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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열매 맺는 전례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01 조회수750 추천수14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연중 제8주간 금요일 - 열매 맺는 전례

 


 

       오늘 성모의 밤 행사를 마쳤습니다. 오늘도 걸린 시간은 거의 3시간. 저녁을 드시지 못하고 오신 분들도 많았는데 너무 죄송했습니다. 시간을 잘 조절했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신학교에 있을 때도 긴 미사는 딱 질색이었습니다. 신학교 전례는 매우 딱딱해서 아주 작은 무엇 하나 틀려도 교수 신부님들의 눈초리를 받는 그야말로 전례시간이 그리 즐거운 시간은 못 되었습니다. 미사나 성무일도 시간은 주님을 만나 마음이 편해지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더 긴장되는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성당에서 혼자 기도하는 시간은 좋아했지만, 함께 전례 하는 시간은 왠지 꺼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로마로 유학을 가니, 우리나라 전례가 로마의 전례보다 훨씬 더 경직되어 있고 딱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황님이 하시는 미사도 한국에서 하는 전례에 비하면 매우 헐렁하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유학을 간 것은 2000년 대희년 때였습니다. 대희년이어서 거의 매주일 미사가 바티칸 광장에서 있었습니다. 저희는 바티칸 직속 대학이기 때문에 매주 교황님 미사에 참례해야 했습니다. 유럽신자들도 교황님과의 미사를 한 번이라도 해 보는 것이 소원인 분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온 젊은 신학생으로서 매주일 교황님과 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은총이고 기쁨이었습니다.

한 번은 교황님 미사에서 독서를 하게 되었고, 미사 끝에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 개인적인 강복과 안수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들은 아마도 우리 집의 가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처음에는 로마에서 공부한다는 것 하나로 누릴 수 있는 이런 특권에 너무도 행복했었습니다.

그러나 매주 교황님과 미사 한다는 것은 결코 기쁜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보통은 미사시간 2시간 전에 광장에 들어가서 미사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미사는 거의 대부분 2시간을 넘깁니다. 그러니까 오전 4시간 동안 광장에서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사진기도 가져가서 교황님 사진도 찍으면서 황홀한 성가대 소리를 들으며 미사에 열중했습니다. 그러나 매주 4시간씩 주일미사를 그런 식으로 하는 것에 싫증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라틴어로 미사를 하기에 너무 딱딱해서 재미도 없고, 강론도 따분하여 졸리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몇 번 가보고는, 그 다음부터 살짝 빠져서 바티칸 주위에 있는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성당들은 길어야 30분이면 주일미사가 끝났습니다. 올라와서 컴퓨터로 영화 한 편을 다 보아도 바티칸 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습니다.

한 번은 교황님 미사의 성체분배를 했는데 열심히 하려다가 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고위 사제들의 눈초리가 매우 뜨거웠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다시 교황님 미사 전례에 오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마음까지 먹게 되었습니다.

왜 저는 신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사가 점점 재미없어졌던 것일까요? 이유야 어쨌건 재미없었기에 저도 더 짧은 미사를 찾아갔던 것처럼, 신자들이 전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것은 지금의 저의 책임이라고 느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전례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성전으로 향하는 중이셨습니다. 그런데 배가 고프셨습니다. 그래서 무화과나무를 보았더니 잎만 무성하고 열매가 없었습니다.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무화과를 저주하십니다.

사실 무화과 철에 무화과가 열리지 않는 것이 무슨 잘못입니까?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있는 무화과를 저주하시는 이유는 그 무화과나무가 하나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에 기도하러 가시던 중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는 환전상들과 비둘기 장수들이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기도하러 왔다가 돈을 환전하다가 손해를 봐서 화가 나게 되고, 또 비둘기를 사다가 바가지를 씌우는 바람에 화가 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성된 기도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은 그런 모든 것들을 다 쫓아내십니다.

 

열매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는 누구도 찾지 않게 됩니다. 우리 전례가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전례적인 응용을 꾀합니다. 그래야 신자들이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열매입니다. 열매를 맺은 전례는 더 많이 찾게 마련입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 저는 제가 강론을 길게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강론을 줄입니다. 처음 오산에 왔을 때보다는 5분 정도씩은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3시간이 넘는 전례는 앞으로는 안 할 생각입니다. 어쩌면 전례를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게 하시려고 한 것이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신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하느님을 만나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전례를 만들어 갈수 있어야겠습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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