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5.16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사도17,15.22-18,1 요한16,12-15

한계에 대한 깨달음

한계에 대한 깨달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한계들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예전 했던 ‘한계의 영성’에 대한 강론이 생각납니다.

‘지옥에는 한계가 없다’라는

대문호 괴테의 통찰에 바탕을 둔 강론이었습니다.

한계를 깨닫고 받아들여 넘어설 때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인도와 섹스피어를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던

영국의 엘리자벳 여왕 역시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

얼마 전 수도자 모임에서

법정스님이 김 영한 보살에게 위탁 받아 세워진 길상사를 방문했을 때

안내하던 스님의 말도 잊지 못합니다.

당시 수천억을 호가하는 요정 자리를 기부하는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어느 분의 물음에 대한 보살님의 대답입니다.

“그까짓 2천억의 돈 백석 시인의 시 구절 하나만도 못합니다.”

일언지하에 말문을 닫아 버렸다는 감동적인 일화입니다.

김영환 보살님은 이름난 기생이었는데

당시 천재시인 백석과 사랑에 빠져 3년간 동거했으나

시인 부모의 반대로 결혼은 성사되지 못했고

김영한 보살은 평생 그 첫 사랑을 간직하고 살다가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책에 감동받아 스님께 이 터를 기부했고

스님은 보살님에게 길상화라는 법명과 더불어

절 이름도 길상사라 했다는 일화였습니다.

길상사란 절 이름과 더불어 영원히 살게 된 참 자유로운 영혼,

김영한 길상화 보살입니다.

영원한 사랑을, 영원한 진선미 하느님을 체험해 깨달을 때

한계의 발견이자 한계를 초월한 자유로움입니다.

지옥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하느님 체험은 한계 체험이자

한계를 체험하면서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인입니다.

하느님 체험과 함께 가는 한계들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우리말이 참 오묘합니다.

‘깨어있다’ ‘깨닫다’ ‘깨치다’ ‘깨끗하다’ 모두 연관되어 있습니다.

일상의 진리를 깨어, 깨달아, 깨치어 알게 될 때

깨끗하고 자유로운 마음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바로 성령께서

진리에 대한 깨달음, 한계에 대한 깨달음으로

깨끗한 마음의 눈을 열어주십니다.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진리의 성령 덕분에

성자 예수님을, 이어 성부 하느님을 깨달아 알게 되니

진리의 성령은 깨달음의 마스터키와 같습니다.

바오로의 하느님 깨달음도 순전히 성령의 은혜입니다.

진리에 대한 깨달음은 바로 한계에 대한 깨달음이기도 합니다.

하느님 거울에 환히 들어나는 우리의 한계입니다.

세상 존재하는 모두가 한계 내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이 한계를 깨달아 받아들임이 겸손이자 지혜입니다.

역설적으로 한계를 받아들일 때 한계를 넘어 자유로운 영혼이 됩니다.

하느님 체험은 우리의 은혜로운 한계 체험입니다.

생노병사(生老病死)의 한계 체험을 통해 하느님을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은 오히려 모든 이에게 생명과 숨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

하느님 안에 들어나는 세상과 인간의 적나라한 한계의 실상입니다.

이 한계를 깨달아 갈 때 하느님을 닮아 참 사람이 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인간의 예술과 상상으로 빚어 만든 금상이나 은상이나 석상을

신과 같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무한한 하느님을 보이는 상으로 한계 짓지 말라는 것입니다.

반면 무한하신 하느님이 사랑 때문에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 한계를 받아 들이셨으니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느님의 무한과 인간의 유한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십자가와 부활의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무지의 시대에는 그냥 보아 넘겨주셨지만,

  이제는 어디에 있든 모두 회개해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명령하십니다.”

진리의 성령께서 부단히

우리의 무지를 열어주시어 깨달음의 회개로 이끄십니다.

회개의 깨달음이 우리의 한계를 깨달아 알게 하고

한계의 수련에 충실하게 합니다.

지옥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천국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주어진 자리에 충실할 때

성령을 통한 한계의 깨달음이

우리를 더욱 넉넉하고 자비롭고 자유로운 지상천국의 삶을 살게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중

당신 진리의 영으로 우리 모두 한계를 깊이 깨달아

한계에 충실한 지상천국의 삶을 살도록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