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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여 - 04 두 번째 회개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02 조회수412 추천수2 반대(0) 신고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1. 스스로 깊어지는 힘, 회개

04 두 번째 회개
필라델피아에서의 첫 번째 회개 후 나는 성령의 축복 속에 새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굴곡이 많았습니 다. 모든 일이 은혜롭게 진행되다가도 어느 사이 헝클어지는 듯했고 과거의 어려움이 되풀이되곤 했습니다. 왜 그럴까? 내 사목생활과 사 제생활이 주님 안에서 안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 까? 내가 회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인가? 며칠 동안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회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단식하고 기도하면서 회개의 은총을 청했습니다. 1980년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내 생애 두 번째로 소중한 은총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는 신자들이 피정을 앞두고 있던 터라 나 자신이 좀 더 사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제로서 올바른 삶을 위해 묵상을 했습니다. 그 러나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되어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러던 어느 날 오후 응접실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깨어났는데, 40년 넘 게 살아온 내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회개해야 할 일들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신기해서 그것들을 하 나하나 적어보았습니다. 열두 개 정도였습니다. 나는 즉시 꿇어앉아서 나를 회개시키기 위해 지난날의 잘못을 알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회개하는 마음을 주시고, 또 고해할 용기를 주시고, 마음 편하게 고해할 수 있는 사제 를 아내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날 밤 신학교 동기 신부님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전화를 해왔습니 다. 콜럼버스의 성령기도회를 체험해보고 토론토에서도 성령기도회 를 만들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마음이 통하는 편안한 동기 신부님을 때맞추어 고해신부님으로 보내주시다니. 나는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 공항으로 마중 나간 나는 신부님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그분을 만나서 지난날의 잘못을 오늘 다 고해하고 나면 3,4일 동안 어떻게 얼굴을 맞대고 같이 지낼 수 있을까? 갑자기 인간적인 생각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그분을 차에 태우고 사제관에 오는 동안 내 마음 은 몇 번이나 오락가락했습니다. 어떻게 지난날의 좋지 못한 일들을 다 고해할 수 있을까?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한 가지만 빼고 고해 하면 되지 않을까?' 했다가, 다시 5분 정도 지나자 이번엔 '그걸 빼고 하려면 뭐 하려고 고해해?', '오늘 하지 말고 공항으로 떠날 때 차 안 에서 한 10분 정도 고해성사를 하고 보내면 차라리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잠시 마음이 편해지는 듯하다가도 이내 불 편해졌습니다. 그때 '중요한 일은 먼저 해야 하겠다.'고 하느님께 기 도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다시 마음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갈등이 끊이지 않는 사이, 25분 거리에 있는 사제관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신부님을 응접실로 안내하고 커피를 드리고 나서, 잠깐 화장 실에 간다고 말하고는 성당으로 갔습니다. 제단 앞에서 예수님께 기 도했습니다. "흔들리는 제 마음을 바로잡아 주십시오. 처음 마음먹은 대로 실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오늘 고해성사를 볼 수 있는 은혜를 저에 게 내려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고 나서 돌아온 나는 용기를 내어 고해성사를 보았습 니다. 나는 미리 써서 준비한 것을 보면서 40여 분 정도 하나하나 빠짐없 이 고해를 했습니다. 평생 내 속에 남아 있던 갖가지 죄를 이렇게 성 실하고 정직하게 고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고해성사를 마 치고 나자 신부님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나도 고해성사를 보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신부님의 고해성사를 받아주었습니다. 신 부님의 고해는 나보다 더 단순하고 은혜로운 고백이었습니다. 고해성사를 마치자 신부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사제생활을 처음 시작한 그날보다 더 은혜롭습니다. 우리의 순수한 영혼이 창공을 날아가는 것과 같은 자유를 느낍니다. 정말 이 날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 다." 나는기도를 들으면서 성경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 서로 고해성사를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깊은 영적 유대를 갖게 되었 습니다. 성사 안에서 좋지 못한 것, 죄스러운 것, 우리가 실패했던 것 들을 서로 솔직하게 나누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후에도 오랫동안 영 적으로 좋은 친구가 되었고, 서로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는 아름다 운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교환사목을 하면서 워싱턴과 토론토 교우들에게도 영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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