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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네 마음의 가난부터 보아라."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05 조회수730 추천수12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부활 제5주일 -
네 마음의 가난부터 보아라.”




 

        저의 시골 친구 신부가 경남 산청의 나환자촌에서 봉사활동 하며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해 주었는데 매우 가슴 뭉클하게 들었습니다.

나환자촌에서 그 친구가 얻은 유일한 교훈은 자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창 사춘기를 지내고 있어 생명력이 왕성할 때 그 분들에게 봉사를 했습니다. 어느 곳에 가니 빈 무덤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덤을 파 놓았지만 아직 사람을 묻지 않은 빈 무덤들인 것입니다. 그 곳의 프란치스코회 수사님에게 그것들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수사님은 지금 살아계신 나환자들의 지체가 떨어져나가면 그 떨어져나간 몸의 일부분을 본인들이 고이 싸가지고 와서 자신들의 무덤에 묻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의 무덤엔 팔이 묻혀있고, 어떤 분들은 다리가, 또 어떤 분들의 무덤엔 눈이 묻혀 있는 것입니다. 그 친구는 생명이 왕성한 때였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죽음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환자들을 보면서 죽음은 삶과 별개가 아님을 느꼈다고 합니다. 주님께서 나의 생명을 늘여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단 일분도 우리의 생명을 늘일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 곳에는 손도 발도 눈도 코도 없는 한 할아버지가 엎드려 수박에 머리를 박고 드시고 있어서 뭐 도와드릴 것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고개를 들으시고 자신을 불쌍히 바라보는 그 친구에게 혀로 점자 성경책을 읽으시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분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창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한 번은 역시 몸이 매우 불편하신 한 할머니를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그 할머니가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베드로, 괜찮아. 안 도와줘도 돼. 먼저 네 안에 있는 가난을 먼저 찾아봐.”

그 친구는 아직도 그 할머니의 말씀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가난이 무엇일까?’

그러던 중 산골에 눈이 왔고 몸이 불편하고 눈이 안 보이시는 그 마을 분들을 위해 아침부터 정말 열심히 눈을 치웠다고 합니다. 그 분들을 위해 무언가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어깨가 우쭐 했습니다. 그 때 뒤에서 할머니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하시는 음성 같았다고 합니다.

베드로, 수고했어!”

그런데 그 할머니 뒤로 자신이 쓸었던 눈들이 이미 햇빛으로 다 녹아있었던 것입니다. 해가 뜨면 저절로 녹게 되어있었던 눈을 자신이 무언가 해 드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쓸데없이 헛수고만 했던 것입니다.

그 신부는 그 이후로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주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새로이 성전을 짓고 봉헌했는데 성전을 지을 때의 모토가 백삽일포라고 합니다. ‘백 번의 삽질보다 한 번의 포크레인이 뜨는 것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즉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하느님의 도우심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그 때의 깨달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입니다.

아마 할머니께서 찾으라고 했던 가난이란 바로 자신의 힘으로 하려고 하는 사람 안에 주님께서 함께 하실 수 없기에 느껴지는 그 분의 부재를 의미할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하느님은 나에게 더 이상 필요한 분이 아닙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의 포도나무이시고 당신에게 붙어있지 않으면 어떠한 열매도 맺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떤 가치 있는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저도 요즘 성당의 이런저런 공사를 하면서 불우이웃을 위해 제가 매달 내고 있는 돈을 본당 예산으로 넣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이런 좋은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다윗을 그렇게까지 승승장구하게 만드셨지만 다윗은 병적조사를 하여 하느님께 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도 사실은 성당의 계단, 스테인드 글라스, 주차장, 휴게실 등에 들어갈 돈을 계산하며 제 힘으로 돈을 맞춰보려 하다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야 할 돈에까지 손을 대려 했던 것입니다. 말로는 주님께 붙어있기만 하면 모든 좋은 열매가 다 맺힐 것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그 분께 완전히 의탁하지 않고 나의 계산대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 안에 주님이 계시지 않은 것이 가난이고 고아입니다.

 

우리가 주님 없이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주님께만 붙어있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완전히 믿기만 한다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 붙어있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람들과 음식을 먹으면서, 혹은 시장 복잡한 가운데 그 분께 붙어있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분께 붙어 있는다는 것은 기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어야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정말 하나도 내 힘으로 할 수 없다는 사람은 기도를 많이 합니다. 하루 기도시간을 오래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주님께 의탁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에게는 무슨 일을 하든 많은 열매를 맺게 되어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에 서서 가고 있다면 사람들은 잡고 있을 손잡이와 같은 것들부터 찾습니다. 이것이 창피한 것이 아닙니다. 혼자 버틸 수 없음을 아는 것입니다. 따라서 항상 기도할 시간을 찾지 않는다면 여전히 혼자 버티려고 하는 가난한 인간인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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