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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여 - 02 귀를 열게 하는 말씀의 은총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02 조회수477 추천수6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5.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02 귀를 열게 하는 말씀의 은총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를 살게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씀은 힘이 있고 우 리를 움직이고 우리에게 생명을 줍니다. 우리가 말씀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열고 말씀을 들을 때 말씀은 우리를 살리고 우리를 변화시킵 니다. 말씀 안에 함께 계시는 성령께서 우리를 말씀이 되게 하시기 때 문입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의 40일 피정과 성 이냐시오 영성 수련 30 일을 마친 후, 나는 예루살렘에 가기 전에 잠시 한국에 들러 서울에 있는 '영원한 도움의 수녀회' 본원에서 일주일을 머물렀습니다. 1987년 봄이었습니다. 잠시 쉬러 갔는데 많은 수녀님들이 면담과 고해성사를 원했습니다. 피정 지도 신부님과 같이 성사를 주었지만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루는 수련장 수녀님 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많은 시간을 내어 수고하시기보다는 저녁시 간에 수련 - 지원 수녀님 전체에게 한 시간 정도 말씀을 해주시면 좋 겠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트라피스트 수도원 피정, 이냐시오 영성수련, 그리고 사제생 활 27년간 한국과 미국에서의 체험들, 매월 두세 차례 피정을 지도하 면서 만나고 알게 된 '하느님'과 '나 자신'에 대해서 80여 분간 이야기 를 했습니다. 마음이 깨끗한 수녀님들, 지원자들이어서 그런지 그날 의 이야기는 참으로 은혜롭게 전달되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연세가 많으신 수녀님 한 분이 내 방에 찾아왔습니다. "신부님,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3년 동안 피정을 하지 못해서 제 수도생활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신부님 말씀은 그동안 귀가 있어도 잘 듣지 못하던 저에게 신기하게도 아주 또렷하 고 시원하게 잘 들려왔습니다. 오랫동안 식어 있던 메마른 제 심령에 신부님의 말씀이 단비처럼 은혜롭게 쏟아졌습니다. 정말 너무나 기쁘 고 좋아서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그분은 80세가 가까워지면서 청력이 떨어져서 말씀을 대부분 알아 듣지 못하고 일상 대화에서도 불편을 느낄 정도였다고 합니다. 수녀 님의 얘기에 나도 기뻤습니다. 그때 "말씀은 귀를 맑게 하고 마음의 눈을 뜨게 한다."는 <시편>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하느님을 간절히 만나고 싶었던 수녀님에게 말씀으로 오신 하느님께서 작은 기적을 일 으켜주신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수녀님의 믿음과 말씀에 대한 갈 망이 얼마나 켰던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 나이아가라 폭포 옆에 수도원에서 피정할 때가 생각 납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대하여 강론을 하던 나는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면서 강의실 안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 리고 30분이 경과하면서 강의실 분위기가 성령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령게서 듣는 사람들의 영혼 속으로 스며 드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0분, 50분이 지나면서부터는 성령 의 기운이 그들의 마음을 흔들면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주님께로 향 하고 있었으며,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신비로운 분위기로 바뀌 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은총 가운데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 령의 충만한 은총 속에 있으면서 성경말씀을 두 달 동안 계속 묵상하 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말씀 안에 살아 있었던 만큼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말씀을 전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내가 받은 말씀의 은사들이 최고조로 활성화돼 있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참으로 신비롭게 이끄십니다. 주님의 말씀은 귀머거리도 듣게 합니다. 우리를 말씀으로 초대해주시고 말씀에 맛 들이게 하시고, 그 말씀을 알아듣는 지혜를 주시고 생명수처럼 우리 를 살리십니다. 또한 우리가 은총 안에 살 때, 하느님과 다정하게 친 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치하며 살 때, 복음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은혜롭게 선포된다는 것을 깊이 체험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수녀님들과 수련자들이 당시 내가 전한 말씀의 내 용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얘기하는 걸 들을 때마다 나는, 말씀을 전 하려면 내가 먼저 말씀이 되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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