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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태계 위기, 신앙인의 책임과 과제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20 조회수395 추천수0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세상 속 신앙 읽기
송용민 지음

4. 세상 속 사람들
생태계 위기, 신앙인의 책임과 과제

씨튼 연구원이 주관하는 종교인 학자 모임의 연구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독일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2003년부 터다. 불교 - 원불교 - 유교 - 개신교 - 가톨릭 학자들이 정기적 으로 모여 종교적 담론을 나누는 이 모임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몇 해 동안 연구원의 대화 주제는 생태계 문제에 대한 것이었 다. 알다시피 오늘날 급속한 환경파괴와 생태계 위기는 공감하 는 정도가 아니라 인류 공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 오고 있다. 모든 종교가 저마다 신념을 가지고 죽음을 넘어선 희망을 강조하지만, 환경파괴로 인한 인류 공멸의 위기는 종교인들에게 도 심각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모임에서 나눈 많은 대화 가운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말은 어느 종교 학자가 쓴 책에 인간을 대지의 여신 가이아 에 빌붙어 기생하는 '지적인 벼룩'이라고 폄하한 것이다. 그는 인간이란 존재가 서구의 오랜 역사 안에서 자연을 지배하고 기 만하면서 살아왔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대지를 책임질 소명을 받았다 고 믿어 왔기에, 인간을 '지적인 벼룩'이라고 폄하해 버린 것이 못내 속상했다. 사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기술 진보에 대한 낙관에 서 신 없는 인간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자연을 철저하게 인간 의 욕망 밑에 종속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심지어 성경에 서 하느님이 아담에게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 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 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 하신 말씀을, 자 연을 돌보고 지킬 책임이 아니라 자연을 인간의 욕망에 따라 마 음껏 지배하고 훼손해도 된다는 말로 오해해서, 오늘날 환경파 괴와 그 위기의 원인이 기독교 문명에 있다고 치부하는 일까지 생겼다. 사실 모든 종교가 개인의 구원과 영원에 대한 관심 때문 에 사회적 책임과 공존의 문제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것이 사실 이다. 특히 서구 그리스도교 문명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 와 비신자들을 향한 영혼의 구원에 깊은 관심을 쏟았기 때문에 인류가 당면한 환경에 대한 깊은 신학적 성찰을 전개하지 못했 다. 그러나 이제 종교는 개인 구원의 담론을 벗어나 사회적 구원, 곧 인류 전체가 하느님 백성으로 함께 구원될 수 있는 보편 구원 에 대한 담론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학자가 이념 대립으로 생긴 인류 문명의 위기를 넘어 공존을 위한 생태계 보 호와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종교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인류가 어떠한 대책 없이 지금처럼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어느 시점에는 돌이킬 수 없는 자연의 임계점에 닿게 될 것이다. 이것은 과거처럼 종교적 예언이나 신념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으 로 인류를 종말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 는 우려이기도 하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런 환경 위기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신앙인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에 동참해야 할 지 난감해 한다. 국가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고 환 경오염에 대한 규제와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개인의 무관심 은 물론 국가가 당장의 이익과 당면한 정책에 휘말려 생태계 파 괴는 계속되고 있다. 가톨릭 생태 신학자 토마스 베리Thomas Berry는 인류가 인 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우주와 자연을 인간 구원의 초월적 관 심과 연결시키는 '생태대Ecozoic Era'로의 비약을 이루어야 한 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간 기술이 자연을 착취하고 조작하는 문 명형태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면서 하느님 뜻에 맞게 진화하는 새로운 세대를 일컫는다. 하느님은 결코 인간만 창조 하시고 인간만 구원하시려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이루신 대자 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이 창조질서를 지키고 축복하는 데 특별 한 책임을 부여해 주신 점을 강조한다. 신앙인이라면 마땅히 자 신의 영적 구원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가 당면 한 문제는 개인의 구원이 결코 홀로 동떨어진 사적 영역이 아니 라는 것이다. 인간은 동료 인간들과 결합된 인류 공동체 안에서 구원을 갈망하며, 인간에게 생명을 선사하는 자연 속에서 생명 공동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비약적인 기술 발전으로 풍요로운 문명사회를 만 들어 가고 있지만, 도시화된 세상 속에서 자연으로 탈출하려는 욕구를 느끼는 것은 인간이 본래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도록 창 조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이 사야 예언자가 표현한 것처럼 모든 피조물이 함께 어울리는 세 상을 말한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 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젓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 밀리라."(이사 11,6-8) 생태계 위기 앞에서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많은 담론을 제 시하고 있다. 특히 인간이 자연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설에 입각해서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불교는 현대 인들이 이기적인 자기애를 벗어나 참된 무아無我의 삶을 살 때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될 수 있음을 가르친다. 하지만 그리스도교는 인간이 그저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것이 라는 불교의 가르침과는 달리 인간의 존재론적 선성善性에 대한 믿음을 하느님에게서 받았다. 하느님은 우주적 원리나 최상의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자신을 인간에게 드러내시 는 분으로 고백한다. 자기를 버리고 십자가를 짊어지는 삶이야 말로 참된 인간의 본성을 완성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간은 나와 너, 나와 자연, 나와 우주 사이 의 조화와 일치를 체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태계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도인은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 사회 에서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어긋나는 일들을 예언자적 소명을 갖고 비판하며, 사회적 연대를 통해 개선하려는 노력에 동참해 야 한다. 신앙은 궁극적으로 자기애를 벗어나 이타적 삶을 보여 주신 예수님을 따라 더욱 완전한 삶을 이루기 위한 여정이기 때 문이다. 대자연 속에서 느끼는 하느님의 흔적을 지키고 보전하 려는 노력은 신앙인이라면 마땅히 기울여야 하는 과제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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