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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여 - 04 세 번째 쓰러짐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12 조회수410 추천수4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7. 고통은 영광의 산실, 시련

04 세 번째 쓰러짐
2008년 4월 22일 목요일, 울산광역시 우정 성당에 서 반장 - 구역장 60여 명의 1일 피정이 있었던 날입니다. 첫 번째 가 르침을 위해 말씀을 전하고 있던 내가 강론대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 다. 말씀의 결론을 내리기 위해 "하느님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 몇 천 배보다 더 좋고 귀합니다."라고 말하던 순간 내가 그만 강론대에서 쓰러지면서 혼절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나는 쓰러진 직후 침을 통해서 혈을 터주는 응급처치 덕분에 5분 만에 혼절 상태에서 깨어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고, 119구급차에 실려 20분 거리에 있는 남창의 보람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후, 다시 한 시간쯤 뒤에 부산 메리놀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응급조치와 함께 CT 촬영을 했습니다. 내가 정 신을 차린 건 일반 병실로 옮겨진 지 30여 분이 지나서였다고 합니다. 4일간 입원하면서 심장을 비롯한 각종 검사를 한 결과, 누적된 과로 가 원인이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에세이집을 내 기 위해 녹음 작업과 원고 정리에 신경을 많이 썼고, 봄이 되면서 매 일 밭에서 네 시간 정도 중노동을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것입 니다. 의사는 MRI 진단 결과 심장에도 간접적인 원인이 있다고 설명 했습니다. "신부님, 오래전에 쓰러진 적이 있지요? 소뇌에 신경경색이 나타나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데 제법 큰 것입니다." 신경과 과장이 MRI를 보면서 내게 물었습니다. "예, 25년 전에 교통사고로 쓰러진 적이 있습니다," 순간 지난날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1983년쯤 신시내티에 있을 때인 것 같습니다. 3월 초순이었고 사순시기였습니다. 부활을 잘 준비하기 위해 사순절 동안 미사 전에 40분 정도 강의했고 교리를 마 친 후 10분 휴식하고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점심을 먹 고 서둘러 데이톤(오하이오)에 가서 그곳에서도 다시 40분 교리 강의 후 미사를 봉헌하고 친교 시간을 가진 후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면 한 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 신시내티로 돌아오는 것이 매주 반복 되는 나의 일과였습니다. 그날 데이톤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던 내 승용차가 잔설이 남아 있던 다리 위에서 갑자기 다리 난간을 박고 튕 겼습니다. 조수석에 있던 나는 승용차 앞 유리에 머리 부분을 부딪치 면서 운전하던 분과 함께 혼절하고 말았습니다. "신부님, 나 한국 갔다 온 목사입니다. 알렐루야. 신부님, 정신 차려 요. 알렐루야." 한국말로 큰 소리로 말하는 목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정신을 차렸 지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사고 난 내 차를 발 견한 목사님이 우리를 깨운 것입니다. 잠시 후 승용차 문을 열고 나가 소변을 보고 다시 차 안에 앉아 있 는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차는 다시 한 번 크게 튕겼습니다. 얼음에 미끄러진 다른 차가 목사님 차에 충돌했고 목사님 차가 내 차 를 추돌하면서 나는 그 충격으로 다시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어슴푸레 들리는 앰뷸런스 소리에 눈을 떠보니 큰 병원으로 들어가 는 듯했고 다시 정신은 희미해졌습니다. 얼마 후 한국말 소리와 함께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데이톤 신자 대여섯 분이 내 침대 옆에 와 있었습니다. "신부님이 눈을 떴다. 신부님, 저 알아보시겠습니까?" "예수님은 거룩하게 죽었습니다." 깨어나면서 내가 말한 첫마디였습니다. 그 주일에는 예수님의 수난 과 죽음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고, 그날 말씀의 요점은 '예수님의 죽음 은 거룩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누워있는 내 손에는 종이 달린 십자가가 꼭 쥐어져 있었습니다. 내 말을 들은 교우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고 다시 우는 사람도 있었지만 병원 측에서는 집에 가서 며칠 요양하면 좋겠다는 의견뿐 그 사건은 비교적 가볍게 끝났습니다. 내가 큰 상처 없이 빠르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주님 의 특별한 보살핌 덕분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죽음의 위험에서 나를 살리셨던 것입니다. 그때 나는 '앞으로의 내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다.'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내게 허락하신 나머지 시간을 주님을 위해 살기로 새삼 다짐 했습니다. 그 사건은 분명 내 삶의 특별한 선물이었으며, 그 후 내 삶 은 굉장히 은혜로운 나날로 이어졌습니다. 그즈음 내가 있던 신시내티에는 성령쇄신 운동의 구심점이 되어 성 령 체험을 바라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성령 세미나가 열 릴 때마다 한 달 전에 신청을 마감할 정도였습니다. 또 전 미주의 봉 사자들이 찾아와 교육을 받고 충실한 봉사자로 거듭나는 봉사자 양성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때 내 가 죽었더라면 바로 천당 갔을 텐데 ---." 하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 였습니다. 이번에 쓰러진 후, 나는 조용히 쉬면서 묵상했습니다. 내가 쓰러진 사건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사건 안에는 하느님의 어떤 뜻이 있었는 지 알게 해달라고 나는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혼절한 지 13일 만에 주 님께서는 내게 그 의미를 깨우쳐주셨습니다. 첫 번째 쓰러짐은 복음을 전하러 가다가 일어난 사건이었고, 두 번 째는 복음을 전하는 현장에서 하느님의 사랑의 위대함을 선포하면서 쓰러졌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세 번째 쓰러짐은 언제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 복음의 중심인 성체 - 성혈을 축성하면서 쓰러질까. 아니면 성체를 분배하다가 쓰러질 것인가. 내 심령 안에서는 13년이나 15년 후가 될 것이라는 말씀이 울려오 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주님, 제가 복음을 전하는 현장에서 주님께로 갈 수 있다면 더없는 복으로 믿겠습니다." 지금 나는 생의 끝을 향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길은 주님께로 가까이 가는 길입니다. 내가 가는 그 길이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과 닮 아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지금 나는 참 행복합니다. 나는 요즘 이런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나를 믿지 않게 해주시고, 한순간에 나는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하찮은 존재임을 마음 깊이 새기게 해주옵소서. 나의 능력, 가 치관, 경험,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버리고 포기하게 해주십시오. 이제 는 주님으로 저를 채워주십시오.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 수님이 내 안에서 온전히 살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능력으로 봉사하 고 주님의 모습으로 살면서 아버지의 뜻을 양식으로 삼아서 살아가도 록 당신의 성령으로 도와주십시오. 성령과 하나 되어 예수님 사랑을 노래하도록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비나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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