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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性, 숨기고 싶은 이야기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18 조회수647 추천수4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세상 속 신앙 읽기
송용민 지음

4. 세상 속 사람들
성性, 숨기고 싶은 이야기

약간 민감하고, 예민한 질문 하나. '나는 성sex으로부터 얼마 나 자유로운 사람인가?' 전통적 유교문화 속에서 급속한 성 개 방 풍조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일이 사제인 나로서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사제라고 '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래 성적 소 유 욕구에 뿌리를 둔 에로스적 '사랑'을 희생과 절제라는 종교 적 의미의 성윤리와 혼인윤리로 가둬두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예사롭지 않은 건 사실이다. 얼마 전 영국 BBC방송에서 발행하는 과학기술 잡지 '포커스' 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에서 섹스 산업에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정욕의 나라'로 한국이 선정되었다는 유쾌하지 않은 기사 를 읽은 적이 있다.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청소년기부터 인 터넷을 통한 포로노물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나, 서구에서 불 어온 성적 자기결정권이 교회 가르침과 무관하게 혼전 성관계 와 혼외정사로 이어져, 결국 낙태와 가정 해체에 이르는 윤리적 불감증을 낳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대부분의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가르 치는 성윤리를 외면하거나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자위행위는 죄가 되는가?', '피임하면 정말 안 되나?', '혼인과 무관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면 정말 안 되는가?' 등 예민한 물음들에 대해 교회가 한결같이 'No!'라는 답변을 줄때, 신자들은 마음으로 동의하기 힘들어 하고, 때로 죄스럽고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교회가 성에 대해 계명과 절제만을 강조했지, 성적 욕구를 어 떻게 올바르게 이해해야 하는지 가르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신학생이 늘 자신을 괴롭혀 온 자위행위의 악습 을 끊지 못해 고민하다가 자신의 영성지도 신부님한테서 들은 한 마디 때문에 영적 해방을 체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 다. 그 한마디란 악습을 끊기 위한 기술적인 조언이 아니라, "저 도 아직 완전히 극복해 내지 못했습니다."라는 위로와 공감의 고백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이겨낼 수 없는 죄의 굴레에 갇히기 보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악에 굴복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로마 12,21)란 말씀이 이들에게는 복음 으로 전해진 것이다. 자위행위의 윤리적 죄에 얽매여 자신을 탓하며 어둠의 굴레에 갇혀 자책과 절망에 한탄하기보다는 자 신을 더 큰 봉사와 선행으로 채우는 것이 영적 진보에 도움이 된다. 사실 어느 누구도 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가정 을 포기하고 독신을 선택한 성직자든, 금욕적 삶을 선택한 수도 자든, 한 사람에게 평생의 신뢰를 약속한 부부든 모두에게 '성' 은 축복이자 동시에 도전이다. 어떤 영성지도 신부님은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 성적 에너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에, 참 된 영성은 성적 욕구를 억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성적 에너지를 어떻게 건강하게 발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엄밀히 말 해 성적 욕구는 그 자체로 죄가 아닌 하느님의 축복이기 때문이 다. 한 신학생이 성적 욕구를 이기기 힘들다고 고백했더니, 어 느 수도사가 "그런 넘치는 열정을 주신 하느님을 먼저 찬미하십 시오."라고 하신 말씀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성은 출산을 지향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성을 터부시하는 교 회의 전통적 보수성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성적 쾌락에 앞서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할 수 있는 특별한 은총을 찬 미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독신과 정결을 서원하는 이들에 게도 출산의 포기는 성에 대한 기피나 혐오 때문이 아니다. 신 앙의 눈으로 보면 영혼의 출산을 돕는 일이 성적 출산만큼이나 큰 은총임을 '먼저'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혼인을 성사聖事로 정한 것은 혼인이야말로 성 의 축복이 완성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가장 은밀한 성 을 한 인격에게 온전하게 선사하고, 그와 평생 신의를 지키며 사는 것이 성이 지향하는 참된 가치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혼인 의 위기는 여러 심리적 - 사회적 요인으로 부부의 연이 단절되 거나, 성적 교류의 결실을 맺을 수 없어 배우자 외의 대체할 만 한 사랑의 대상을 찾는 책임 없는 성의 남용 때문이지만, 신앙 인에게 사랑은 성적 소유욕구이기 이전에 하느님의 창조적 에 너지이며 소중하게 다뤄야 할 값비싼 은총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부 부로 살아가는 기술도, 성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영적 지도도 전무하다. 그렇다고 신앙인들에게 단순히 교회의 가르침만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무엇이 신앙인에게 중요한지, 왜 교회는 성윤리와 혼인윤리에 엄격한지 그 이유를 가슴으로 동의하도록 만드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랑은 자기 것을 나누려는 하느님의 본성에서 출발했기에, 내 사랑의 열정을 어 떻게 나눠야 할지 교회가 인도해 주어야 한다. 교회의 자성自省 이 이제는 신자들에게 죄의식을 심어 주고, 단죄하는 일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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