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원의 추억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38가르치시면서 이렇게 이르셨다.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긴 겉옷을 입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즐기고, 39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잔치 때에는 윗자리를 즐긴다. 40그들은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 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 이러한 자들은 더 엄중히 단죄를 받을 것이다.”
41예수님께서 헌금함 맞은쪽에 앉으시어,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 모습을 보고 계셨다. 많은 부자들이 큰 돈을 넣었다. 42그런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렙톤 두 닢을 넣었다. 그것은 콰드란스 한 닢인 셈이다. 43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44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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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이 전하는 가난한 과부의 ‘렙톤 두 닢’ 헌금 이야기를 읽으면서 옛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은 비밀입니다.
어린이 미사가 있는 아침이면 어머니는 꼭 오백 원을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헌금으로 내라고 주신 돈입니다. 잘생긴 이순신 장군과 멋있는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푸르뎅뎅한 지폐였습니다. 그 당시 어린이 시내버스 요금이 60원이었으니 저한테는 적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오백 원을 쥐고 성당으로 가는 길에 ‘엄청난 유혹’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갤라그라는 컬러화면으로 된 최신 전자오락입니다. ‘딱 한 판만이다!’ 하고 시작한 것이 어느 새 오백 원은 동전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할 줄도 모르는 오락을 하다보면 언제나 오십 원만 남았습니다. 헌금으로 고작 오십 원을 내면서 매번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다 쓰고 남은 동전을 드리는 마음을 예수님이 내려다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난한 과부의 헌금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깊이 뉘우쳤습니다. 어린 마음에 오락실 ‘갤라그’보다 당연히 예수님이, 하느님이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킹콩을 하기로 했습니다. 킹콩은 한 판에 이십 원짜리 흑백오락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예수님께 봉헌하면서 ‘딱 한 판은 봐주세요!’라고 기도했던 순수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자를 ‘톡톡히’ 셈하고 계셨나 봅니다. 한 번에 이십 원씩 봐주시더니 ‘밀린 헌금’을 온몸으로 갚으라고 이렇게 저를 신부로 만드셨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갤라그’보다, ‘킹콩’보다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나창식 신부(서울대교구 대림동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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