰가 사라지면 저절로 차디 찬 이해관계가 자리 잡게 됩니다.

관계 중의 관계가 주님과의 관계입니다.

주님은 관계의 중심입니다.

주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저절로 믿음도, 사랑도, 희망도 깊어집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들은 주님 사랑의 표현이자

이 수행들을 통해 주님과 사랑의 관계도 깊어집니다.

주님과 함께 살면서 주님과 무관한 삶이라면 기쁨도 행복도 없습니다.

하여 우리의 공동전례기도 역시

주님과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깊이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주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우리 역시 이사야가 말한 주님의 종을 닮아갑니다.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바로 주님의 종인 예수님의 모습이요,

우리 역시 주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서서히 이런 자비롭고 온유하며 겸손한 삶으로 변모되어 갑니다.

우리의 영원한 계약이자 빛이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보지 못하는 우리의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우리를 자기 감옥에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우리들을 삶의 감방에서 풀어주시어

자유롭게 살게 하십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네.”(시편27,1ㄱ).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