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16 부활 제2주간 월요일 사도4.23-31 요한3,1-8

사람(人)과 길(道)

오늘은 사람과 길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길을 찾는 사람이라 하여 구도자입니다.

하여 구도자의 공통점은 길을 걷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길을 가는 사람이라 하여 도인(道人)이요

사람이 가라 있는 인도(人道)입니다.

멀리 난 길을 보면

저절로 설레는 맘에 길을 떠나고 싶은 본능이 일어납니다.

길을 찾는 인간임을 보여줍니다.

길 없는 인간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길을 잃어 방황이요 길이 막혀 좌절입니다.

길에서 나서 길을 가다 길에서 죽는 사람입니다.

얼마 전의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20세기 수도영성의 대가인 토마스 머튼과 드 브궤 신부님의 죽음입니다.

토마스 머튼은 아시아 여행 중 방콕에서 임종했고,

아달베르 드 보궤 신부님은 오랫동안 수도원 경내에서 은수자로 살다가

숲길 산책 중 임종했고

사후 일주일 만에 숲길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합니다.

신부님은 걷기를 워낙 좋아해

혹자는

그분을 ‘위대한 도보자(a great walker)’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바로 길 위에서 도사(道士)로 살다가 길 위에서 도사(道死)했으니

진정 수도승다운 죽음이란 생각도 듭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바로 길입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요한복음의 첫 구절을

중국 성경은 ‘한 처음에 도(道)가 계셨다.’로 번역합니다.

바로 말씀이자 길이신 주님이심을 알려줍니다.

실제 주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라고 천명하셨습니다.

결국 부활하신 주님은 말씀이자 길이란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참 도인(道人)이자 인도(人道)는 부활하신 주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참 길이신 부활하신 주님을 찾았을 때 담대한 자유인이요

찾지 못했을 때 소심한 부자유인입니다.

오늘 복음의 니코데모와 사도행전 베드로와 요한을 위시한 사도들이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어둠에서 빛이신 주님을 찾아 온 구도자 니코데모입니다.

아직 길이신 주님일 만나지 못했기에

유태인들이 두려워 밤중에 주님을 찾은 소심한 네코데모입니다.

위대한 스승이신 주님의 다음 말씀을 통해

분명 니코데모는 위로부터, 성령으로부터 태어나는 체험을 했을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바로 사도행전의 베드로와 요한을 위시한 사도들이

위로부터, 물과 성령으로 태어난 분들입니다.

하여 그리도 자유롭고 담대합니다.

사도들이 한 마음으로 기도를 마치자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이 흔들리면서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하느님의 말씀을 담대히 전했다 합니다.

말씀이신 주님이 바로 길입니다.

말씀이, 기도가, 성령이,

우리를 위로부터 태어나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맛보며 자유로이 주님의 길을 걷게 합니다.

“육에서 태어 난 것은 육이고 영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

영에서 태어난 자유인, 바로 이게 우리 영적 삶의 궁극 목표입니다.

하느님 말씀과 기도를 통해,

평생성사인 성체성사와 고백성사를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날 때

주님의 길을 가는 도인이자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사는 자유인입니다.

사실 주님의 길(道) 안에서의 자유지

주님의 길(道)을 벗어나면 자유도 없습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의 은총으로 위로부터 영으로 새롭게 태어나

도인이자 자유인으로 살 수 있게 된 우리들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