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가 가톨릭 신자로 사는 이유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24 조회수811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세상 속 신앙 읽기
송용민 지음

4. 세상 속 사람들
내가 가톨릭 신자로 사는 이유

'만약'이란 단어는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지만, 때로 내가 처 한 현실과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마력을 가진 말임에는 틀 림없다. 어떤 이들은 '만일 내가 재벌가의 자녀로 태어났더라 면', '부유한 부모를 만났더라면'이란 회의에 찬 가정을 해보고, 건강을 잃은 사람은 '만일 내가 조금만 더 건강을 챙겼더라면', 가정 해체를 맛본 이들은 '만일 내가 좋은 배우자를 만났더라 면', '좀 더 참고 인내했더라면' 등의 가정으로 현실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종교적 신념에서도 '만약'이란 말은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준다. '만일 내가 가톨릭 신자인 부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만일 내가 이스람 국가에서 태어났더라면', '만일 내가 하느님 을 알지 못했더라면' 과연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가? 아니면 때로 후회한 적 은 없는가? 때로 고해성사나 주일 의무에 매일 필요가 없는 불 교가 매력적일 수도 있고, 메마르고 따분한 미사 전례나 의무 적 신앙에 메이지 않는 개신교가 맘 편할 수도 있다. 까다로운 윤리적 계명 때문에 양심에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특정 종교의 의무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때로는 편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가톨릭 세례명을 받았고, 성호경을 긋는 사람이 라면 가톨릭 신자로 사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 이 신심 깊은 사람들의 확신에 찬 신념까지는 아닐지라도 가톨 릭 신자임을 자부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 만 그 이유가 너무 주관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령 성당의 고요함과 전례의 경건함이 좋다거나, 술과 담배를 규제하지 않 고, 십일조와 헌금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다니는 것이 아니었 으면 좋겠다. 가톨릭 신자로 살아가는 이유를 이보다는 더 근 본적인 것에서 찾았으면 한다. 가톨릭은 말 그대로 '보편' 교회다. 보편적이란 말은 시대와 문화, 인종과 민족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되신 하 느님의 보편성을 뜻한다. 가톨릭교회는 어머니 품과도 같이 모 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넓이와 끝없이 심오한 하늘의 무한함 과 완전함을 가지신 하느님의 보편적 사랑을 세상에 선포한다. 가톨릭교회는 비록 종교적 신념이 다르더라도 온 인류가 창조 질서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부름 받았다는 사실을 선포한다. 편견과 오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도 진리는 결코 변하지 않는 다는 확신을 가톨릭교회는 선포한다. 우리는 세상 어디서나 불고 싶은 대로 부는 성령의 움직임을 발견하고,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왜곡되는 곳에서는 하느님을 닮은 인간의 천부적 인권과 자유, 피조물의 아름다움과 생명 의 고귀함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 성찬례의 신비 속 에서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신 예수님 사랑의 위대 함을 맛보고, 고해소에서 우리 양심을 가로막는 죄의 어두움 을 치유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한다. 내 가슴에 십자 성 호를 그으며 삶의 고통과 시련이 하느님께 봉헌되는 희생 제물 임을 깨닫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손길에서 세상에 오신 하느님 사랑의 육화肉化를 체험한다. 내가 가톨릭 사제로 살고 있지만, 사제이기 이전에 한 사람 의 가톨릭 신자로서 내 믿음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때가 많다. 신앙은 그저 생각이나 말뿐이 아니라 내 삶이어야 하기 때문이 다. 사람들을 만날 때, 강단에 서서 신학생들을 가르칠 때, 강 론대에 서서 신자들에게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과연 나는 한 사람의 가톨릭 신자로서 내 신앙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얼마나 확고한지 묻는다. 내가 가 톨릭 신앙에 대한 매력과 그 신앙의 의미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이전에 나는 참으로 '가톨릭'이란 말 그대로 보편적이 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과 세상을 대하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처음 '야곱의 우물'에 글을 연재할 때 나는 가톨릭 신자로 살아가는 기쁨과 우리 삶을 감싸고 있는 신앙의 신비를 '제3의 눈'으로 바라보자고 쓴 이야기가 더 많았다. 세상 속에서 신앙 을 찾고 키워가는 것은 사제인 나한테도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찾는 우리, 그 안에서 만난 '세상 속 신앙 읽기'는 나 를 찾으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데서부터, 이웃과의 만남, 이웃 종교인들과의 만남, 교회에서 부딪히는 민감한 신앙 문제와 관 련된 이야기들이다. 그동안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채 급하게 쓴 보잘것없는 글을 조금 보충하고 수정해서 한 권의 책으로 다시 엮어 내자니 부 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마치 벌거숭이가 된 느낌이다. 하지 만 용기를 내어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것은 연재기간 동안 정성 껏 읽어준 '야곱의 우물' 독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2년 반씩이나 교회 월간지에 글을 올 린 것도 감사하지만, 신학자로, 사목자로 살면서 신자들과 함 께 고민거리를 글로 나누는 일도 사제로 살아가면서 내가 받은 은사를 나누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께서 집을 지어 주지 않으시면 그 짓는 이들의 수고가 헛되리라."(시편 127,1) 독일에서 긴 학업을 마치면서 논문의 첫장에 썼던 감사기도를 여기서도 바치고 싶다. 인간적인 결 함과 부족을 사람들의 사랑으로 채워 주시니 하느님은 참 좋은 분이시다. 신앙생활이 힘들고 어려울 때 가끔 이 책을 펼쳐보 면서 작은 위로와 힘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마치 사막을 걷다가 야곱의 우물에서 샘물을 마시듯 목을 축이 고 갈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되면 좋겠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