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빛과 어두움
작성자이유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22 조회수760 추천수2 반대(0) 신고

 

빛 과 어두움 15

 

해가지고 어두워지면 우리는 데레사 집에 모인다. 오지 말라고 해도 연속극을 듣기위해 너도나도 슬금슬금 모여든다. 트랜지스터라디오가 있는 집은 테레사네 집뿐이기 때문에 테레사한테 잘 보여야만 한다. 모깃불을 집히고 자리를 깔고 앉아 연속극을 듣고, 친구들의 발 다리 배 허리아무데나 베고 드러누워 밤하늘 반짝이는 별을 세고 멀리멀리 산위에서 반짝이는 별과같이 빛나는 미군부대 전기 불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재잘재잘 그렇게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어린 시절 나는 전기불이 참 궁금했다. 전기불은 어떻게 생겼을까? 가까이 보면 어떨까? 전기가 없던 옛 고향마을 별빛하나 없는 그믐밤이면 칠흑 같은 어두움에 단 한치 앞도 안 보인다. 매일 다녀오는 길을 헛디디고 부닥치고 무릎은 다 까지고 더듬거리며 집에 다다르면 흐미한 등잔불이 방향과 안도감을 준다. 아휴~ 다 왔구나! 엄마 나 왔어요. 불 없는 밤은 참 어둡다. 그러던 어느 땐가 어른들께서 우리 동네에도 전기공사를 한다고 말씀하셨다. 공사를 마무리하고 드디어 전기 점등식을 하기에 이르렀다.

해가지자 이장님께서 하나 둘 셋! 전원 스윗지를 올리는 순간 30촉 전등불은 온 동네를 마치도 대낮같이 아주 환하게 밝히는 것이었다. 야~ 정말 환하다~ 얼마나 밝은지 전기불은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환하게 비추어 주는 것이었다. 정말 희망차고 생동감이 넘쳤다. 전기가, 전기불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나는 이렇게 처음으로 전깃불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생전 처음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처음 타는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니 네온사인이라고 하는 전기불이 형형색색으로 반짝반짝 옆으로 착착착 위 아래로 왔다갔다 움직이는데 전기불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보고 정말 황홀하기까지 했다. 나는 빛의 아름다움을 좀 더 알게 되었다.

어린이의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이고 겸손하고 밝고 명랑하다. 깨끗하고 순박한 시골마을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어린 천사는 때가 묻기 시작했고 더럽고 어두운 사람으로 변해갔다. 마음의 빛을 잃었고 어두움이 어둠인지도모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영은 죽었고 육적인 삶으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남들과 별다름 없는 듯 했고 남들도 나를 평범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삼십대 초반이 되었을 때 어머님과 누님의 권고로 나는 철야미사 겸 기도회에 가보기로 했다. 나는 미사시간에 하느님을 체험하는 엄청난 은혜를 받았다.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진리의 빛, 하느님의 사랑, 영원한 생명을 알아보게 되었고 죽은 자에서 산자로 고아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빛을 보지 못하는 눈먼 자에서 눈뜬 자로 어둠에서 빛을 받는 은혜를 거저 받게 되었다. 나는 자연의 빛, 과학의 빛, 지성의 빛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오늘 처음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빛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느님의 빛은 모든 어두움을 밝혀주는 지혜의 빛, 생명의 빛이며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는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의 빛이심을 알게 되었다.

내영혼의 점등식 날 천상의 빛을 받은 나는 비로소 눈이 열려 내가 얼마나 짙은 어둠속에 있었는지, 보이지 않아 얼마나 헤매고 쓰러지고 다치고 더듬거렸는지 알게 되었고, 내가 인생길에서 채워도 채워도 허전하여 목말라하며 간절히 원했던 욕구는 진정 전기불빛 (세속의 빛)이 아니라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하느님의 빛 성령의 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울러 여러 가지 덕과 성령의 열매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온 세상을 환히 밝히시는 하늘의 빛을 보았고 나는 한순간 행복한 사람으로 변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느냐?”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마태오 6.22-23요한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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