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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27일 성령 강림 대축일(청소년 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27 조회수677 추천수12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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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성령 강림 대축일(청소년 주일) - 요한 20,19-23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때로 산들바람, 같은 때로 폭풍 같은 성령>

 

 

    우리 인간과 세상을 위한 성령의 활동과 존재방식은 참으로 다양하게 드러납니다. 우리 인간의 구원과 성화에 협조하는 협조자로서의 성령, 우리 인간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인도자로서의 성령, 하느님과 우리 인간을 연결시키는 중재자로서의 성령, 우리 영혼의 동반자로서의 성령, 섬처럼 고립되어만 가는 우리 인간 각자 서로서로를 연결시키는 일치의 근원으로서의 성령...

 

    수많은 성령의 역할 가운데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을 새롭게 하시는 성령, 신선하게, 활기차게 만드시는 시원한 바람 같은 성령의 역할입니다.

 

    결혼생활을 해나가시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같은 봉헌생활자들에게 특별히 필요한 부분입니다. 결혼생활도 마찬가지겠지만 수도생활도 밋밋하기는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됩니다. 매일 만나는 형제들과 삼시 새끼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습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공동체 시간표 안에서 똑같은 사도직에 임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타성과 적당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별 감흥도 없이, 아무런 재미나 긴장도 없이, 그저 그렇게, 아주 무심하게 하루하루를 습관처럼 살아갑니다.

 

    이런 우리에게 정녕 필요한 것이 성령의 바람입니다. 조금은 혼탁하고 조금은 고루하기도 한 우리들의 일상을 한 바탕 뒤집어 놓으실 성령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성령은 정말이지 바람 같은 분입니다. 바람이 내가 오늘은 이리로 분다, 이 정도 세기로 분다, 고 예고하고 부는 것 봤습니까? 바람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입니다.

 

    성령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 감미로운 바람 같습니다. 세파에 시달리면서 갖은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그머니 다가와 한없이 우리를 베푸는 산들바람 같은 때가 있습니다. 성령께서 우리 삶에 지극히 호의적으로 움직이실 때가 그렇습니다. 어떤 때 성령께서는 우리의 삶을 환희와 축제로 가득 채워주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성령의 움직임이 항상 그런 것이 절대 아닙니다. 때로 성령의 활동이 낙뢰를 동반한 폭풍 같은 때도 있습니다. 우리 삶을 바닥부터 완전히 뒤집습니다. 단 한치도 더 나아갈 수 없는 절벽 앞으로 몰아가는 바람 같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 험하고 거센 바람 역시 성령의 바람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 인생 밑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불순물들을 한번 뒤집어 놓으셔서 정화시키기 위한 쇄신의 바람이라는 사실을.

 

    성령을 진심으로 수용하는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은 180도 차이가 납니다. 아직 하느님의 성령이 임하지 않은 제자들의 모습을 보십시오. 두려움에 가득 차 문을 잠가놓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지 않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감옥에 가둡니다. 그 속에서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나약하고 의기소침합니다. 매일 매일이 그저 그런 하루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성령과 함께 하는 제자들을 보십시오.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습니다. 성령의 현존으로 인한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찹니다. 그들의 영혼은 구원의 기쁜 소식을 만방에 알리고자 하는 설렘으로 가득 찹니다. 더 이상 목숨을 잃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담대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을 바라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웃과 소통하지 못합니다.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된 하나의 섬처럼 외롭고 우울하게 살아갑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 누구로부터도 위로받지 못하고 하루하루 스스로를 갉아먹어가고 있습니다.

 

    그 어떤 때보다도 강렬하고 진한 성령의 현존과 활동이 필요한 나날입니다. 오소서, 성령이여. 어서 빨리 오십시오. 오셔서 우리와 온 누리를 새롭게 하십시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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