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15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주일)

사도4,32-35 1요한5,1-6 요한20,19-31

하늘나라 공동체

계속되는 주님 부활 축제입니다.

바야흐로 만개하기 시작한 봄꽃들이 주님 부활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온 누리 가득한 하느님의 영광이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방금 흥겹게 부른 화답송 후렴이 부활의 기쁨을 고조시킵니다.

“주님께 감사하라, 그 좋으신 분을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

부활 2주간 내내

화살기도 노래로 바쳐도 참 좋은 오늘 화답송 후렴입니다.

얼마 전 바오로 병원 찻집 창문에 씌어있던 영문 구절이 생각납니다.

“Taste a piece of heaven on the earth(지상에서 하늘을 맛보라)”

참 유쾌하면서도 영적인 유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 덕분에

땅위에서 하늘 기쁨을 맛보며 살 수 있게 된 우리들입니다.

세상 안에 살되

세상을 이긴 하늘나라공동체를 이뤄 살 수 있게 된 우리들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믿는 이들 모두가 목표로 하는 하늘나라공동체입니다.

하늘나라 공동체는 평화의 공동체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를 다스릴 때 비로소 평화의 공동체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두려움과 불안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오늘 두려움에 문을 꽁꽁 닫아걸고 있던

제자들을 방문하신 주님의 선물이 평화였습니다.

아니 부활하신 주님 자체가 하느님의 평화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도래할 때 불안과 두려움의 어둠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평화와 기쁨의 빛으로 충만합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Peace be with you)!”

유대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던

제자들 한 가운데 임재하신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입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 모두 기뻐했다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중심에 모신 공동체가 하늘나라공동체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으로부터 끊임없이 선사되는 평화와 기쁨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말 그대로 평화와 기쁨의 샘입니다.

오늘 복음에 ‘평화가 너희와 함께!’ 무려 세 번 나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임재하실 때 우선적인 선물이 평화입니다.

이 평화의 선물 또한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평화와 더불어

성령을 선사하심으로 용서의 공동체를 이뤄주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남아 있을 것이다.”

부활하신 주님은 평화를 선사하시고

평화의 일꾼으로 우리를 파견하십니다.


하느님의 숨결인 성령으로

우리를 새로 나게 하시고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선물인

성령의 은혜로 완성되는 용서와 평화의 하늘나라 공동체입니다.

하늘나라 공동체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하느님 사랑의 현현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샘입니다.

십자가의 주님은 그대로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통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통해 환히 들어납니다.

어제 수도원 정문 성가정상 옆에 십자가를 축복하면서 새삼

‘아, 십자가는 우리 역사의 중심, 세상의 중심, 공동체의 중심,

  우리 삶의 중심이구나.

  이 십자가의 중심이 없으면 우리 삶은 얼마나 무의미하고 공허하겠는가.

  십자가 없이는 부활도 없다.’ 라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소통이요 생명입니다.

바로 주님의 십자가가 상징하는바

위로는 하느님과 사랑의 소통이요 옆으로는 이웃과 사랑의 소통입니다.

바로 사랑의 소통 중심에 자리 잡고 계신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이십니다.

오늘 저는 요한 1서 말씀을 이런 관점에서 묵상했습니다.

수직의 하느님 사랑과 수평의 이웃 사랑이

부활하신 주님의 십자가에서 하나로 만날 때 온전한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그 자녀도 사랑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계명을 실천하면,

  그로써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분리되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웃을 사랑하며

진정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애매하고 추상적인 하느님 사랑이 아니라

이웃 사랑을 통해 환히 들어나는 하느님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을 그대로 형상화하고 있는

하느님 사랑의 십자가입니다.

우리 삶의 중심에 계신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비로소 실현되는

사랑의 하늘나라공동체요 이런 공동체가 세상을 이깁니다.

하늘나라 공동체는 일치의 공동체입니다.

현실이 바탕이 되어 줄 때 평화와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가난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옆문으로 나아갑니다.

사랑 만 아니라 평화도 사랑 따라 나아갑니다.

가정불화의 원인은 대부분 경제적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돈 떨어지면 평화도 사랑도 사라집니다.

하느님이 이상이라면 돈은 현실입니다.

평화와 사랑의 이상이 실현된 공동체를 위해

자발적 나눔과 공정은 기본입니다.

바로 사도행전의 공동체가

하늘나라 공동체의 구체적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게 진짜 평화와 사랑, 일치가 실현된 공산주의입니다.

공동체 운동을 하는 자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고

우리 수도공동체가 지향하는 유토피아 하늘나라 공동체입니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자유와 평등 문제입니다.

자유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평등을 추구하는 공산주의의 갈등입니다.

바로 이 자유와 평등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주는

사도행전의 공동체입니다.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모두 큰 은총을 누린 결과 유토피아 하늘나라 공동체의 탄생입니다.

다음 아름다운 유토피아, 일치의 공동체 모습에 대한 묘사입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다.

  그들 가운데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팔아서 받은 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

바로 이게 세상을 이긴 천상공동체의 모습입니다.

강제나 의무가 아닌 자발적 사랑의 봉헌과 나눔의 공동체입니다.

저절로 사랑과 정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이니

이게 바로 세상을 이긴 유토피아 하늘나라 공동체입니다.

강제가 아닌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으로 가능한

자발적 사랑의 나눔의 공동체입니다.

이기적 탐욕을 버린 공동소유가 바로 일치의 초석임을 깨닫습니다.

‘내 것’ ‘네 것’ 가르기 시작할 때 공동체의 일치는 상처를 입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차별이 드러날수록

공동체의 분열도 가속화 됩니다.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는

바로 이런 평화와 사랑, 일치의 유토피아 하늘나라 공동체입니다.

어제 어느 유명한 영화인과의 인터뷰 기사 중

마지막 문답을 잊지 못합니다.

-도대체 영화는 무엇인가? -

“영화는 내 꿈이자 밥이다. 꿈꾸었던 대상이었는데 밥을 먹고 사니까”

얼마나 멋있는 삶인지요.

꿈을 실현하여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바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자기 일이 꿈이자 밥이 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바로 유토피아 하늘나라 공동체의 꿈을 살 때 꿈은 밥으로 실현됩니다.

바로 사도행전의 공동체는

하느님의 꿈이 밥으로 실현된 이상적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 시간,

우리의 하늘나라 공동체의 꿈이

주님의 말씀과 성체의 밥으로 현실화되는 복된 시간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