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
헨리 J.M. 뉴멘 지음 / 한정아 옮김
맺음말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이 묵상일기를 썼던 때가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8년이 지난 지금 이 일기를 읽어
보니 내가 그 동안 겪어왔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
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동안 나는 참으로 새롭게 바뀌
었다. 고통과 우울과 절망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화와 희
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일기를 썼던 시간들
은 내게는 영혼을 정화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변화의 시간
이었다. 늘 순수한 마음을 의심하고 자신을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생각했던 내가 이제는 하느님의 넓고 깊은 사랑
안에 머물면서, 세상 사람들의 찬사나 비난에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을 나
눠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사실 스
스로 선택해서 공동체를 떠나 있는 동안 나는 너무도 고
통스럽고 힘이 들어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태
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았었다. 행여 나
를 괴롭히는 격정과 일시적인 감정 변화에 휩쓸려 완전히
쓰러지게 될까 봐 늘 조심스럽고 불안했다. 그러나 점점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새 절망
에 사로잡혀 공동체를 도망치듯 떠나온 나는 사라지고 이
런 고통과 시련으로 몰아넣었던 우정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는 나로 서서히 변모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긋난 인간
관계로 인한 상처도 서서히 아물고 있다. 내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넘치는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확신함으로써 서
서히 자신을 옭아매던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
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용기도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외로움과 두려움, 분노나 질투와 같은 감정에
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나는 매
일매일 평화와 믿음을 위협하는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 산
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이런 감정에 휩싸
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슬픔이나 외로움, 분노와 같은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
고 두려워하거나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이런 상황을 사랑
하는 사람들에게 알려 당당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되
었다.
한때 천형으로 여겨졌던 시련의 기간이 이제는 축복으
로 바뀌었다. 나를 쓰러뜨리려 했던 고통과 절망은 이제
는 내 믿음을 굳건히 하고 희망과 사랑을 키워 나가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과연
살아 있는 동안 내가 시련기를 거치면서 깨달았던 것을
실천하며 평화와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렇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나는 그 힘들고 고통스러
웠던 세월 동안 하느님이 참으로 존재하는지, 혹시 내가
상상 속에 만들어 낸 존재는 아닌지 하는 의혹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철저하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바
로 그 순간에도 하느님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난 8년 동안 사랑하는 많은 친구들과 가족
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나도 머지않아 그들을 뒤따
라가게 될 것이다. 지상에 머무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나는 내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를 듣는
다.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온다. 나는 앞으로도 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 소리가 인도하는 대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그러다가 하느님이 두 팔 벌려 맞아주실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고 싶다. 그때까지 내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는 나의 삶을 비춰주는 등대
가 될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