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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신비여 - 12 봉사자의 희생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24 조회수475 추천수6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신앙의 신비여
사제 생활 50년의 단상

왕영수 신부 지음

8. 사목 현장에서 만난 주님

12 봉사자의 희생
캐나다 몬트레이 한인 성당의 회장님으로부터 전 화가 왔습니다. "신부님, 우리 공동체에 심각한 문제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새 신부 님이 오시기 전에 피정을 했으면 하는데 신부님이 도와주세요." "어떤 문제가 심각합니까?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대충 설명을 ---."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현실입니다. 한국 신부님과 신자들 간에 마찰이 심해서 오랜 진통 끝에 떠나가시고, 현지 캐나다 신부님 이 1년간 계셨는데 3개월 전에 그만두었습니다. 한 달 후면 대구 교구 에서 한국 신부님이 오시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숱한 문 제가 있었고 자연히 이곳 한인사회에서도 좋지 못한 평판이 파다합니 다. 이번 사순 피정에 왕 신부님이 도와주시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 같습니다." 막상 그곳에 도착하니 회장님은 내게 골프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또 나에 대한 친절한 배려로 5일간의 점심 - 저녁식사 계획을 이 집, 저 집으로 미리 정해놓았다고 했습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 니다. "제가 이곳에 이번 사순절을 기도와 희생, 자선을 하는 기간으로 삼 기 위해 피정하러 왔습니다. 아침식사는 본당 캐나다 신부님과 함께 하고 점심과 저녁식사는 단식하기로 마음을 정했으니, 회장님도 오로 지 피정에만 전념하시고 식사 문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십시오." 실제로 나는 5일간 단식과 기도를 하면서 피정에 봉사했습니다. 차차 시간이 지나면서 교우들이 피정에 임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 니다. 많은 신자들이 진정한 회개의 은총 속에서 고백성사를 보았습 니다. 마지막 감사 - 파견미사에서는 성체를 받아 모시고 난 후 피정 체험 담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 는 하느님의 공동체로 거듭나는 은총의 열매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문제를 일으켰던 핵심 인물 세 분이 울면서 공동체 앞에서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했습니다. 100여 명의 교우들이 흐느끼고 크게 울면서 서로 '내 탓'이라고 말 하면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후일 신부로 오실 대구 교구 길용 효 신부님을 대신해서 자리를 깨끗이 청소했다는 생각이 들어 주님께 감사했습니다. 위와 유사한 사건이, 제 본당 사목의 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신시내 티 한인 공동체의 25주년 기념 피정에서도 있었습니다. 새로 부임하 신 신부님께서 아주 열성적이고 세심하게 공동체를 관리했지만, 공동 체는 분열 현상이 일어나면서 심각하게 변질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문에 25주년 행사와 전례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 도로 공동체의 상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스런 소식을 전해 들었던 터라 실은 그곳에 가고 싶지 가 않았습니다. '내가 가도 용빼는 재주는 없는데 ---.'란 생각이 들었 지만 이미 약속한 것이니까 할 수 없이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골프 가방은 갖고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10여 년 동안 미주 에 가면서 골프채를 갖고 가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굳은 결심 과 성령으로 무장된 마음을 안고 현지에 갔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본당 회장님과 임원들이 마중 나와 늘 그렇듯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성당으로 가면서 그분들은 3박 4일간 골프할 계획과 저녁식사는 어 느 집에서 한다는 것 등을 소상하게 설명했습니다. 애정 어린 접대를 사양하기가 힘들었지만 나는 사양해야 할 이유와 내 의견을 말해주었 고 그들은 내 뜻에 따라주었습니다. '네 스스로 모범을 보여라. 이 공동체를 창설했던 네가 어떻게 봉사 하는 것이 정녕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봉사인지, 말이 아니 라 행동으로 직접 보여라." 출발하기 전 성체 앞에서 한 시간 동안 무릎 꿇고 기도했을 때 주님 께서 내게 들려준 말씀에 따라 나는 그곳에서 세상적인 즐거움을 포 기하고 피정에만 전념했습니다. 피정 기간 동안 단식으로 일관하면서 낮에는 계속해서 면담 - 고해 를 주었고 성당에서 기도했습니다. 비록 육신의 힘은 줄었지만, 영적 인 능력은 힘 있게 솟아나서 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공동체가 여러 가지로 잘못된 것은 제일 큰 책임이 나에게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영성을 어떻게 형성해 놓았 기에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된 것입니까? 모두 내 탓 입니다." 마지막 감사미사에서 짧은 강론 끝에 내가 말했습니다. 성찬의 전례가 시작됐고 영성체 후 묵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울면서 묵상기도를 하시고는 신자 한 분 한 분을 뜨겁게 포 옹했습니다. 그러자 전직 임원들부터 원로들, 모든 신자들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내 탓입니다. 내가 잘못습니다."라며 진심으로 회개하 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날 나는 온 공동체가 스스로 자기 잘못을 깨닫고 서로에게 용서 를 청하면서 다시 태어나는 부활의 기쁨을 되찾는 모습을 눈으로 확 인했습니다. 즐거움과 평화의 열매를 맺은 아름다운 미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행사와 전례는 성공적인 축제로 뜨겁게 시작해서 감사와 축복 속에 마쳤습니다. 봉사자의 손은 깨끗해야 하고, 마음에 부정한 이익을 탐내지 않아 야 합니다. 봉사자는 오로지 공동체 안에 주님의 영광이 머물 수 있도 록 자신을 낮추고 비워야 하며, 주님이 오실 날을 준비하는 세례자 요 한의 삶과 정신을 본받아야 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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