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5.6 부활 제5주일(생명주일) 사도9,26-31 1요한3,18-24 요한15,1-8

내 안에 머물러라

신록의 생명으로 빛나는, 하느님의 생명으로 충만한 5월입니다.

생명의 빛, 생명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하느님의 빛, 하느님의 아름다움입니다.

땅에 깊이 뿌리내려, 나무에 붙어있는 가지들이라

신록의 생명으로 빛나는 초목들이듯

하느님 안에 깊이 뿌리 내릴 때,

주님 나무 가지로 살 때 신록으로 빛나는 영혼입니다.

세월 흘러 육신은 노쇠해도 주님 안에 머물 때,

주님 나무에 붙어 있을 때 하느님을 닮아 영원한 청춘으로 살 수 있습니다.


땅에서 뿌리 뽑혔을 때, 나무에서 잘려나갔을 때 생명은 끝나듯

우리 역시 주님을 떠날 때 생명은 끝납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화가 아니라 꼭 조화와 같은 삶일 것입니다.

어제 어린이날 경향신문 1면의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이란 기사가 내용이 신선했습니다.

어린이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그대로 통하는 내용이었습니다.

‘1지금 행복해야 한다.

    인생은 ‘현재의 합산’이다.

    지금 행복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하다.

  2최고의 공부는 놀기다.

  3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성공이다.

  4남의 아이 행복이 내 아이 행복이다.

  5성적이 아니라 배움이다.

  6대학은 선택이다.

  7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다.’

아이를 살리는 약속일 뿐 아니라 어른을 살리는 삶의 지혜입니다.

주님 안에 살 때 이런 행복한 삶입니다.

지금 행복하게 살며

틈틈이 놀이를 즐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성취감을 맛봅니다.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임을 알아 서로 배려하며

평생 배움의 겸손한 자세로 일관합니다.

내 행복한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삽니다.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것 주님 안에 머물러 살 때입니다.

첫째 주님 안에 머무르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오늘 복음의 참 포도나무 비유는 너무 쉽고 자명하여

설명이 없어도 그대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계속 반복되는 주님의 말씀이 ‘내 안에 머물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살아갈 생명의 제자리는 바로 주님 안입니다.

이 생명의 제자리 주님 안에 돌아오는 게 회개요

이 생명의 제자리 안에 뿌리 내려 사는 게

바로 안정과 평화의 정주의 삶입니다.

이래야 신록의 생명으로 빛나는 영혼입니다.

주님 안 제자리에 머물러야 제정신, 제대로의 삶입니다.

이 주님 안 제자리를 잃어 방황이요 혼란입니다.

두려움과 혼란입니다.

주님 안에 머물지 못하고

제자리를 잃고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다니는 영혼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깨끗하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처럼 주님 안 제자리에 머물러 살 때

영이요 생명이신 주님의 말씀이 우리를 깨끗하게 합니다.

주님 안에 머무르는 길이 생명의 길입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주님 안에 머물러 믿음의 뿌리 내려야 풍요로운 삶입니다.

세상 안에, 세상 보이는 덧없는 것들 안에 뿌리 내리고 살기에

끊임없는 두려움과 불안에, 혼란하고 복잡한 삶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 안에 머물러

주님께 깊이 뿌리내리는 관상의 정주시간입니다.

둘째, 서로 사랑하십시오.

주님 안에 머물러 믿음의 뿌리 내릴 때 피어나는 사랑의 꽃입니다.

서로 사랑하라고 주님 안에 머물러 사는 우리들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의 지체들입니다.

고립단절은, 혼자라는 생각은 환상입니다.

잘 들여다보면

모두가 주님의 지체들로 연결되어 있는 한 몸의 공동운명체입니다.

남의 아이 행복이 나의 아이 행복이란 말은 옳습니다.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요, 남의 불행이 나의 불행입니다.

한 몸이 지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너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기에

나도 살고 너도 살기 위해 서로 사랑은 필수입니다.

막연히 주님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할 때 주님 안에 머무는 것을 실감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살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주님 사랑이 서로 사랑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됩니다.

“그분의 계명은 이렇습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대로,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십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켜 서로 사랑할 때

우리는 주님 안에 머무르게 되고 주님 역시 우리 안에 머무른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랑은 말과 혀로의 사랑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의 사랑입니다.

바로 이런 실천적 사랑의 모범이 오늘 사도행전의 바르나바입니다.

곤경에 처한 바오로를

온 힘으로 두둔하고 변호하며 보호해 준 바르나바의 헌신적 사랑입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는 진리 안에서 깨끗한 실천적 사랑을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수도승들은 지극히 열렬한 사랑으로 이런 열정을 실천 할 것이니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하고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

  서로 다투어 순종하고,

  아무도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르지 말고

  오히려 남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를 것이며

  형제적 사랑을 깨끗이 드러내고

  하느님을 사랑하여 두려워 할 것이다.’

진정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살 때 이런 진리 안에서 사랑의 실천이요,

이런 사랑의 실천과 더불어 견고해 지는 한 몸 공동체의 실현입니다.

셋째 열매를 맺으십시오.

결과는 열매로 들어납니다.

아무리 뿌리가 좋고 꽃이 좋아도 열매가 부실하면 공허합니다.

진정 주님 안에 뿌리 내려 서로 사랑하였다면

십중팔구 좋고 풍성한 열매입니다.

주님을 떠나서는 열매도 없습니다.

주님 안에 머물고 주님께서도 우리 안에 머물 때 풍성한 열매입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며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주님을 떠나선 열매도 없습니다.

꽃과 이파리는 풍성했는데 열매 없는 삶이라면

얼마나 허무하고 공허하겠는지요.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무르고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머무르면

무엇이든 청하면 우리에게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분명합니다.

주님 안에 머무를 때 풍성한 열매라는 것입니다.

항구히 주님 안에 머물러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 아침에 열매가 아니라 봄, 여름, 가을 후의 열매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하느님은 농부라는 말이 재미있어

  하느님 마음에 가까이 있다 여겨지는 우리 농부 수사님께 물어봤습니다.

  답은 기다려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끝까지 주님 안에 머물러 기다리는 마음이

  농부의 마음이요 하느님의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많은 열매를 맺어 비로소 주님의 제자가 되고

 
우리의 열매를 통해서 빛나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바로 사도행전의 사도들이 그 좋은 모범입니다.

 
이들의 열매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다음 묘사가 입증합니다.

‘이제 교회는

  유다와 갈릴래아와 사마리아 온 지방에서 평화를 누리며 굳건히 세워지고,

  주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면서 성령의 격려를 받아 그 수가 늘어났다.’

주님 안에 머물러 사랑의 복음 선교 공동체를 이룬 사도들이었기에

이런 풍성한 열매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 주님의 당부말씀입니다.

주님 안에 머무십시오.

서로 사랑하십시오.

열매를 맺으십시오.

늘 주님 안에 머물러 서로 사랑할 때

비로소 주님의 제자가 되고

풍성한 열매에 빛나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당신 안에 머물러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에게

풍성한 은총을 내려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