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장례미사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24 조회수726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만남 속으로


이제민 지음

하느님을 만나게 해준 사람들

장례미사
요즘의 농촌은 젊은이들은 도시로 나가서 직장생활을 하고 노인들만 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가정방문을 하다가 노인 들이 불편한 몸으로 혼자 사는 것을 보면 마음이 불안하다. 저러 다가 사고를 당하면 어쩌나 그래서 제일 먼저 묻는 것도 "자녀 들은 가끔씩 옵니까?" 이다. 대개는 그렇다고 답한다. 때로는 외 지의 자식이 잘산다는 둥 신앙생활 잘한다는 둥 묻지 않은 자식 자랑까지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들의 쓸쓸한 자랑에서 자식을 욕먹이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이 강하게 전해져 온다. 여든이 넘은 한 할머니가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오늘 장례 미사를 드렸다. 장례미사는 세상을 떠난 외로운 할머니의 마음 과 죽음을 예식으로 치르는 유가족의 마음 사이에 형성되는 긴 장 속에서 치러진다. 그 사이에서 사제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때로 망설인다. 행복한 죽음이 있을까마는 쓸쓸한 죽음은 살아 남은 이들에게 인생이 무엇인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준다. 죽음은 바로 삶의 메시지인 것이다. 오늘 000 할머니의 장례미사를 드립니다. 할머니의 죽음은 살아 있는 우리들에게 인생이 무엇인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강한 메시지로 전해줍니다. 나는 이 할머니를 잘 모릅니 다. 여기 온 지가 몇 달이 지났지만 개인적으로 만나 뵌 적도 없 습니다. 그래서 어제 연도를 드리러 가서 또 오늘 장례미사를 드 리기 전에 사람들에게 할머니가 어떤 분이셨는지 물었습니다. 자식들 때문에 일생을 고통으로 사신 분이라고 하였습니다. 자 식들이 속을 썩여서가 아니라 한 아들은 질병으로 고통받다가 먼저 세상을 떴고, 다른 여식 역시 질병으로 평생을 병원에서 보 내고 있고, 또 다른 자식들은 외지로 나가 살고 있어 할머니는 여든이 넘도록 홀로 외롭게 사셨다고 했습니다. 젊었을 때는 성당에도 잘 다녔지만 연세가 들면서 몸이 불편 해지고 정신도 희미해져서 성당에도 잘 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매월 병자 영성체하 러 나가는데 할머니가 명단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월 한 번씩 미사를 드리는 공소의 담장을 끼고 바로 옆에 사셨다는 데 도 찾아뵙지를 못한 것입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금 할머 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공소 미사 전에 병자 영성체를 먼저 하는데 왜 할머니가 빠져 있었는지, 챙겨드리지 못한 것이 더욱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할머니가 자식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서 성모님 이 생각났습니다. 성모님처럼 자식 때문에 고통을 당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할머니는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셨 다고 하였습니다. 묵주를 들고 자식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할머 니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했습니다. 할머니의 그 모습이 그대로 마리아의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평생 예수님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신 성모님, 마지막 예수님의 비참한 죽음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죽은 아들의 시체를 끌어안고 무슨 기도를 바 치셨을까? 마리아의 그 마음이 그대로 할머니의 마음이었을 것 입니다. 평생 자식을 품에 안고 사셨을 할머니의 마음이 이제 막 들은 마태오 복음(마태 25,31-46)에 그대로 나타나는 듯합니다. 그리 스도께서 의인들에게 하신 말씀은 바로 할머니에게 하시는 말씀 일 것입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000야, 와서, 세상 창조때 부터 너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할머니는 평생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기가 먹을 것 자식에게 주었고, 자기가 마실 것 자식에게 주었으며, 자기는 헐벗고 살면 서 자식을 입혀 주었고, 자기는 초라한 집에 살면서 자녀들이 좋 고 아늑한 집에서 살도록 기도하였고, 자기의 건강을 돌보지 않 고 자식을 돌보아 주었으며, 그렇게 온 마음을 자식에게 주면서 살았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식에게 해 준 것이 별로 없다고 느끼며 평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게 할머니의 마음이었을 것 입니다.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하여 살아보지 못한 할머니, 할머 니에게 주님은 말합니다.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자식은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했을까요? 어쩌면 그들은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시거나 목마르시거나 나그 네 되신 것을 보고, 또 헐벗으시거나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시중들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하는 마음으로 자신 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주님을 만나기만 하 면 모든 것을 다 내어놓을 듯한 자세로 말입니다. 하지만 주님을 찾는 그들에게 어머니는 진정 누구였을까요? 주님을 찾으면서 자기들에게 마음을 주며 평생 굶주리고 목말라하고 헐벗고, 마 음의 병을 앓았던 어머니의 마음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이런 말로 자녀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 은 할머니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입니다. 장례미사는 우리의 어리석은 마음을 일깨워 줍니다. 할머니 의 쓸쓸한 죽음은 자신을 완전히 내놓은 예수님과 성모님의 마 음을 느끼게 합니다. 희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 할머니의 마 음을 느끼면서 할머니를 하느님의 품에 안겨드리고자 합니다. 주님,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할머니 가 누리는 안식을 저희도 느끼게 하여 주소서.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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