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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부님, 영광입니다"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05 조회수575 추천수6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1 "안 된다니까, 그래!"

"신부님, 영광입니다"
광주 지산동에 있을 때의 일이다. 성당에서 차를 타고 3분 정도 올라가면 무등산 관광호텔이 있고 그 앞에는 온천 대중탕이 있으며 그리고 다시 걸어서 20분 정도 올라가면 깻재라는 무등산 자락의 작은 고개가 나오는데 거기에 는 각종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새벽 미사가 끝나면 산에 오르는 일이 아주 상쾌한 일과였다. 목욕탕 주인은 호남동성당에 있을 때 내가 직접 세례를 준 분이 라 들어갈 때마다 돈을 받지 않았으며 음료수를 파는 아줌마도 같 은 신자라고 나만 보면 요구르트나 다른 음료수를 들고 권하곤 했 었다. 아침 출발은 미사와 운동과 목욕으로 항상 최고였다. 그런데 어느 날 목욕 후 였다. 호텔 앞 주차장에 세워 둔 성당의 9인승 베스타를 우회전으로 꺾기에는 옆에 주차된 차 때문에 각도가 너무 급해 있었다. 그래 서 좌우를 살펴본 후에 차에 올라 일단 뒤로 후진하여 오른 쪽으 로 꺾으려 했더니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뒤 를 보니 어느새 내 뒤에 고급 승용차가 와 있었다. 큰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남의 차를 받아 놨으니 뭔 소리를 들어도 크게 얻어 들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얼른 차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접 근해 보니 승용차의 앞문이 움푹 패여 있었고 뒷좌석에는 어린애 가 뉘어 있는데 운전석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금방까지도 차가 없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너무도 어이없는 처사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오면서 "신부님, 영광입니다" 하며 인사 를 하는 것이었다. 아마 차 주인인 모양인데 젊고 아름다운 여자 였다. 그러나 분명히 초면이었다. 과연 이 여자가 어떻게 나올지 나로서는 몹시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도리가 없었다. 얼른 죄송하다면서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수리해 드리겠다는 제의를 하자 젊은 부인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자기도 신잔데 신부 님을 잘 알고 있다면서 걱정하지 말고 그냥 가시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경황이 없던 터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러자 저쪽에서, 신부님이 안 가시면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 하 더니, 내게 상냥하게 인사를 하고는 망가진 차를 가지고 그냥 떠 나는 것이었다. 나는 한동안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성당 으로 돌아오는데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또 고 맙기도 했다. 사제관에 돌아와서는 마음이 영 찜찜했다. 초보도 아니면서 내 가 왜 그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생각할수록 자존심이 상했다. 차라리 수리를 해주고 변상을 했어야 마음이 더 개운했을 텐데, 오전 내내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정오가 가까웠을 때였다. 전화가 왔는데 웬 젊은 여자였다. "누구시더라" 하며 신분을 물 으니 아침에 내가 망가뜨린 바로 그 승용차의 주인이었다. 너무 황공해서 거듭 사과를 하며 변상을 하겠다는 뜻을 전하자 저쪽에 서 그랬다. 아무래도 신부님께서 부담 되실 것 같아 전화를 했는 데 정 그러시면 점심이나 한 번 사라는 것이었다. 그건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악연이 좋은 인연된다' 고 젊은 자매와 함께 레스토랑에 앉아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사람을 통해 알고 보니 그녀는 서울에 있는 모 검사의 부인이었다. 남의 실수에 대해 "영광입니다" 하며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 다면 세상이 얼마나 더 환하게 밝아질 것인가. 얼마 전 호남고속 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다가 순찰경관에게 걸렸는데 그가 나를 보 자 갑자기 경례를 딱 부치면서 그냥 가시라는 것이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지만 친절하게 웃던 그 경찰도 영 잊여지지 않는다. "신부님, 영광입니다!" 문득 서울로 이사 간 그녀가 생각난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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