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14 부활 팔일 축제 내 토요일 사도4,13-21 마르16,9-15

“보고 들어라!”

오늘은 눈과 귀에 관한 묵상을 나눕니다.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에 감사한 일인지요.

보라고 있은 눈이요 들으라고 있는 귀입니다.

궁극에는 하느님을 보라고 있는 눈이요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라고 있는 귀입니다.

예전 고백성사 시 온통 귀 기울여 들을 때

마치 내 존재 자체가 귀가 된 느낌을 잊지 못합니다.

순간 하느님은

모두를 듣는 귀요 모두를 보는 눈이라는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새벽 묵상을 겸한 조깅 중 예수 부활 상 앞에 잠시 멈췄습니다.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

라는 시편 말씀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바쁠수록 둘러가라는 말도 있듯이

때로 멈추어

하느님을 바라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관상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입니다.

너무 바쁘게 휩쓸려 숨차게 살다보니

자기를 잊고, 하느님을 잊고 사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잠시 머물러 주님 사랑 안에 머물 때

정화와 치유의 구원이 있고 하느님과 더불어 나를 알게 됩니다.

어제 수녀원에서 두 시간 동안 고백성사를 주며

대부분 수녀님들에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보속을 주었습니다.

“문제는 내 안에 있고 답은 하느님 안에 있습니다.

  성전에 들어가셔서

  약 10분 정도 마음 활짝 열고 주님 사랑 안에 머무십시오.”

사실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의 말씀을 들을 때

내 안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됩니다.

내 안의 문제에 대한 답은 바로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주님 안에 머물 때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입니다.

마음 따라 보는 눈이요 마음 따라 듣는 귀입니다.

마음 없으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마음 없으면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수도생활의 궁극 목표 역시 마음의 순결입니다.

마음 깨끗한 이들이

마음의 눈이 열려 하느님을 보고,

마음의 귀가 열려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을 보고 들을 때

하느님 체험으로 샘솟는 내적 힘에 담대한 사람이 됩니다.

바로 사도행전의 베드로와 요한이 그러합니다.

무식하고 평범한 두 사도가 그토록 담대함에

유대 지도자들과 원로들과 율법학자들은 모두 놀랐다 합니다.

무식하고 평범하다는 것은 역으로

사도들의 깨끗하고 단순한 마음의 소유자임을 알려줍니다.

이런 깨끗한 마음 있어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한

베드로와 요한의 담대한 고백이 힘이 넘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 일인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나 이제나 보고 들은 것을 전한 예언자들이었고

오늘날 예언직과도 같은 일을 수행하는 언론인들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보고 믿는 것보다 듣고 믿는 것이 어렵습니다.

주님은 토마에게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자가 복되도다.’

말씀하셨지만,

복음의 대부분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보고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도규칙서는 ‘들어라!’로 시작되고 있고

예언자들의 한결같은 선포도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라!’로 시작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도 듣지 못해 믿지 못함은

바로 마음이 불신과 완고함으로 무뎌져 있고 닫혀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제자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서 살아 계시며

  그 여자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돌아가 다른 제자들에게 알렸지만

  그들의 말도 믿지 않았다.’

제자는 물론 우리 모두의 한계이자 보편적 모습입니다.

마침내 부활한 주님은

열한 제자들에게 나타나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습니다.

마음이 불신과 완고함에 닫혀져 있는 한

주님을 봐도 보지 못하고 주님의 말씀을 들어도 듣지 못합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 마음의 눈을 열어주시어 당신을 뵙게 하시고

마음의 귀를 열어주시어 당신의 말씀을 듣게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당신의 복음 선포자로

온 세상이 상징하는바 우리 삶의 자리로 파견하십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