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22 부활 제3주일 사도3,13-15.17-19 1요한2,1-5ㄱ 루카24,35-48

부활의 삶

찬미의 기쁨으로 살아가는 여기 수도자들입니다.

온 누리 만발한 봄꽃들이 알렐루야, 주님 부활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주님 부활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만한 세상입니다.

얼마 전 우문현답 같은 대화가 생각납니다.

“신부님, 구원은 죽은 다음에 이뤄지는 건가요?”

어느 자매님의 질문에 즉각적인 저의 답변입니다.

“아닙니다.

구원은 지금 여기서 부터 이뤄집니다.

지금 여기서 하늘나라를, 구원의 행복을 살아야 합니다.

지금 여기서 하늘나라의 구원을 살지 못하면 죽어서도 못 삽니다.

보십시오.

봄꽃 만발한 자연은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개방입니다.

눈 만 열리면 온통 하느님 사랑, 하느님 영광으로 가득한 세상이요

우리 모두 하느님을 봅니다.

구원은 바로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요지의 말씀을 드리니 내심 흡족했습니다.

멀리서 밖에서 하느님을 찾을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하느님을 찾아 만나야 합니다.

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 은총, 촉촉이 젖은 대지에

문득 떠오른 예전에 써 놓았던 자작시입니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하늘 은총

  내 딸 아이 하나 있다면/이름은 무조건/봄비로 하겠다.”

부활하신 주님의 봄비 같은 은총이

우리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부활 제3주일입니다.

오늘 강론 주제는 부활의 삶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우리를 즐겁고, 기쁘게 살게 합니다.

‘즐거움으로 시작하여 지혜로 끝나는 것!

  우리의 모든 배움은 그와 같아야 하리라.’

어제 읽은 어느 교수의 글도 생각납니다.

배움만이 아니라 부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즐거움으로 시작하여 지혜로 끝나는,

알렐루야로 시작하여 아멘으로 끝나는 아름다운 삶은

바로 부활의 삶을 통해 실현됩니다.

첫째,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야 삽니다.

‘합니다.’를 ‘삽니다.’로 바꿀 때

주님과의 만남이 참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참 만남을 갈망하는 사람들입니다.

만남 중의 만남이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사랑의 만남이 우리를 즐겁게, 행복하게 합니다.

허무한 삶은 충만한 삶으로 변합니다.

주님을 만날 때 꽃처럼 기쁨으로 피어나는 우리 영혼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제자들의 모습은 얼마나 자유롭고 역동적인지요.

우리를 생명의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신 주님이시며,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이십니다.

부활하신 주님 역시 우리와의 만남이 큰 기쁨입니다.

우리를 만나고 싶어 봄꽃들 만발한 봄의 축제에,

또 당신 생명의 미사잔치에 우리를 초대해 주신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의 공동체를 찾아오시자

두려움의 벽은 활짝 열린 문으로 바뀌지 않습니까.

“평화가 너희와 함께!”

똑같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이 미사를 통해 우리를 찾아오셔서 평화와 기쁨을 선사하십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도 부활하신 주님은

베드로를 통해 당신 백성을 찾아오시어

그들에게 진리의 가르침과 더불어 무지를 깨우쳐 주십니다.

이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기쁨의 빛 앞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우리 마음 속 두려움과 불안의 어둠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 즐거운 인생을 살게 합니다.

둘째, 회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때 저절로 회개의 은총입니다.

주님 사랑을 향해 활짝 마음을 여는 것이 회개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드로를 통해 당신 백성을 찾아오시어

우선적으로 촉구하신 것이 회개였습니다.

“이제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도 여러분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무지한 탓으로 그렇게 하였음을 압니다.

  …그러므로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여러분의 죄가 지워지게 하십시오,”

우리 역시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우리의 죄가 지워지게 하는 주님의 은혜로운 미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회개를 통한 참 나의 실현이요 비로소 이뤄지는 주님과의 친교입니다.

신앙의 기초가 회개요 한 번으로 끝나는 회개가 아니라

평생이 회개의 여정이자 엑스도소 탈출의 여정이요

늘 새롭게 시작하는 여정입니다.

오늘 복음의 구조가 참 절묘합니다.

꼭 미사의 구조 같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의 두려움의 벽을 허물고 들어와

평화를 선사하시고 음식을 드신 후 본격적으로 제자들 교육에 임하십니다.

마치 성찬전례와 말씀전례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저절로 회개가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과 깨달음 있어 회개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보십시오.

부활하신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치시고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바로 회개에 이어 성경공부를 통한 깨달음의 은총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새롭게 합니다.

지칠 줄 모르는 회개의 여정에 오르게 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기도 합니다.

셋째, 주님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꽃의 이상은 열매의 현실로 들어나야 하듯이

회개의 열매는 증인의 삶으로 들어 나야합니다.

우리 모두 주님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선포하는 선교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만남의 체험, 회개의 체험은

증인의 삶의 열매로 들어날 때 비로소 아름다움 부활의 삶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회개로 새로워진 베드로가 그 모범입니다.

“여러분은 생명의 영도자를 죽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그분을 다시 일으키셨고,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

주님 부활의 증인의 삶에 올인(all-in)하는 사도 베드로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증언하는 증인의 삶은 사랑을 통해 완성됩니다.

‘나는 하느님을 안다.’ 하면서

그분의 사랑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고,

그에게는 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그분의 사랑의 계명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됩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으니

사랑의 실천보다 더 좋은 복음 선포도, 증인의 삶도 없습니다.

부활의 삶이 아름답습니다.

허무한 삶이 아니라 주님의 기쁨과 평화로 충만한 삶입니다.

즐거움으로 시작하여 지혜로, 알렐루야-찬미로 시작하여

아멘-감사로 끝맺는 부활의 삶입니다.

어제 조선시대 최고의 문인화로 평가 받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대한 글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은 구절입니다.

-‘추사의 세한도가 왜 명작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할 때

   우리는 단지 ‘그림’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자의 향’이라 할 수 있는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라는 구절입니다.

세한도가 명작인 것은

그 서화를 통해 추사의 불멸의 정신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향기 없는 화려한 꽃들이 공허하듯

정신의 향기,

영성의 향기,

사랑의 향기,

지혜의 향기 없는 말과 글, 삶도 참 공허합니다.

부활의 삶을 통해 발산하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 향기로운 부활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