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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23 조회수962 추천수13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4월 23일 부활 제3주간 월요일



Do not work for food that perishes
but for the food that endures for eternal life.
(Jn.6,27)



제1독서 사도행전 6,8-15
복음 요한 6,22-29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사실 어제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뜻밖의 상황에 처해져서 이렇게 하루 늦은 오늘 인사드립니다. 지난 주 공지했던 바와 같이 성소후원회 임원과 지구장 MT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MT를 갔던 장소는 어떤 섬이었고, 호우주의보로 인해 배가 뜨지 않아 섬에 갇히고 만 것입니다. 아무튼 공지 없이 새벽을 열지 못한 점, 용서를 청하면서 오늘의 새벽 묵상 글을 시작합니다.

이번 MT는 정말로 뜻밖이었습니다. 육지에서 배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섬이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육지에서 가까운 섬인데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 싶었지요. 그러나 그 설마 했던 일이 정말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또한 좋은 MT를 만들기 위해 제가 지난달에 직접 답사까지 다녀왔습니다. 좋은 장소와 맛있는 식당도 알아 놓았습니다. 하지만 섬에 갇히는 바람에 좋은 장소와 맛있는 식당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생각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렇게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던 2박 3일간의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했던 사람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들을 하십니다. 왜 이런 곳에 왔느냐고 제게 항의하는 사람도 없었고, 못나가서 어떻게 하냐며 울고불고 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함께 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면서 갇혀 있었던 시간 동안 너무 좋았다고 하십니다.

여기서 문득 만약 함께 하는 사람 없이 자기 혼자서만 섬에 갇혔다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대화할 사람도 없고, 의논할 대상이 전혀 없다면? 아마도 초조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겠지요. ‘혹시 내일도 못 나가면 어떻게 하지?’식의 걱정도 생겨서 무척이나 불안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혼자만 아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니 섬에 갇혔다 해도 그렇게 걱정이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물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굳은 믿음만 가지고 있다면 어떠한 걱정도 다 몰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두터운 믿음을 간직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웃이 있는 것입니다. 이웃과 함께 함으로 인해 커다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말이지요.

이러한 사랑으로 우리를 도와주시고 힘을 주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아직도 썩어 없어질 양식만 얻으려고, 그것도 자기만을 위한 세속적인 양식을 취하기 위한 노력만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진정으로 취할 것은 오늘 복음을 통해 말씀하시듯이,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를 위해 이웃을 보내주신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그분께 대한 굳은 믿음을 더욱 더 키워야 합니다. 이러한 믿음을 통해서만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은 농부들의 호미에, 학생들의 펜 끝에, 광부들의 곡괭이 자루에, 밥 짓는 여인들의 젖은 손 끝에 있다(테야르 드 샤르댕).


이 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ㅋㅋㅋ



과정을 잘 사는 삶.
 

배가 뜨지 않아 섬에 갇히면서 함께 갔던 일행 모두 배 뜨는 시간만 기다렸습니다. ‘곧 기상이 좋아져서 배가 뜬다는 방송이 나올 거야.’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잠시 뒤, 오늘 배가 안 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짐을 다시 풀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까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배를 타고 나오면서 기쁘기도 했지만, 전날의 재미있는 시간들이 계속 떠올려집니다. 배를 타고 나와야 한다는 목표를 이루었다는 기쁨보다는 그 전에 가졌던 시간들이 더 기뻤다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들은 어떤 목표만을 생각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군대에 간 사람들은 제대 날짜만을, 공부를 하는 사람은 학위 따는 날만을, 운동하는 사람은 금메달 따는 날만을 생각하지요. 그러나 그 목표를 위해 준비한 과정의 시간이 더욱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을 생략한 채, 목표만이 중요한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생각해보면 과정이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또 과정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보내면 저절로 목표는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정을 생략하려 하고 그 시간이 쓸데없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큰 기쁨을 얻을 수 없음은 분명할 것입니다.

우리는 목표만을 완성하기 위해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과정을 잘 사는 삶. 그 삶이 우리의 삶을 더욱 더 풍요롭게 만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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