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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6일 야곱의 우물- 요한15,1-8 /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06 조회수331 추천수2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2나에게 붙어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3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4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5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6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가지들을 모아 불에 던져 태워버린다.

7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8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시작기도
오소서 성령님, 참포도나무에 붙어서 저도 싱싱한 포도 열매를 맺게 하소서.

세밀한 독서(Lectio)
믿는 이들과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주제로 하는 오늘 복음은 인생의 두 가지 길이라는 성경의 근본적인 주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인생에는 ‘그분 안에 머무는 사람의 길’과 ‘그분 안에 머물지 않는 사람의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길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인생의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첫 번째 ‘길’은 그분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4-7절에서 ‘머무르다’라는 동사가 8번이나 나옵니다. 예수님은 당신과 제자들의 내밀한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포도가지와 참포도나무를 예로 드십니다. 예수님은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이 모세에게 당신 자신을 ‘나는 나다’라고 소개하는 것처럼 장엄하게 “나는 참포도나무”라고 소개하십니다.(1절) ‘참된’이라는 말에는 그분은 진실하시어 우리가 의지할 만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따르는 분은 그저 그런 포도나무가 아니라 “참포도나무”(1절)입니다.

보랏빛 포도송이가 어떻게 포도나무에 붙어있는지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누가 누구에게 붙어있다는 흔적이 하나도 없고 말 그대로 ‘하나’가 되어 붙어있습니다. 나무의 영양분과 수액은 어떤 장애도 없이 가지로 흘러들어 가 연한 싹을 틔우고 향기로운 포도송이를 맺게 합니다. 좋은 열매는 나무에게 큰 명예이자 자랑거리가 됩니다. 그렇게 확실하게 ‘예수님 안에 머무는 사람’은 두 가지 결과를 낳습니다. 그들은 좋은 열매를 맺을 것이며(5절), 그들이 청하는 것은 모두 아버지께서 들어주실 것입니다.(7ㄴ절)

본문에서 처음의 “열매”(2절, 4절)라는 말은 나중에 제자들이 예수님 안에 머무는 것과 연결될 때 “많은 열매”(5절, 8절)라는 표현으로 바뀝니다. 5절과 8절에서 사용된 ‘열매’는 문자 그대로 과일이 아니라 은유적인 의미로 ‘행위, 결과’를 가리킵니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줍니다.(마태 7,16)

갈라티아서 5,22-23에서 바오로는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성령 안에서 사는 사람이 어떤 ‘결과’를 맺는지를 말해줍니다. 이 본문에서 성령의 열매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근본은 곧 ‘사랑’입니다. ‘사랑’ 다음에 열거되는 열매는 사랑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표지이고(기쁨과 평화), 사랑이 드러나는 모습(인내와 호의와 선의), 사랑이 생겨나고 펼쳐지는 조건(성실과 온유와 절제)입니다.
예수님 안에 머무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라. 그리고 원하는 대로 하라.”(아우구스티노) 또한 이 열매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오는 의로움의 열매”(필리 1,11)이기도 합니다. 유다인들의 이해에 따르면, ‘의로움’은 하느님의 뜻에 부합하는 삶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러한 의로움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행위가 가져다주는 결과이기도 합니다.(필리 3,6-10 참조)

두 번째 ‘길’은 ‘그분 안에 머물지 않는 것’입니다. 이 길은 첫 번째 길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고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버리는”(요한 15,6ㄱ) 신세가 됩니다. 그의 마지막 운명은 활활 타오르는 불 속으로 던져져 재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6ㄴ절)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마태 3,10) 이것은 영원히 타는 ‘지옥’의 불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사랑의 영역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철저한 파멸을 가리킵니다. 사랑에서 나오지 않는 행위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며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불’입니다.

아직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초대교회에는 식별이 필요한 사건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이 연약한 공동체가 흔들리지 않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포도나무에 단단하게 붙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인 시각과 판단으로 분열될 소지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들은 성령의 인도 안에서 평화와 일치를 유지하면서 그리스도를 통해 오는 의로움의 열매를 맺었습니다. 이렇게 성령의 열매인 일치를 보존하는 공동체는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증언하는 표지입니다. 제1독서인 사도행전 9,26-31은 이런 공동체의 모습을 전합니다.

묵상(Meditatio)
주님, 당신은 ‘참포도나무’이고 저는 그 옆에 붙어있는 가지입니다. 당신이 저와 맺기를 원하시는 관계는 그저 그런 피상적인 관계, 필요나 예의에 따른 관계가 아닙니다. ‘당신은 나이고 나는 당신’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그런 깊은 관계의 아름다움이 제 삶 안에서 가능하며 그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임을 알려주셨기에 감사드립니다.


기도(Oratio)
가난한 이들은 배불리 먹고 그분을 찾는 이들은 주님을 찬양하리라. 너희 마음 길이 살리라!(시편 22,27)
임숙희(영성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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