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그가 먼저 선택하도록 하여라(생활묵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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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임 | 작성일2012-05-19 | 조회수349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아브람이 롯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한 혈육이 아니냐? 너와 나 사이에, 그리고 내 목자들과 너의 목자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온 땅이 네 앞에 펼쳐져 있지 않느냐? 내게서 갈라져 나가라. 네가 왼쪽 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창세 13,9)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참 아름답고 좋은 곳입니다.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이모'라고 부릅니다. 처음엔 무척 이상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참으로 다정하고 정겨운 호칭이라고 느껴집니다.
뭐 고모도 있고, 아주머니도 있으나 이모라는 호칭은 왠지 더 친근합니다. 왜냐? 엄마의 언니나 동생이 되시는 분이 이모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엄마의 가족인 이모! 이 얼마나 멋진 호칭입니까.
그렇게 인연이 되어 이모라고 부르며 일을 하고 있던 어느날 말로 표현하기 힘들고 어려운 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우리는 다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기에 그 이모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는 입장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주인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주 기분 나쁜 일이었습니다.
한 2년 같이 일했고, 더구나 같은 신앙을 가졌고, 참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제 마음은 해고시키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해고를 시키 는데 일단 일할 사람을 먼저 소문 없이 구해 놓고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구인 광고를 하려고 막 전화 수화기를 들려고 하는 순간입니다. 갑자기 아브라함과 롯이 헤어지는 장면을 확 떠올려 주시는 것입니다. "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창세 13,9)
"아, 아브라함은 롯이 먼저 선택하도록 하였구나!"
그 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주님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여쭈었는지요. 주님께서는 그 극적인 순간에 아브라함과 롯이 분가하는 장면을 떠올려 주시며 저도 아브라함처럼 그 이모가 먼저 선택하도록 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그 이모는 함께 일하는 쪽을 선택했는지 아무 반응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당신의 길로 이끄시는 주님의 손길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제가 교적을 그 이모가 살고 있는 본당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한 식구가 된 것입니다.
만약 그 때 아브라함과 롯이 분가하는 장면을 봤으면서도 내 뜻대로 했다면 어땠을까? 일상 안에서 이렇게 이끄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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