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聖讀) 예찬 - 6.8,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08 조회수410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12.6.8 연중 제9주간 금요일 2티모3,10-17 마르12,35-37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聖讀) 예찬

 

 

 

 

 



아침 식사 후 잠시 동안 주방 수사와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오후에 시장갑니다.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밖의 세상 사람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어요.”

 


걱정 가득한 주방 수사님의 말에 저 역시 즉시 화답했습니다.

 


“그래요? 날씨만 가뭄이 아니라 삶도 가뭄이군요.”

 



계속되는 가뭄에 목이 탄 땅, 초목(草木)들 모두가 하늘만 바라봅니다.

삶의 가뭄에 목이 탄 세상 사람들을 연상케 합니다.



얼마 전 농장 수사님의 말도 생각이 납니다.

 

“농사는 70% 하느님이 지으십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70%라면 사람의 노력은 30%입니다.”

 


고스톱을 하다보면 ‘운(運)7, 기(技)3’이란 말이 있는 데,

농사에도, 삶의 농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 같습니다.



하여 요한복음의 다음 예수님 말씀이 고맙습니다.

농부들을 고무시켜 주는 말씀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15,1ㄴ).

 


진정 우리 삶의 농부는 하느님이라는 고백입니다.


하느님의 은총 있어야 삶이든, 농사든 잘 지을 수 있습니다.




이래서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통한 하느님의 은총이 절실합니다.

 

가물어도 땅속 깊이 뿌리 내려 초록빛 생명으로 빛나는 나무들은

바로 삶의 가뭄 중에도 하느님께 깊이 뿌리 내린 영혼들을 상징합니다.


하느님께 깊이 뿌리내리는 데 렉시오 디비나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습니다.

 


오늘은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성경 말씀의 육화와 관상의 생활화에

렉시도 디비나 수행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화답송 다음 시편은 그대로 렉시오 디비나 수행의 은총을 말해 줍니다.

 


‘주님,

  당신 가르침을 사랑하는 이에게 평화 넘치고,

  그들 앞에는 무엇 하나 거칠 것이 없나이다.’(시편119,165).

 



예로부터 분도 수도승들에게 참 중요한 수행 중의 하나가

렉시오 디비나 수행이었습니다.


겨울철에는 5-6시간, 여름철에는 2-3시간

매일 일과표에 렉시오 디비나 시간이 배정되어 있었습니다.



‘읽음(들음)-묵상-기도-관상-실천’의 리듬으로 이루어진,

기도로 가득 찬 관상적, 전인적 성경독서가 렉시오 디비나요,

영적 삶에 최고의 자양분이 됩니다.

 


15세기 까지 렉시오 디비나를 떠난

묵상, 기도, 관상은 아예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살아있는 성경독서를 통해

하느님의 사람이, 그리스도의 사람이, 교회의 사람이 되어갑니다.


무수한 성인들을 배출한 렉시오 디비나 학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옛 바오로 사도 시대나 지금이나 인간현실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악한 사람들과 협잡꾼들은 속이기도 하고 속기도 하면서,

  점점 사악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대는 그대가 배워서 확실히 믿는 것을 지키십시오.’

 


날로 사악해져가는 세상에서

성경 말씀으로 단단히 무장하라는 티모데오를 향한 바오로의 말씀은

그대로 우리를 향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살 길은 성경 말씀을 통한 생활의 관상화(觀想化) 뿐입니다.


영적전쟁에 말씀의 무기보다 더 좋은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지혜를 그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으로,

  가르치고 꾸짖고 바로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하는 데에 유익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람이 온갖 선행을 할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 됩니다.’

 


진리의 말씀이 우리를 자유롭고, 거룩한 하느님의 사람이 되게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독백처럼 들리지만

실은 초대 해외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의 깊은 렉시오 디비나의 산물입니다.


본토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이라 고백했으나

해외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인 이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부활하시어 하느님 오른 쪽에 앉아 계신 그리스도를

깊이 묵상한 결과 예수님은 ‘다윗의 주님’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옛 유대인들은 다윗을 시편의 저자로 믿었고

해외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은

오늘 복음에서 인용된 시편110장 1절에 대한 깊은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예수님은 바로 다윗의 주님이심을 깨달았습니다.

 


“주님께서 내 주님께 말씀하셨다.

 ‘내 오른쪽에 앉아라, 

  내가 너의 원수들을 내 발 아래 잡아 놓을 때까지.’”

 



렉시오 디비나를 통한 부단한 깨달음을 통해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 갑니다.


사도 바오로가 그 좋은 모범입니다.

 


“그대는 나의 가르침과 처신, 목표와 믿음, 끈기와 사랑과 인내를 따랐으며,
  내가 겪은 박해와 고난을 함께 겪었습니다.”

 


티모데오에게 보낸 서신의 서두를 통해 바오로의 삶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대로 바오로의 삶이 한 권의 살아있는 성경책처럼 느껴집니다.

부단한 렉시오 디비나와 기도의 수행을 통해

주님을 닮은 바오로임을 깨닫습니다.


신구약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의 은총이 참으로 큽니다.

 

신구약 성경만이 아니라

‘자연의 책’도 ‘내 삶의 책’도, ‘내 공동체의 책’도

일종의 하느님의 은총이 스며있는 살아있는 성경이요

렉시오 디비나의 대상입니다.

 



매일 끊임없이 바치는 미사와 성무일도 시간 역시

일종의 렉시오 디비나 관상시간입니다.

읽고, 듣고, 묵상하고, 관상하고, 실천하고의 리듬 따라

이런 책들을 렉시오 디비나 하며 살다보면

그대로 관상의 일상화가 이루어집니다.

 



바로 이게 렉시오 디비나의 궁극 목표이며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은

우리 모두 주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관상하며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맛보고 깨닫는 렉시오 디비나 관상시간입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