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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0 조회수580 추천수8 반대(0) 신고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1 "안 된다니까, 그래!"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나는 내복을 딱 두벌만 가지고 입는다. 매일 빨래를 하기 때문 에 오늘 벗어서 빨래한 것은 내일 운동하고 입는데 내가 항상 내복 을 빨기 때문에 사제관에 있는 주방 아줌마는 내 내복이 어떻게 생 겼는지, 그리고 내복의 수명이 어떻게 다하고 있는지 실제로 잘 모 른다. 어디 출장 갈 때 누가 내 가방에 내복을 챙겨 준 적도 없다. 처 음부터 내가 그렇게 살았고 또 그렇게 길들여진 탓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가끔 애를 먹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별 불편함을 몰랐다. 한번은 친구 신부와 시내에서 대중탕에 갔을 때였다. 목욕 후에 미리 준비해 간 러닝셔츠를 갈아입는데 셔츠의 목둘레에 구멍이 숭숭 나 있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전날에 빨래를 할 때는 버 리기가 아까워 걸레라도 만든다고 깨끗하게 빤 것을 미처 생각지 도 못하고 그냥 다시 챙겨서 가져온 것이었다. "아따, 형님은 궁상 좀 자그마치 떠쇼!" 다 해어진 내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신부가 아니었다. "사람은 좀 뚫린 구멍이 있어야 해!" 입 다물고 있을 나도 아니었다. 그러자 그 신부가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더 던졌다. "그 개똥철학 같은 말씀은 그만하쇼!" 내 쪽에서 한마디 더하고 싶었지만 그쯤 해서 그냥 시동을 껐다. 내가 한창 술을 마실 때는 취함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나름 대로 있었다. 즉 간밤에 양말을 빨고 잤으면 덜 취했던 것이고 빨 지 않고 그냥 잤으면 엔간히 취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술을 마셨 을 때는 잠에서 깨어나면 얼른 양말부터 찾아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때 양말이 방 안의 빨랫줄에 얌전하게 널려 있으면 기분이 좋 은 것이고, 빨지 않고 방바닥 어딘가에 아무렇게나 내던져 있으면 누가 보는 사람이 없어도 그게 그렇게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리 취했어도 나는 내 할 일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정말 편하게 살기에는 인생 은 너무 아름다우며 또 너무 소중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모르니까 조금만 고생해도 사람이 불행하게 된다. 안타까 운 일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오직 한 번만 주어진 하느님의 특별 한 선물이다. 정말 보람 있게 살아야 한다. 가령 요즘 같은 봄날에 날씨가 좋다고 누군가가 허구한 날 술이 나 마시고 낮잠만 잔다면 그 친구는 참으로 별 볼일 없는 친구다. 낮잠만 자기에는 봄날은 너무 짧은 것이다. 땅도 좀 파서 씨도 뿌 리며 겨우내 쌓인 먼지도 털면서 대청소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인생 은 봄날보다도 더 멋지고 소중한 것이다. 나는 또 등산을 좋아한다. 그것은 내 청소년 시절에 받은 여러 가 지 아픈 상처 때문이다. 그 시절에 나에게는 오직 하느님과 산밖에 없었다. 많은 친구들이 내 처지를 몰랐고 또 내 얘기를 해도 그들 은 알아듣지 못했다. 알아듣고 이해하기에는 그들과 내 삶의 거리 가 너무 멀었다. 그런데 산과 상처 난 내 아픔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 어떤 스승도 나에게 줄 수 없는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주었다. 방황하며 몸부림쳤던 청소년기는 절대로 헛된 세월이 아니었다. 하느님께선 필요 없는 아픔을 결코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으신다. 한번은 어떤 신부님이 산을 좋아하는 나를 보고는 "내려올 텐데 뭐 하라 올라가는가?" 하셨다. 그런데 사람은 땀 흘려 고생해 봐야 세상 안에 감춰진 보물을 캐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세상이 주는 깨 달음은 고통과 눈물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 정상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볼 때의 그 감동을 밑에서는 잘 모른 다. 뿐만 아니라 깨달음을 얻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 감동은 고생 하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고생 속으로 들어가 봐야 비로소 세 상이 보이고 인생이 보인다. 여러 가지 애매한 일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있다. 신앙으로도 어떻게 답변을 다 드릴 수 없는 아픈 사연들이 너무도 많이 있다. 그러나 깨달음의 지혜만 있다면 눈물 속에 있는 축복 때문에 울면 서도 기쁘게 되고 아픔 속에 있는 은혜 때문에 고통 속에서도 즐겁 게 된다. 하느님은 당신이 사랑하시는 자가 결코 편하게 인생길을 걸어가 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그분은 우리가 좀 고생스러워도 당신이 감추신 보물을 우리가 손수 캐내기를 원하신다. 그런 의미에서 인 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은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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