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영성 - 파스카 신비] 세례성사, 파스카 신비의 입문 파스카 성야와 그리스도교 입문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 이 세 성사는 세트 메뉴다. 세례를 주문하면 견진과 성체까지 함께 딸려 나오는 종합 세트다. 적어도 3-4세기 교회의 모습은 그랬다. 3년 과정의 교리 교육을 마친 예비 신자들은 그해 파스카 성야에서 이 삼종 세트를 한꺼번에 받으며 그리스도교에 입문했다. 긴 예비 신자 기간을 보내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신 거룩한 이 밤에”(「로마 미사 경본」, 362면)세례의 샘에서 새로 태어난 이들은(부활 감사송 2 참조) 갓난아기처럼 하얀 옷을 입고서 교회 안으로 인도되어 들어갔다. 곧이어 주교의 도유와 안수, 곧 견진(Confirmation)을 받았다. 이는 세례자가 “죄와 죽음에서 벗어나 선택된 겨레, 임금의 사제단, 거룩한 민족,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다.”(연중 주일 감사송 1)는 교회의 확인(Confirm)이었다. 끝으로 “그리스도교 입문의 절정이며 그리스도인 삶 전체의 중심”(「로마 미사 경본」, 400면)인 성찬례에서 영성체를 하였다. 파스카 성야는 고대 로마 전례의 관습이 보여 주듯 뭐니 뭐니 해도 그리스도교 입문의 밤이었다. 세례성사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응답하는 신앙의 첫 번째 성사”(「그리스도교 입문 총지침」, 3항)이다. 복음에 응답하는 믿음이 없다면 세례를 받아도 “하늘 나라의 문”(부활 감사송 2)에 ‘입문’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고 재현하는 세례가 실제로 죄의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하느님 나라의 입문”(「그리스도교 입문 총지침」, 3항)으로 드러나려면, 예비 신자 기간 이전에 “반드시 첫 ‘복음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어른 입교 예식 지침」, 68항). 이 때문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 개혁을 통하여 고대의 파스카 성야와 입문 성사 거행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하였다. “여러 단계로 이루어지는 예비 신자 기간을 복구”하여 새로운 「어른 입교 예식」(1972년)을 마련한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른 입교 예식 「어른 입교 예식」은 “어른들이 그리스도의 신비를 전해 듣고 성령께 마음을 열어, 살아 계신 하느님을 의식적으로 자유롭게 찾으며, 신앙과 회개의 여정을 시작하도록”(「어른 입교 예식 지침」, 1항)이끌어 준다. 입교 과정은 네 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기간은 교회가 처음으로 복음을 들려주고 권면하는 ‘예비 신자 이전 기간’이다. 둘째 기간은 교리 교육에 전념하는 때이며, 예비 신자로 받아들이는 예식으로 시작해서 세례 후보자 선발 예식으로 끝나는 ‘예비 신자 기간’이다. 셋째 기간은 성사들의 거행을 위해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때이며 사순 시기로 시작해서 파스카 성야의 첫영성체로 끝나는 ‘정화와 조명의 기간’이다. 끝으로 마지막 기간은 부활 시기 동안 “복음 묵상, 성찬례 참여, 사랑 실천에 힘쓰며, 파스카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닫고, 그 신비를 생활 실천으로 더욱더 드러내야”(「어른 입교 예식 지침」, 37항)하는 ‘신비 교육 기간’이다. 파스카 성야 중에 이루어지는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 거행은 이 파스카의 신비에 ‘성사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파스카 성야 예식은 제1부 빛의 예식, 제2부 말씀 전례, 제3부 세례식, 제4부 성찬 전례로 나누어 거행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입문의 파스카적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빛이 생겨라.”(창세 1,3)하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창조와 구원의 드라마가 시작되었던 것처럼, 파스카 초를 들고 “그리스도 우리의 빛”(「로마 미사 경본」, 364면) 하는 부제의 외침으로 “파스카의 신비로 이루어진 주님의 위대한 업적”(연중 주일 감사송 1)이 기념되기 시작한다. 파스카 성야의 그리스도교 입문은 빛의 예식과 행렬 덕분에 “어둠에서 놀라운 빛으로” 들어오는 입문의 성격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말씀 전례에서 봉독되는 아홉 개의 독서를 통해 “일찍이 선조들이 믿었던 구원이 이미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닫게”(파스카 성야 제4독서 후 기도) 된 예비 신자들은 생명의 샘인 세례대로 나아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탄생한다. 이때, “어른이 세례를 받으면 주교가, 주교가 없을 때는 세례를 베푼 신부가 주교의 위임을 받아 곧바로 제단에서 견진성사를 베푼다”(「로마 미사 경본」, 394면). 이러한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의 연결은 “파스카 신비의 단일성과, 성자의 파견과 성령 강림의 밀접한 관계”를 드러내기 때문에, “중대한 이유가 없는 한 세례에 이어서 곧바로 견진성사를 받는다.”(「어른 입교 예식 지침」, 34항)고 말하는 것이다. 끝으로 성찬례에서 새 신자들은 첫영성체를 한다. 교회 공동체와 함께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영원한 선물인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등, 새 신자들은 이날 처음으로 완전한 권리를 지니고 성찬례에 참여하여 영성체를 하며, 이로써 “그들의 입교 과정이 완결된다”(「어른 입교 예식 지침」, 36항). 입문의 기억 신자들은 입문의 정점인 파스카 성야 때 세례 서약을 갱신하고 파스카 만찬에 참여함으로써 새 힘을 얻는다. “예비 신자들과 함께 파스카 신비의 가치를 묵상하고 자신도 새롭게 회개”(「어른 입교 예식 지침」, 4항)하는 것이다. 예비 신자들이 세례를 준비하는 동안, 신자 공동체는 자신이 받은 세례를 기억하며 “하느님을 섬기겠다고 다짐한 세례 서약을 새롭게”(「로마 미사 경본」, 397면)할 수 있다. 사순 시기의 여정을 시작하며 교회는 예비 신자 선발 예식에서 신자 공동체를 향해 이렇게 권고한다. “이제뽑힌 이들은 우리와 함께 파스카의 성사들로 나아가며 우리에게서 새로운 삶의 본보기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예비 신자들과 우리가 서로 변화되어 파스카의 은총을 합당하게 받도록 주님께 기도합시다”(「어른 입교 예식 지침」, 148항). 주님은 해마다 파스카 축제로 신자들의 믿음을 불타오르게 하시어(부활 제2주일 본기도 참조), 물로 깨끗해지고 성령으로 새로 난 모든 이가 “파스카 신비로 새로워져 부활의 영광에 이르게”(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 영성체 후 기도) 하신다. 이렇게 파스카 성사로 힘을 얻고 사랑의 성령을 받아 그리스도와 한마음이 되면(파스카 성야 영성체 후 기도 참조) 「가톨릭 성가」 1번을 온 마음으로 노래하게 될 것이다. “나는 굳게 믿나이다, 진실하온 주님 말씀. 성세 때에 드린 맹세, 충실하게 지키리다. 주께서 나를 택하여 교회로 부르시오니 진심 감사하나이다.” * 최종근 파코미오 -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입회하여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지금은 성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원장을 맡고 있다. 교황청립 성안셀모대학에서 전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9년 3월호, 최종근 파코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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