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과 성서(聖書)

             한 가톨릭 사제의 참선 체험
              -가도와끼 가끼찌 신부-

좌선(坐禪)을 시작했을 무렵엔
우선 성서를 평온한 마음으로 읽고
그 깊은 의미를 음미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나는 이런 경험을 하면서도 처음엔,
왜 좌선에 의해 성서의 의미를 더 잘 깨치게
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자신의
체험을 반성하면서 다음과 같은 심리적 이유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것은, 좌선에 의해 마음이 평온해지면,
성서의 영적의미가 마음의 심층에까지 스며들 수
있으리라는 점입니다.

성서를 봉독하는 데에 좌선의 이와 같은 심리적
효과는 확실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참선하게 된 후로 선(禪)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심신의 철저한 정화,
깊은 관상에 몰입하는 방법,
기도와 일상생활의 융합 등 이루다 손꼽을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요점은 "성서를 머리만으로 익지말고 '몸'전체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교리를 공부함으로써 그리스도교를 알게 되었으며,
이 교리는 그리스도교 입문을 위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리스도교를 깊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진수를 깊이 알고 또 그것을 나 자신이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서는 아무래도 "영성수련"이라고
불리는이냐시오의 수행을 따르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참선을 하게돼면서, 선(禪)의 접심(接心)과
이 영성수련이 서로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더구나 참선에서 많은 것을 배움으로써
나의 이냐시오 영성수련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넣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禪 과 聖書
                가도와끼 가끼찌 신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