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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중심(中心) - 6.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09 조회수335 추천수8 반대(0) 신고

2012.6.9 연중 제9주간 토요일 2티모4,1-8 마르12,38-44

 

 

 

 

 





하느님 중심(中心)

 

 

 

 

 



수도원도 사람이 사는 세상입니다.

학교도 가야하고 시장도 가야하고 병원에도 가야합니다.

어제 잠시 재무 수사 부재중이라 돈을 지출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복음의 가난한 과부의 헌금처럼,

착한 분들의 봉헌금과 미사예물이 있어

우선 50여만 원을 지출할 수 있었습니다.


문득 떠오른 말이 있습니다.

 


“돈을 물 쓰듯 한다.”

 


돈과 물은 어찌 그리 흡사한지요.

물이 안 나오면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듯

돈이 없어도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공동체의 평화도 깨지기 시작합니다.



물이 생명이듯 돈도 생명이 되었습니다.

물 없이 살 수 없듯이 돈 없이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이상이라면 돈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뭄 해소에는 어림없지만

그래도 어제 저녁 식사 후 잠시 내린 단비가 참 감사했습니다.


‘은총이란 이런 것이구나.’ 직감적으로 깨달았습니다.

은총의 단비에 메말랐던 대지와 초목이 생기가 돋는 듯 했습니다.



가뭄이 상징하는바 깊습니다.

 

요즘 사람들의 마음도 극심한 가뭄입니다.

하여 굳어지고 갈라지고 거칠어지고 사나워지는 마음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마음의 가뭄에 각박하고 여유가 없습니다.


돈의 가뭄, 사랑의 가뭄, 말씀의 가뭄, 믿음의 가뭄, 희망의 가뭄,

기쁨의 가뭄, 평화의 가뭄 등 끝이 없는 가뭄 중에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중심을 잃었기에 재앙과도 같은 무수한 가뭄입니다.

 

하느님 중심이 확고할 때 서서히 정리되는 마음의 가뭄입니다.

하느님 중심을 잃을 때 삶은 복잡하고 혼란해집니다.


세상 안 사탄의 시스템에서 벗어날 길이 요원하며

결국은 속화(俗化)되어 속물(俗物)이 되어 버립니다.


할 일도 많아지고 필요한 것도 많아지고 돈 쓸 일도 많아집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율법학자가 그러합니다.

외적으로 분산된 모습에 속이 텅 비워지고 껍데기만 남은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삶입니다.


본말이 전도된 부수적인 것들에 목숨을 매고 사는,

말 그대로 외적 삶, 육적 삶, 허영과 교만의 실속 없는 삶입니다.

 



복음의 가난한 과부는 완전히 이와는 반대입니다.

외적으로야 가난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하느님 중심 안에 깊이 뿌리내린 내적부자요 자유인입니다.


하느님 중심이 확고하기에 무엇에도 매임이 없는 초연한 삶입니다.


저절로 세상 온갖 마음의 가뭄이 해소됩니다.

하느님 중심이 확고할 때

환상과 욕망의 안개는 걷혀 단순하고 소박한 본질적인 삶입니다.



율법학자와는 대조적으로

내적 삶, 영적 삶, 진실과 겸손의 속이 꽉 찬 실속 있는 삶입니다.

 



우리 분도수도승의 정주 서원은 바로 하느님 중심에 뿌리 둔 삶입니다.

하여 넉넉한 자유를 누립니다.

정주서원이 깊어질수록

삶은 단순해지고 필요한 것도, 부족한 것도 점점 줄어드니

내적 자유에 부요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하느님 중심에 머물러야, 깊이 믿음의 뿌리 내려야

마음의 온갖 가뭄도 해소되어 내적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 하느님 중심을 잃어 두려움과 불안이요 온갖 마음의 가뭄입니다.

 


하여 수도원은 하느님 중심을 잡아 주는 하느님의 집입니다.



피정의 목적도 하느님 중심을 확고히 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일에 하느님께 영광’,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돌 판에 새겨진 말씀,

모두가 하느님 중심을 환기 시키는 말씀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하느님 중심의 모범입니다.

그분의 마지막 유언 같은 당부에서

하느님 중심의 삶이 투명하게 들어납니다.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끈기를 다하여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타이르고 꾸짖고 격려하십시오.”

 


이렇게 살았으니 이런 조언입니다.

어떤 환경이든 말씀의 비를 뿌려

마음이 메마른 이들의 마음의 가뭄을 해소 시키고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인도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대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신을 차리고 고난을 견디어내며,

  복음 선포자의 일을 하고 그대의 직무를 완수하십시오.”

 


하느님 중심에 깊이 믿음의 뿌리 내려야

고난을 견디어 낼 수 있고 복음 선포자의 직무를 완수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다음 유언과도 같은 말씀이 참 장엄하고 아름답습니다.


100% 하느님 중심의 삶이었음을 웅변합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임종 전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다면 참 복된 선종일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은총의 단비로 마음의 가뭄을 해소시켜 주시고

우리 안의 세상적인 것들을 말끔히 몰아내신 후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 잡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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