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속으로
이제민 지음
하느님을 만나게 해준 사람들
이름
우리는 인생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들을
언제나 인격적 이름으로 만나지는 않는다. 그저 서울 사람, 경상
도 사람, 전라도 사람, 제주도 사람, 가난뱅이, 부자, 잘 생긴 사람,
못 생긴 사람, 사랑하는 사람, 미운 사람, 정치하는 사람, 장사하
는 사람, 사기꾼 등과 같이 간단한 정보로 만날 때가 많다. 우리
는 그렇게 사람을 본연의 이름으로, 즉 인격적 이름으로 만나지
못한다. 어떤 유명인을 안다 해도 그를 진정으로 아는 경우는 드
물다. 특히 매스컴을 통해 알게 된 경우라면 그 이름은 그를 표
시하는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의 이름을 아
무렇게나 부르기도 한다. 그를 이름으로,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
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세상 만물을 창조하고 나서 아담과 하와를 데리고
가 이름을 지어주게 하셨다. "주 하느님께서는 흙으로 들의 온갖
짐승과 하늘의 온갖 새를 빚으신 다음, 사람에게 데려가시어 그가
그것들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보셨다. 사람이 생물 하나하나를 부
르는 그대로 그 이름이 되었다. 이렇게 사람은 모든 집짐승과 하
늘의 새와 모든 들짐승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다."(창세 2,19-20)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가 그들에게 어떻게 이름을 지어주는가
눈여겨보셨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모든 생물과 인격적으로 만
나기를 원하신 것이다.
세상은 인격적으로 이름을 부르면서 서로 만나야 한다. 세상은
자기만족을 위해 자기 맘대로 사용하고 이용해도 되는 비인격적
인 대상이 아니다. 이름을 부르며 세상을 만날 때, 그렇게 사람들
을 만날 때 그들이 더 이상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너그럽게 이해
하고 감사주어야 할 사랑의 대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을 이름으로 만나라. 이름으로 사람을 만나라. 인격적인 관
계가 맺어질 것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세상에서 따스한 체
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이름을 부르며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신비가
우리에게 인격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인격적으로 이런 신비에
다가가는 만남을 가져야 한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