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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여 - 09 노인의 가치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21 조회수479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8. 사목 현장에서 만난 주님

09 노인의 가치
"신부님, 머리카락만 물들이면 10년은 젊어 보이 겠습니다. 얼굴은 50대 초반인데요?" 지난 20년 동안 여러 번 들어왔던 이런 말은, 물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 어린 농담이었습니다. "흰 머리칼은 지혜의 상징인데, 지혜에다 왜 먹칠을 합니까? 더 희 고 빤짝빤짝 빛나게 해야지요." 나이 먹고 늙어가는 것에 대하여 너무 슬퍼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팽배해 있는 사회가 한국인 것 같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물질 만능, 효율성과 가시적인 성과에만 치우쳐 있는 한국적인 풍조라고 생각합 니다. 나는 20대에는 20대에 맞는 얼굴이 있고, 연륜이 쌓이는 만큼 그 나 이에 맞는 아름다움이 있고 경륜에 맞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름답고 거룩한 것이 더해지고 쌓이게 되어 더욱 좋다고 믿고 있습니다. 1년 사계절은 각각의 고유성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봄에 새싹이 나는 것도 참 좋고, 여름이 되어 산천초목이 무성하게 뒤덮이는 것도 좋으며,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모습도 그 나름대로 아름답고, 열매를 맺는 것은 참으로 가치 있습니다. 또 겨울이 되어 동면을 통해 새로운 봄을 기다리고 준비하면서, 시 련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들도 참 귀합니다. 늙어가는 것이 그렇 게 나쁜 것인지, 감추어야 할 것인지, 말하지 말아야 할 금기사항인 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주교님, 이제 제가 본당 신부 할 만한 자격이 조금 생긴 것 같습니 다. 60을넘어서니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의 도와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귀가 열리고 눈이 열렸습니다." "이제 철이 조금 난 모양이구만. 나도 철이 나자 죽을 때가 된 것 같 은데 ---." 경주 불국사 뒷산을 등산하면서 정명조 주교님과 주고받은 얘기입 니다. 2002년 부임한 동래 성당은 노인 인구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700 여 명의 위령회 회원이 있는 본당이었지만, 노인을 위한 사목적인 배 려가 별로 없었습니다. 지역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라 노인사목을 위해 '노인대학'을 개설했습니다. 그런데 '노인대학'이란 용어에 거부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과거 유명했던 동래 성당의 유 치원 이름이었던 모심(母心)을 써서 모심 대학으로 합시다."고 했더니 좋다고 했습니다. 모심대학을 설립하고 성황리에 운영했습니다. 동네의 믿지 않는 노 인이나 타 종교인 노인들까지 150명이 찾아왔습니다. 나는 특강을 통 해 "늙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며 성경에도 노인의 백발은 지혜의 상징 이고, 노인은 말은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지침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고 노인의 가치를 역설했습니다. 그래서 노인의 말은 권 위가 있고 깊이가 있으며, 사람들이 노인을 존경해야 하는 이유가 거 기에 있는 것입니다. "노 사제님은 이리로 오시지요." 스님, 목사님과의 종교연합 일치 모임을 할 때 스님이 나한테 인사 한 말인데, 그 말씀이 내게는 아주 좋게 들렸습니다. 나이가 가져다주 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경륜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하나둘 터득하면서 성숙의 길로 가는 노인의 삶을 나는 사랑하 고 있습니다. 노인은 원숙하고 내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때입니다. 젊을 때 는 사람의 겉만 보다가 차츰 사람의 내용을 보게 되고, 늙어가면서는 그 사람의 뿌리를 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리는 노인의 삶은 인생의 의미 와 그 깊이가 더해지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입니다. 나는 미사 중에, 특히 강론 중에 아기가 울거나 휴대폰 소리가 울리 면 과거에는 분심거리가 되거나 신경에 거슬렸습니다. 그런데 연륜이 쌓이면서 나는 그런 일에 구애받는 것은 내가 올바른 설교자가 아니 지 않은가 생각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위대한 설교를 하신 예수님 이나 마지막 십자가 죽음을 자신에게 주어진 은혜로운 강단이라 여기 면서 순교한 일본의 순교자들을 생각하면서 성숙하지 못한 내 모습을 고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신앙과 연륜의 깊이가 가져다 준 선물이 아 닌가 합니다. 노인에게는 노인다운 삶이 있습니다. 노인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고귀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할 때 존경받는 노인이 됩니다. 모세는 육신은 노쇠하였지만 눈에는 정기가 넘쳐흐르는 가운데 임종 을 맞았습니다. 모세의 삶과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나는 과거 하루빨리 부산 교구에 노인대학연합회가 발족되고 노인 사목에 도움이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노인이 존경받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우리 천주교가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하면서 ---.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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