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24 부활 제3주간 화요일 사도7,51-8,1ㄱ 요한6,30ㄴ-35

한결같은 삶

오늘 말씀 묵상 중

문득 떠오른 얼마 전 피정을 마치고 간 어느 수녀님이 남긴 글귀입니다.

- 말씀을 봉독하다가 이사야 예언서의 이 말씀이

  수사님들께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적었습니다.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이사40,31)

  한결같은 수사님들의 모습 기도 안에 뵙겠습니다.-

마음에 와 닿은 말마디가 ‘한결같은’ 이었습니다.

오늘 강론 주제는 ‘한결같은 삶’입니다.

하느님 주시는 새 힘의 은총이 늘 한결같은 정주의 삶을 살게 합니다.

정주생활의 특징은 한결같음입니다.

여일(如一)한, 여전(如前)한, 여연(如然)한 한결같은 삶일 때

평화와 안정에 아름다운 삶입니다.

'정주(stabilitas)'의 한결같은 삶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내적쇄신의 ‘수도승다운 삶(conversaio morum)’의

정중동(靜中動) 수행이 있어 늘 새로운 삶, 한결같은 삶입니다.

웅덩이에 고인 물 같은 정주의 삶이 아니라

끊임없이 하느님 향해 흐르는 내적 여정의 삶일 때

늘 새롭고 한결같은 정주의 삶입니다.

한결같은 정주의 삶을 위한 세 필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끊임없는 기도의 삶일 때 한결같은 삶입니다.

기도로 시작하여 기도로 끝나는 우리 수도승의 삶입니다.

평상 시 기도의 삶 있어 기도로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기도를 통한 시종여일의 한결같은 삶 있어 기도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오늘 복음의 스테파노는 성령이 충만한 중에

열린 하늘 문을 통해 하느님과 부활하신 주님을 뵈오며

무릎 꿇고 기도하며 거룩한 순교의 죽음을 맞이했고,

사부 베네딕도 역시 성전에서 영성체후 제자들의 부축 하에

두 팔을 들어 기도하며 거룩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그대로 주 예수님의 임종기도를 닮았습니다.

평생 기도하며 주님과 일치의 삶을 살아온 결과입니다.

우리 수도승들은

스테파노의 앞 임종기도를 끝기도 후 계응송으로 바친 후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해 달라는 기도로 하루를 끝냅니다.

스테파노의 거룩한 죽음의 열매가

바로 스테파노의 순교 장면을 목격한 사울입니다.

하느님은 스테파노에 이어 사도 바오로를 예비하고 계심을 깨닫습니다.

둘째, 조화로운 삶일 때 한결같은 삶입니다.

얼마 전 수도형제와 대화 중 깨달은 진리입니다.

한 잣대에 맞추는 삶이 아니라

각자의 페이스대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때 조화로운 삶입니다.

삶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평생 마라톤입니다.

잘 뛰면 잘 뛰는 대로 못 뛰면 못 뛰는 대로

자기 페이스대로 완주하면 됩니다.

제 능력껏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비교할 것도 판단할 것도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 자녀답게 살면 됩니다.

이렇게 살 때 저절로 공동체의 조화요 아름다움입니다.

바로 이런 조화로운 삶이 '중도(中道)의 지혜'이자 사랑입니다.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입니다.

이런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사는 조화로운 삶일 때

비로소 한결같은 시종여일의 삶이, 공동체가 가능합니다.

셋째, 생명의 빵이신 주님을 모실 때 한결같은 삶입니다.

매일의 미사를 통해 생명의 빵을 모실 때 한결같은 삶입니다.

우리 내적 배고픔과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분은

하느님께서 위로부터 내려주시는 생명의 빵 주님뿐입니다.

“선생님, 그 빵을 늘 저희에게 주십시오.”

오늘 복음의 빵을 청하는 군중은 그대로 우리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내적 배고픔과 목마름을 일거에 해소시켜주는 말씀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일용할 양식인 생명의 빵인 당신 말씀과 성체를 선사하심으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한결같은 삶을 살게 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