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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복(女福) 많은 신부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2 조회수645 추천수2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1 "안 된다니까, 그래!"

여복(女福) 많은 신부
지난 6월(1999) 충남 합덕에 있는 솔뫼성지에서 광주교구 사제 피정을할 때의 일이었다. 방을 함께 쓰던 동기 신부가 휴대폰 전 화기를 켜 놓고는 수시로 뭔가를 점검하는데 침묵에 방해가 될 뿐 만 아니라 보기도 아주 민망스러웠다. "아니, 이 사람아! 피정하면서 뭔 전화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가?" 보다 못해 한마디를 퉁명스럽게 던졌더니 그 신부가 코 먹은 소 리를 했다. "아따, 성님은 좀 가만 계쇼!" "자네 하는 꼴을 보니 정신 사나워 무슨 피정이 되겠는가?" 볼멘 소리를 한 번 더 했더니 그 신부가 야릇한 웃음을 지으면 서 설명을 했다. 우리가 피정을 하는 바로 그 시간에 광주에 있는 자기 본당에서 는 아침에 자매들이 버스를 다섯 대나 대절해 남해 금산으로 여행 을 떠났는데 본당신부가 함께 동행을 못하니까 카세트 테이프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아서 미리 반장을 시켜 각 버스에 나눠주고 왔 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테이프에는 본당신부 자신이 집접 부른 대중가요 두 곡과 그리고 정중한(?) 훈화가 들어 있는데 그것을 들은 부인들의 반응이 몹시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별일도 아니었다. "신경 끄게!" 괜한 것을 가지고 수선을 떤다고 잘라서 한마디 던지고는 말문 을 닫았는데 드디어 점심 때의 일이었다. 여기저기서 휴대폰으로 연락이 오는데 어쩌면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시고 사람을 웃기시느냐 하면서 아마 반응들이 제법 굉장 한 모양이었다. 전화 받는 꼴을 보니 뭐가 그렇게 좋은지 서로가 킬킬 깔깔, 막말로 지랄 발광(?)을 하면서 오두방정을 다 떨었다. "아니, 이게 뭔 불상산가?" 희희낙락하며 요란 법석을 떠는 것이 내심 밸이 골려서 심통을 부렸더니 이 친구가 드디어 '불안한 남자들의 세태' 를 세대별로 털어놨다. 다음은 그 신부가 녹음해서 부인들에게 들려줬다는 내 용이다. 30대의 주부가 아침 화장을 짙게 하면 남편이 불안해한다고 한 다. 자기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는가 싶어서. 40대의 주부가 저녁에 집에서 샤워를 세게(?) 하면 남편이 아주 불안해한다고 한다. 오늘 밤엔 죽어났구나 하면서. 50대의 주부가 아침에 국을 잔뜩 끓이면 남편이 불안해한다고 한다. 저 여자가 도대체 밤 몇 시에 들어오려나 하고. 60대의 주부가 서랍을 만지작거리면서 남편보고 대화를 하자고 하면 남편이 덜덜 떨면서 계속 잘못했다고 마누라에게 빈다고 한 다. 이혼하자는 말이 나올까 봐. 70대의 할멈이 영감보고 제주도에 놀러 가자고 하면 남편이 절 대로 안 간다고 엉엉 운다고 한다. 혹시라도 할멈이 당신을 거기 에다 내버리고 올까 봐. 누가 만들어 내 유먼지, 신부들이 듣기에는 좀 얼굴 뜨거운 부 분도 있지만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피정을 하다 말고 그야말로 실컷 웃었다. 그런데 불쌍한 건 남편만도 아니다. 어떤 본당의 주방언니는 본당신부보다 권한이 더 막강해서 신 자들이 "주교님" 이라고 부른다는데, 참으로 별 해괴망측한 주 교(?)도 다 있는 모양이지만, 신부도 그런 의미에서는 여복(女福) 이 있어야 한다. 상식이 없고 교양이 없는 여자는 대책이 없게 된 다. 반면에 여복이 있는 신부는 사제관이 조용하여 그 자체만으로 도 신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지만, 여복이 없는 신부는 사제관 의 시끄러움 때문에 자기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본당 전체가 아 주 몸살을 앓게 된다. 여자는 좌우간 바탕이 좋아야 한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여복이 참 많은 신부다. 내가 만난 주방의 자매들은 하나같이 다 좋은 분들이었다. 배움이 부족한 분도 있었 지만 그러나 그만큼 더 순수했으며, 욕심들이 없으니 심성들이 참 고왔다. 아마 고생을 많이 하신 분들이라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를 몸에 익힌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심성 좋은 사람들이 세상살이에서는 팔자가 기구한 지 때로는 하느님이 야속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러나 다른 한편, 그들이 받은 아픈 상처가 아니라면 도대체 신부가 어떻게 혼자서 밥 먹고 살 건지 하느님의 섭리는 기묘하기만 하다. 남편이고 신부고 여자 잘 만나는 것보다 더 큰 복이 있을까? 집회서에 나온다(25,18). "고약한 여자의 남편은 잔칫집에 가서도 한숨만 나온다." 신부도 마찬가지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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