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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손질당하는 가지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08 조회수760 추천수15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부활 제5주간 수요일 - 손질당하는 가지

 


 

송봉모 신부님이 용서에 대한 강의를 하시는 중 이러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인종이란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다. 인종이는 신앙심도 깊고 착실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고3때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불량배들이 휘두르는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인종이의 부모님 역시 열심한 신자였는데 이러한 사실을 안 가해자 학생들의 부모들은 여러 차례 인종이 부모님을 찾아와 예수님의 이름을 들먹이며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인종이 부모님은 자기 아들을 죽인 학생들을 용서하기가 정말 어려웠지만 신앙의 이름으로 용서하였습니다. 그때 인종이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나는 절대로 당신들의 아이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주님의 이름으로 용서할 뿐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절대 내 앞에 나타나지 마십시오.”

그리고 얼마 뒤 미사 도중 어머니는 아들이 하늘나라 올라가는 환시를 뚜렷이 보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은 고인이 된 연 루치아가 다시 생각이 납니다. 루치아도 제가 보좌를 하던 본당의 예쁜 고3 학생이었습니다. 성악을 전공하기 위해 서울 부근의 한 대학에 진학한 루치아는 청년 성가대를 하였고 술자리가 있으면 너무 늦기 전에 가장 먼저 집에 들어가는 착한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유학을 로마로 나왔을 무렵 청년들과 본당 신자 분들이 루치아가 청년 성가연습을 하러 나간다고 하고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성가 연습을 나오기 위해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를 놓쳤다고 합니다. 한 아주머니와 둘이 기다리다 아주머니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로 루치아는 2년 동안이나 실종된 상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조차도 희망이 줄어들고 가끔 생각 날 때나 기도를 해 주던 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왔습니다. 루치아가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연쇄 살인자인 강호순의 한 피해자로서 유골을 찾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루치아가 살인범이 죽이기 전에 고민했던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착하고 깨끗하고 예뻐서 한 시간정도를 차에 태우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자신의 얼굴과 일을 알고 있는 루치아를 살려둘 수 없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장례식에서 루치아의 어머니는 자신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이젠 괜찮아요. 아마 실종되었을 때 바로 딸의 시신을 찾았으면 미쳐버렸을 거예요. 지금은 하느님께 감사해요. 2년이란 시간을 주셔서 저에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셨으니까요.”

아버님은 루치아의 홈피에 이런 글을 남기셨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끝내 가고야 말았어. 살아서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하느님이 너무 사랑하셔서 예수님의 수난처럼 그렇게 처참하게 데려가셨을까? ...”

그리고는 보상을 안 받기로 하시고 그 이유를 이렇게 적으셨습니다.

우리아이의 죽음은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깨우쳐 주신 거라고 생각되기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이런 불행한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자 합니다.”

 

세상엔 죄를 짓고도 잘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끔찍한 고통을 겪어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느님은 왜 당신께 그렇게 열심한 사람들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 것일까요?

아마도 오늘 복음의 한 구절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열매가 많이 열리게 하기 위해서는 가지를 솎아 주어야 합니다. 열매를 잘 맺는 가지라도 솎아주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작은 열매만 몇 개 열리고 말지만, 잘 손질하여주면 굵고 큰 열매들이 맺힙니다. 아주 열매를 못 맺을 것들은 건들 필요도 없지만 열매를 맺기 때문에 솎아주고 손질하여주는 것입니다. 나에게 칼과 가위를 대기에 고통스럽지만 그건 내가 맺을 수 있는 열매를 극대화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특별히 주시는 고통인 것입니다.

구약에서 요셉은 이미 아버지에게 사랑받는 아들이었지만, 형제들에게 미움을 받게 하고 남의 나라 땅에서 온갖 고통을 받게 하십니다. 그 고통 뒤에야 이스라엘 백성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인물로 새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열매를 더 맺은 만큼 더 행복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위의 두 부모님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성인에 가까운 정도로 성장하셨습니다. 그런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우리들은 어쩌면 꿈도 꿀 수 없는 경지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지는 고통들, 주님께서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시기 위함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을 어떨까요? 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지기 때문에 손질당하는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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