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20 부활 제2주간 금요일(장애인의 날) 사도5,34-42 요한6,1-15

생각과 분별

온 누리에 활짝 피어난 봄꽃들 마치 하느님의 화사한 웃음 같습니다.

바라보고 지켜보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

하느님 앞에 멈추어 생각해보라고

우리를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신 주님이십니다.

“생각 없이 살아왔습니다.”

어느 자매의 고백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예전 함석헌 옹의 글도 생각이 납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하느님 앞에 멈추어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느님도 생각하고 나도 생각하고 너도 생각해야 합니다.

하느님 안에 머물 때

바로 봄(正見), 바른 말(正語), 바른 생각(正思), 바른 행동(正業)입니다.

저절로 샘솟는 분별의 지혜입니다.

모든 덕의 어머니가 분별의 덕입니다.

어느 70대 야구 감독의 인터뷰 내용도 신선한 자극이었습니다.

- 30대와 70대의 차이는?

“생각이 깊어졌다고 봅니다.

  30대는 감정이 앞섰지 않나 싶어요.

  지금은 내 감정보다는 상황을 고려하여 내 감정을 죽입니다.”

 
- 감독이 생각하는 야구와 인생의 공통점은?-

“가면 갈수록 어렵다는 것,

  잡히지 않는다는 것,

  매 이닝 알 수가 없다는 것,

  인생도 야구와 흡사해요.”

이래서 연륜에 따른 겸손이요 분별의 지혜입니다.

감정이 아닌 두루두루 배려한

깊은 생각, 깊은 사랑에서 나온 분별의 지혜입니다.

오늘 말씀의 주제역시 생각과 분별입니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온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율법 교사 가말리엘’은

진정 분별의 지혜를 지닌 현자입니다.

사도들에 대한 판단이 정말 지혜롭습니다.

가말리엘은

최고의회에서 테우다스와 유다의 예를 든 후 분별의 지혜를 발휘합니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저들의 그 계획이나 행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 있습니다.”

격분하여 사도들을 죽이려 했던 이들은 가말리엘의 말을 수긍하여

사도들을 하느님께 맡기니 정말 가말리엘의 분별이 정확합니다.

가말리엘의 분별의 지혜가 사도들을 살렸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 신뢰 있어 이런 분별의 지혜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바로 이게 지혜로운 분별의 처신입니다.

방치나 방관이 아닌

하느님께 맡기고 일체의 판단을 보류한 채

인내하며 하느님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너그러우시고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때로는 남들 뿐 아니라

내 자신의 경우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 역시 분별의 지혜입니다.

때가 되면 저절로 문제는 해소 되거나 해결되겠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분별의 지혜도 빛납니다.

예수님은 군중 속에 있었지만 늘 하느님 안에 머물렀던 분이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 후의 지혜로운 분별의 처신이 이를 입증합니다.

군중들이 임금으로 세우려는 유혹이 오자

홀연히 떠나는 모습이 참 지혜롭고 아름답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산으로 물러가셨다.’

특히 ‘혼자서 산으로 물러가셨다.’ 라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군중들의 인기가 얼마나 허망한지 꿰뚫어 보신 주님의 모습은

그대로 노자에 나오는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공을 이루었으면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란

말을 연상케 합니다.

아마 예수님의 지혜로운 처신이

무지한 군중들에게는 큰 깨우침의 메시지가 됐을 것입니다.

분별의 지혜가 충만했기에 떠날 때 잘 떠난 주님이셨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늘 하느님 안 제자리에 머물러

제정신으로 제때에 맞춰 제대로 사셨던

분별의 사람, 예수님이셨음을 깨닫습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당신 안에 머물러 당신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우리 모두에게

분별의 지혜를 선사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