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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여 - 02 목마른 신자들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05 조회수371 추천수2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6. 함께 멀리 가는 이정표, 공동체

02 목마른 신자들
"신부님! 우리 본당에서도 피정을 지도해주십시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열정적으로 피정을 많이 주관하시면서 왜 신 부님의 본당인 이곳에서는 아직도 시작하지 않으십니까?" 사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신자들에게서 스스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자발적인 동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입니다. "여러분이 정녕 원하신다면 제가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날 사목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피정을 하기로 결정했습 니다. 그런데 참가자 모집에 놀랍게도 600여 명이 신청서와 참가비 를 냈습니다. 본당 신부가 직접 지도하는 피정에 빠른 시간 내에 이 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청했던 것은 본당 사목 활동 중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신앙 쇄신 피정은 8주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두 시간 정도 로 진행되었고 은혜 가운데 590여 명이 성실하게 피정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피정이 중반쯤 진행되었을 때 본당 공동체의 분위기가 서서 히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마칠 무렵에는 공동체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있었습니다. 지엽적이고 부분적인 변화가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물줄기가 새롭게 방향을 전환하고 있었습니다. 피정을 마치고 난 신자들은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리고 살았습니다.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그대로 그 들의 삶에 나타났습니다. "신부님, 우리 본당에서도 성서 모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번 피정을 통해 말씀에 맛들인 교우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성서백주간 모집을 했는데 2주일 만에 무려 240여 분이 신 청했고 24개의 성서 모임이 생기는 놀라운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3 개월 후에는 미처 신청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다시 기회를 주었더 니 100여 분이 다시 신청해서 본당의 성서 모임이 34개로 늘어났습 니다. 말씀의 공동체,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초대교회 공동체처럼 활 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 신자들을 너무나 오묘한 은총으로 이끌 어주었습니다. "신부님! 제발 부탁합니다. 성체조배실을 만들고 기도하는 단체를 설립해주십시오. 우리 본당의 오랜 숙원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하실 분은 많이 있습니까? 1년 내내 지속적인 성체조배를 하려면 390여 명은 돼야 하고 1,000만 원 정도의 돈도 필요합니다."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만에 약 400여 명의 회원과 50여 명의 대기인 원이 몰려들었으며 약 2,000만 원 정도의 성체조배실 건축 기금도 마련되었습니다. 이렇게 본당 공동체가 말씀으로 사는 교회, 기도하 는 교회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나는 아주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했던 한 소망이 이루어지 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성령으로 태어난 교회, 성령의 인도와 축복 으로 교회의 고유 사명을 수행했던 초대교회의 모습을 본당 공동체 에 심어보고 싶었던 것이 나의 소망이었습니다. 초대교회처럼 본당 공동체 전체가 성령으로 쇄신돼야 한다고 생각하던 나로서는 성령으 로 새롭게 변화하는 본당을 보며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 와 찬미를 수없이 드렸습니다. 말씀의 공동체,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 성령이 충만한 공동체를 이 루어가는 본당 공동체를 보면서, 나는 오늘날 우리 가톨릭교회가 초 대교회처럼 성령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리고 나의 간절한 소망은 거의 마지막 본당이었던 동래 성당에서 이 루어졌습니다. 사실 2002년 동래 성당에 부임할 때는 별로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나는 부산 평화방송 설립 준비위원장으로 개국 준비를 거의 다 마친 상태였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곳 본당으로 왔기 때문입 니다. 언론 - 홍보 매체를 통해서 복음을 선포하고 싶다는 것이 사제생활 시작부터 나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주교님과 약속도 했고 모 든 헌식적인 활동과 함께 사재를 많이 투자한 상태에서 그만두는 것 은 커다란 충격이고 갈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와서 보니 50년 된 동래 성당은 나를 간절히 기다렸 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일 교중미사 때마다 나는 신자들의 모습 을 보며 감동을 받았습니다. 미사 중에 신자들의 시선은 제단과 사제 를 향해 집중돼 있었습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목자를 애타게 기다리 며 목말라하는 모습에 '바로 나를 기다렸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느 꼈습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 바로 이 일이었다는 것을 뒤늦게나 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부임한 지 7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시작된 공동체의 변화는 내가 기울이는 노력의 몇 십 배로 신자들을 영적으 로 풍요롭게 변형시켜 나갔습니다. 하느님은 참으로 놀라우신 분이 십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내 생각과 계획보다는 주님의 이끄심 과 섭리가 더 좋았습니다. 제 뜻보다는 주님의 뜻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야 하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해왔는데 그 결실을 하느님께서는 동래 본당에서 비로소 이루어주셨음을 체험했습니다. "오히려 내 귀를 열어주었사오며, 번제와 속죄제를 바치라 아니하 셨기에 제가 대령했나이다. 나를 들어 두루마리에 적어두신 것 당신 뜻을 따르라시는 것인 줄 아옵니다. 나의 하느님, 당신의 법을 내 마 음속에 간직하고 기뻐합니다."(시편 40,6-8)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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